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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공연을 마치는 뮤지컬 <유린타운>.

조금만 일찍 봤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다녔을 텐데 마지막 주에 봐서 아쉬운 작품이다.
수익성이 좋은 공연이 아니기에 '아마 10년에 한 번씩밖에 못할 거'라고 연출이 말했다는데, 이제 이해가 된다.

우선 이 뮤지컬은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적절하지 않다. 처음 본다고 안 웃기거나 그런 건 아닌데, 남들보다는 이해를 덜하게 되는 그런 느낌? 마치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랑 비슷하다고 할까.

또 여러 가지 패러디가 녹아있어서 문화생활을 많이 한만큼 더 많이 웃게 되는 뮤지컬이다.
(-필자가 찾은 건 레미제라블, 로미오와 줄리엣, 포레스트 검프인데 검색해보니 서푼짜리 오페라 등도 패러디했다고-)

뮤지컬을 보는 내내 떠오른 생각은 '내가 극본가거나 뮤지컬 연출가라면 꼭 한번은 해보고 싶은 작품'이라는 점이었다.

   
 

블랙코미디인데 대중적인 재미도 있고, 넘버들도 훌륭하고, 삼박자가 어우러지는 뮤지컬이다. 특히 넘버들이 엄청나게 신나서-저 애의 목을 따자! 이런 잔인한 대사로 이루어진 넘버인데도 신나고 난리-뮤지컬 본 후에 계속 멜론에서 브로드웨이 OST를 듣고 있다.

내용을 말해보자면, 이 마을에서는 화장실을 공짜로 갈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유럽에서는 지금도 그렇다는데…

아무튼, 화장실 갈 때마다 돈을 내야하고, 노상방뇨하면 '유린타운'으로 끌려간다. 그리고 그곳이 어떤 곳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인간의 자유를 침해하고 공공시설을 사유시설로 바꾸어 사유시설의 소유주들의 배를 불린다는 것…이것만으로도 소름끼치지만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걸 깨달으면 더욱 무서운 일이다.

아빠가 끌려가는 것을 본 주인공 바비 스트롱은 화장실을 공공시설로 바꾸기 위해 사람들을 선동한다. 그리고 이 화장실을 소유한 쾌변주식회사의 회장 딸이 바로 호프 클로드웰. '아이비'다.

1막까지는 그나마 일반적인 뮤지컬인데, 2막이 시작하면 이 뮤지컬 특유의 병맛 블랙코미디가 시작하는데 정말 웃긴다. 뮤지컬보면서 깔깔거리면서 웃어보기도 처음이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예측할 수 없는 반전들이 이어지는데, 작품에 집중하지 않으면 그냥 '끝났나 보다~'하는데 마지막 넘버를 잘 들어보고, 이 뮤지컬의 해설자이기도 한 록스탁 순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응???????????????'이런 느낌으로 커튼콜이 시작된다는 걸 알 수 있다.

형식적으로도 일반적인 뮤지컬과 다른 점이 메타픽션으로 극을 끌고나간다. 메타픽션이란, 소설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설에 빠져들지 마! 넌 지금 소설을 읽고 있다'를 끊임없이 인식시켜주는 것인데이 뮤지컬에서도 '너는 뮤지컬을 보고있다'는 수많은 암시를 통해 몰입도를 일부러 방해한다.

예를 들어, 이 뮤지컬의 해설자인 록스탁 순경이 나와서 관객들에게 '이 뮤지컬의 1막은 60분 뒤에 끝납니다. 그리고 1막 마지막에 이 뮤지컬에서 가장 화려한 넘버가 나와요!!' 이런 식으로 말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해설자인 리틀샐리와 대화할 때도 "바비는 이 뮤지컬의 남자주인공이니까 당연히 호프 클로드웰과 사랑에 빠지지"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이런 끼어듬 조차도 너무 신선해서 재밌었는데 개인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르겠다.

이 뮤지컬에서 주인공들의 이름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특히 호프.Hope.희망이라는 게 인생에서 꼭 필요한 긍정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허상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녀의 1막과 2막에서의 행동들로 잘 보여준다. 호프는 이 뮤지컬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도 했는데, 1막에서의 갭과 2막 중반 이후에서 그녀의 갭이 어마어마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런 역할을 마치 호프 그 자체인 것처럼 소화하는 아이비....bbbb

록스탁 순경이 해설을 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이 뮤지컬은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니다'

마지막 막이 올라가는 순간 그 문장이 정확히 어떤 의미를 뜻하는지 온몸으로 느끼면서 어쩜 마무리까지 이렇게 완벽한 극과 넘버들로 조합된 뮤지컬이 있을까 혀를 내두른 좋은 뮤지컬이었다.

 

 
[글] 아띠에터 김현정 artietor@mhns.co.kr 인문학도치고는 경영학적이고 회계사치고는 문학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 관심은 높으나 깊이는 얕은 문화에 대한 지식을 넓고 깊게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문화뉴스·문화체육관광부_문화포털에서 글을 쓰고 있다.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김현정 artieto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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