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씨어터 문의 '체홉 익스프레스'

 

   
▲ 시골집 처녀의 고백으로 고뇌에 휩싸이는 '베로치카'의 한 장면. ⓒ 체홉 익스프레스 연출가 김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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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자, 극장을 가득 메우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체홉의 단편을 연극 무대에서 실감 나게 표현한 배우들의 무대는 마치 어른들을 위한 구연동화와 같았다.

'체홉 익스프레스'는 민음사의 '체호프 단편선'(2002년)을 바탕으로 각색된 작품이다. 김세환 연출가는 '일상의 가장 사소한 순간을 포착해 인생의 아이러니를 유쾌하게 폭로한' 체홉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더욱 극적으로 폭발시켰다.

연극은 단순한 재채기 때문에 죽음에까지 이른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관리의 죽음'과 잠시 머물렀던 시골집 처녀의 고백으로 고뇌에 휩싸이는 '베로치카', 팬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지루한 희곡을 듣다가 엄청난 분노에 휩싸여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는 '드라마'를 담았다. 사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체홉의 특징이 잘 드러난 이번 작품들은 작은 행동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다.

   
▲ 팬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지루한 희곡을 듣다가 엄청난 분노에 휩싸여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는 '드라마'를 연습하는 배우들. ⓒ 체홉 익스프레스 연출가 김세환

체홉에 대해 잘 알지 못했거나, 체홉의 작품을 어렵게 느꼈던 사람들이라면 이번 연극으로 체홉의 작품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졌다. 관리의 죽음에서 거듭 사과를 하는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바코프'와 베로치카에서 고백을 받고 어찌할 줄 모르는 '아그뇨프', 드라마에서 자신의 희곡을 읊으며 열연을 펼치는 '무라슈키나'는 무대에서 그들의 바보스러운 행동이 극대화되어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준다.

극적인 희화화로, 이미 원작 소설로 체홉의 문학적인 감성을 느꼈던 관객들이라면 이번 연극이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겠다. 해설자를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이번 연극의 특성 때문에 내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단순히 내용을 무대로 옮겼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배우들이 연기를 펼치는 동안 흘러나오는 배경음악들은 특별한 장치 없이 배우들의 연기를 더욱 실감 나게 하고, 무대가 풍성해지는 역할을 한다. 영화 '인셉션'과 드라마 '가을동화'의 OST들로 구성된 이번 음악들은 귀에 익으면서 연극의 친밀감을 형성하는 기폭제로 작용한다.

   
▲ 연기 연습 중인 배우들. ⓒ 체홉 익스프레스 연출가 김세환

배우들이 사용하는 소품에서도 연출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드라마'에서 '파벨 바실리치'는 새무얼 스마일즈의 '인격론'이라는 책을 들고 등장한다.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한 번도 그 책을 펼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작품만을 인정하고, 사랑해서 무라슈키나의 작품을 거들떠보지도 않으려 한 그의 성격은 책을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는 영웅적인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의 용기다.' 라는 인격론의 내용을 통해, 감독은 팬의 부탁을 정중하게 거절하지 못한 그의 처세를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체홉의 단편들을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연극 '체홉 익스프레스'는 오는 16일까지 대학로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김관수 기자 g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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