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인터뷰 ②

[문화뉴스 MHN 서정준·장기영 기자] [문화 人] 오소연 "배우들 이야기, 모든 게 공감되는 작품"에서 이어집니다.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배우들이라고 했지만, 여성 캐릭터가 기능적으로 소비되는 경향, 혹은 로맨스에 치중돼 남자만 기다리는 역할이 아닌 '타루', '바네사' 등 진취적이고 주도적 여성상을 보여줬다. 이번에도 빌리나 줄리안과의 로맨스보다는 페기가 배우로서 성장하는 이야기다.

ㄴ 내 기본성격인 것 같다. 캐스팅할 때도 제가 기본적으로 '당차다'는 말 많이 들었다. 에너지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걸 많이 봐주셔서, 그런 역할 있으면 저를 잘 어울린다고 해서 불러주시는 것 아닐까. 저도 여성적이고 자기 말 못하는 캐릭터를 했을 땐 정말 힘들었다(웃음).

 

작품이 화려한 장르다. 볼거리 많다. 본인이 애착하는, 혹은 관객들이 눈여겨 봐줬으면 하는 장면 있나?

ㄴ 저는 제일 공 많이 들이고, 지금도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심호흡하는 게 피아노 씬이다. 거기가 고난이도 스탭들이 많이 섞여있는데 조명을 받으면, 피아노가 안 보인다. 자칫하면 떨어질 수도 있고(웃음). 굉장히 기 모아서 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관객에게 페기가 주연으로서 처음 선보이는 본 무대다. 많이 봤고 공을 많이 들이고 멋있는 장면이다. 그 장면 눈여겨봐주셨음 좋겠다. 그리고 '고잉 투 유얼 댄스'. 초반에 길거리에서 사람들과 같이 식당에서 가는 그 장면이 스토리가 많은 장면이다. 안무 안에도 애니와 춤을 나누고, 앤디가 지나가다 발견하며 춤이 주목 받는 등 많은 이야기가 진행된다.

전예지 배우도 피아노 씬이 인상적인 장면이라 했다. 위에서 출 때 무척 무서웠다던데.

ㄴ 걱정 많이 했다. 연습실 바닥은 굉장히 퍽퍽하다. 탭은 원래 슬라이딩 가능한 미끄러운 바닥에서 한다. 그런데 매트한 바닥에서 연습하다 올라갔으니 미끄러움에 대해 많이 겪어보지 못했다. 연습실에서는 제일 즐겁고 춤의 스킬을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씬이겠구나 했는데 피아노도 무대도 너무 미끄러웠다. 피아노 위에서는 잘 되던 기술도 안 돼서 첫공 리허설까지도 많이 걱정했다. 제일 자신 있던 부분이었는데 안정적인 안무로 선회해야 하니 섭섭했다.

 

그럼 지금의 장면은 연습 때와 달리 안정적으로 수정된 장면인지.

ㄴ 그렇진 않다. 미끄러워서 방해가 되는 것만 한두 가지 동작만 뺐다. 나머지는 다 하고 있다.

페기가 춤을 정말 많이 춘다. 체력이 엄청 소모될 것 같다. 체력관리 어떻게 하는가.

ㄴ 춤추는 장면이 정말 '딱' 죽기 직전에 끝난다. 더 이상은 할 수 없고, 못하겠다 싶을 때 끝난다. 제일 긴 장면은 7-8분 정도다. 계단 씬이 전 장면에서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안무 끝나고 뒤로 가서 전속력으로 달려서 퀵체인지하고 또 달려서 또 퀵체인지하고 나온다. 살 많이 빠졌다. 근데 공연하면 할수록 힘 분배가 된다. 처음에는 식은땀까지 나는 상황이었다. 근데 이제는 분배가 되고 호흡이 극 흐름을 타니 덜 힘들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어서 열심히 잘 먹고 잘 쉬고 그런 것밖에는 없더라.

연습이 아닌 공연 올라갈 때 새로 찾는 것 있다. 무대하면서 더 깊어졌다거나 인상 깊었던 것 있다면.

ㄴ 관객들의 반응이 제일 많이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페기가 처음에 이 작품에 오디션 보지도 못하고 이 작품 하고파서 주변 어슬렁거리고 실수하며 돌아다닌다. 결국 이 팀 합류하게 될 때 관객들이 박수 쳐주더라. '이 사람들이 내 맘과 같구나' 싶더라. 공연 초반인데도 페기 시선으로 많이 봐주시는 것 같다. 젊은 아이가 가진 꿈을 응원해주고 계시구나 싶더라. 그 뒤로 공연하면서 힘을 받았다.

 

페기는 한 번의 시련 이후 모든 게 다 잘 풀린다. 다른 시각에서는 스토리가 너무 착하기만 한 것 아닌가 하는 말도 있더라. 과연 페기라는 인물로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던 걸까.

ㄴ 준비된 아이인 것 같다. 이미 이 마음을 가지고 브로드웨이로 올라오기 전부터, 이미 어느 정도의 준비가 돼 있는 거다. 극 중에 등장하는 브로드웨이 앙상블들은 10년차 정도다. 어디 가면 슈퍼 앙상블 소리 들을 실력이다. 그런 잘하는 앙상블들인데 그 사이에서도 제일 잘한다는 거다. 페기는 타고난 것과 그동안의 노력으로 실력이 갖춰져, 준비된 스타라 생각한다. 페기가 얼마 안 되는 기간 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을까. 타고난 배우인 것 같다. 제 생각에도 36시간은 조금 과장된 것 같지만(웃음) 만약에 생각해보면, 우리 '브로드웨이 42번가' 안에서도 저나 예지가 페기 역할을 못하게 되면 앙상블이 하게 된다. 근데 평소 연습에서 열심히 봐두고 준비했으면 36시간 안에 할 수도 있지 않겠나. 열정 있고 뜻이 있으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 작품에 참여 중인 앙상블들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ㄴ 우리 앙상블들은 36시간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을 사람 있을 것 같다. 연습량이 엄청나다(웃음). 그리고 페기 소여가 이제 스타가 됐고 앞으로의 이야기 안 나온다. 이후의 이야기가 착한 이야기일까, 아닐까는 모르는 거다. 착한 이야기라고 단정 지으면 안 된다(웃음).

의상이 굉장히 화려하다. 제일 좋아하는 옷 있나?

ㄴ 페기가 주구장창 있는 파란색 옷. 거기에 자켓 입고 장갑, 모자를 '풀장착' 했을 때 모습 좋아한다. 가장 페기스러운 모습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시대에 딱 입었던 그 디자인이다. 그 땐 여자들이 어디 갈 때 모자와 장갑을 늘 장착했다고 하더라. 근데 그 모습이 예뻐보이더라. 몸 상태 자체도 다소곳해진다. 예의바르게 된다.

이번 작품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졌던 목표가 있다면.

ㄴ 어쨌든 내가 페기 맡았으니, 지금까지 페기 거쳐 간 수많은 배우 있으니, 목표는 크게!(웃음). 가장 사랑받고 가장 뇌리에 남는 페기 소여가 되고 싶었다. 페기 소여들이 21년이란 시간 속에서 어느 순간부터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면, 지금 제가 하는 페기만큼은 사랑받고 다시 재조명 받는, 살아있는 캐릭터가 되게 하고 싶다. 사실은 탭이나 무대 퍼포먼스 같은 것도 잘해내고 싶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목표를 무리하게 잡았다. 작년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하셨다. 처음엔 '나는 탭을 못하는 사람인데 왜 작년보다 난이도 높여서 하나' 했다. 근데 욕심을 내시더라. 정 안되면 나중에 낮추더라도 해보자고 하셨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딤프)에서 하는 게 처음 공개 무대였다. 공연이 연습 중인 7월이었는데도 잘 마쳤다.

ㄴ 너무너무너무너무 떨렸다. 아직 페기로 무대도 안 섰는데 연습기간도 한참 남았는데 이 상황에서 노출됐다 부족한 모습을 보여 실망시켜드리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더라.

쉬는 날 뭐하는지, 혹은 최근 꽂힌 취미가 있다면.

ㄴ 요즘은 먹으러 다닌다. 좋은 것 맛있는 것, 열량, 스테미나 음식. 먹으러 돌아다닌다. 쉴 때는 반려견과 보낸다. 이름은 라떼. 2살 안됐다. 처음 키운 개다. (여러모로 첫도전을 많이 한다.) 인생을 한치 앞도 모르겠다(웃음).

향후 계획이 있다면?

ㄴ 아직 특별한 이야기는 없다.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당분간 지방 투어를 한다.

작품에 대해서, 혹은 팬들한테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ㄴ 이제 공연 오픈한지 3주됐다. 너무 행복하게 하고 있다. 노력한 것을 알아주시는 것 같고 노력한 만큼의 무대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너무 기분이 좋고 극장 오는 게 즐겁다. 힘든 데 그만큼 즐겁다. 땀 흘린 가치가 있다. 이 작품하면서 새로운 걸 느낀다. 초심도 느끼고,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준비한 게 언젠가 싶기도 하다. 꼭 땀 많이 흘려야 준비라 할 수 없겠지만, 예전에 땀 흘렸던 기억이 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관객 분들 좋아해주시니 힘도 난다. 공연 끝날 때까지 이 마음을 유지를 할 더 업그레이드된 무대를 보여드릴 예정이다. 매일매일 지금도 연습한다. 공연 끝날 때까지 계속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릴 테니 지금처럼 페기 소여, '브로드웨이 42번가'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인터뷰가 끝난 후 오소연 배우는 그대로 의상을 갈아입고 몸을 풀러 갔다. 밖에는 매표소 오픈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줄을 지었다. 무엇이 그들을 극장으로 끌어당겼는지 납득이 가는 만남이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10월 8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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