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pjg5134@mhns.co.kr

▶ 공연메모
재 국립극단과 극단 이와삼의 김윤철 예술감독 장우재 작 연출의 <미국 아버지>
- 공연명 미국 아버지
- 공연단체 (재)국립극단
- 예술감독 김윤철
- 작 연출 장우재
- 공연기간 2017년 9월 6일~25일
- 공연장소 명동예술극장
- 관람일시 9월 10일 오후 3시

[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명동예술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장우재 작 연출의 <미국 아버지>를 관람했다.

장우재(1971~)는 배우, 극작가 겸 연출가로 극단 이와삼 대표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대진대학교·수원여자대학·용인송담대학 강사다. 2003 문예진흥원 연극부문 신진예술가 지원에 선정되고 2009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시나리오공모전에 <과녁>으로 최우수상을 받고, 2011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 희곡작가부문 선정되었다. 희곡으로는 <자스민 광주> <악당의 조건> <마당극-병신난장> <흰색극> <머리통상해사건> <열애기> <목포의 눈물> <지상으로부터 20미터> <여기가 집이다> <미국 아버지> <환도열차> 그 외 다수이고, 작·연출로는 <이 형사님 수사법> <7인의 기적> <그때각각> <차력사와 아코디언> <악당의 조건> <여기가 집이다> <미국 아버지> <햇빛샤워> 등 다수다. 연출작으로는 <덫> <영종도 36km> 각색 <시집가는 날> 각색·연출 <모퉁이 가게> <굿닥터> 그 외 다수 작을 연출했다.

2001년 9월 11일 07시 59분 92명의 승객을 태운 아메리칸 항공 소속 AA11편이 보스턴을 출발해 로스앤젤레스를 향해 날아올랐다. 이어 08시 1분 45명을 태운 유나이티드 항공의 UA93편이 뉴저지주에서 샌프란시스코로, 08시 14분 65명을 태운 유나이티드 항공의 UA175편이 보스턴에서 로스앤젤레스로, 09시 64명을 태운 아메리칸 항공의 AA77편이 워싱턴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각각 향했다.

08시 45분 AA11편이 항로를 바꾸어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과 충돌한 직후인 09시 3분 UA175편이 남쪽 건물과 충돌하였다. 09시 40분 AA77편이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과 충돌하고, 이어 약 9시 59분 경 세계무역센터 남쪽 건물이 붕괴된 뒤, 10시 3분 UA93편이 피츠버그 동남쪽에 추락하였다. 10시 30분 경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이 완전히 붕괴되고, 이 여파로 인해 17시 20분 47층짜리 세계무역센터 부속건물인 7호 빌딩이 힘없이 주저앉았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바뀌었고, 세계 경제의 중심부이자 미국 경제의 상징인 뉴욕은 하루아침에 공포의 도가니로 변하고 말았다. 미국의 자존심이 일거에 무너진 것은 차치하고, 이 세기의 대폭발 테러로 인해 90여 개국 2,800∼3,500여 명의 무고한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CNN 방송망을 타고 시시각각으로 사건 실황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세계 역시 경악하였다.

세계경제도 이 동시 다발 테러 앞에서는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국제금리가 단숨에 하락하고, 세계 증권시장이 흔들렸다. 미국은 사건 직후 일주일간 증권시장을 열지도 못하였으며, 미국을 오가는 모든 국제 항공선도 차단되었다. 미국인들은 이 사건을 일컬어 '제2의 진주만 공격'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미국 건국 이래 본토의 중심부가 외부의 공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건으로 인한 피해는 4대의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266명 전원 사망, 워싱턴 국방부 청사 사망 또는 실종 125명, 세계무역센터 사망 또는 실종 2,500~3,000명 등 정확하지는 않지만 인명 피해만도 2,800~3,500명에 달한다. 경제적인 피해는 세계무역센터 건물 가치 11억 달러(1조 4300억 원), 테러 응징을 위한 긴급지출안 400억 달러(약 52조 원), 재난극복 연방 원조액 111억 달러(약 52조 원) 외에 각종 경제활동이나 재산상 피해를 더하면 화폐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납치당한 4대의 항공기에는 3~5명의 납치범들이 탔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미국연방수사국(FBI)의 조사 결과 범인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출신의 조종사들로 알려졌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국제 테러리스트인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과 그의 추종 조직인 알 카에다(Al-Qaeda)를 주요 용의자로 보고 있으며, 그 밖에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산하의 무장조직인 하마스(HAMAS), 이슬람원리주의 기구인 지하드,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다른 이슬람 테러조직들도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기가 세계무역센터 남쪽 건물과 충돌한 직후인 09시 31분, 부시(George W. Bush) 미국 대통령은 이 테러사건을 '미국에 대한 명백한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고, 이어 전국의 정부 건물에 대피령을 내리는 한편, 국제연합·시어스 타워 등 주요 건물을 폐쇄하였다. 같은 날 금융시장 폐장 결정을 내린 뒤, 뉴욕과 워싱턴에 해군의 구축함 등 장비를 파견하였다.

9월 12일 테러 개입자들에 대해 사전 경고 없이 보복할 것을 천명하고, 이튿날 부시 대통령은 '이 테러를 21세기 첫 전쟁'으로 규정하였다. 9월 15일 빈 라덴이 숨어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지상군 투입 결정을 내리는 한편, 아프가니스탄의 인접국인 파키스탄을 설득해 영공 개방 등의 약속을 받아내고, 작전명을 '무한정의 작전'으로 명명한 뒤 보복전쟁에 들어갔다.

같은 해 10월 7일,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영국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의 카불공항과 탈레반 국방부, 잘랄라바드 공항, 칸다하르 탈레반 지휘사령부, 헤라트공항 유류저장고, 마자르 이샤리프 탈레반 군장비 집결지, 콘두즈 탈레반 지역군사작전 지휘소 등에 50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 알 카에다의 훈련 캠프와 탈레반 정부의 군사시설 등에 엄격히 제한된 선별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제한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미국·영국 연합군은 2001년 10월 9일 아프가니스탄 주변에 350여 기의 항공 전력을 배치하고, 아프가니스탄 영토에서 자유로운 전·폭격기를 이용한 공습과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군을 앞세워 같은 해 11월 20일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함락하였다.

이어 다음달 22일 연합군은 반 탈레반 정권인 과도정부를 수립함으로써 탈레반과의 전쟁을 종결하였다. 그러나 미국이 이 전쟁의 목표로 삼았던 빈 라덴과 그의 조직 알 카에다를 뿌리뽑는 데는 실패하였다. 그럼에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끝내지 않고 이후 중동으로 눈을 돌려 2003년 3월 20일에는 이라크전쟁을 일으켜 20일 만에 완전 함락시키고 새로운 과도정부를 출범시키는 등 대 테러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과 아랍국가와의 적대관계 속에서, 이라크에서 일을 하던 한 미국인 청년을 알카에다 무장병사들이 칼로 목을 자르는 영상이 전 세계에 방영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죽은 청년의 아버지가 영국 전쟁저지연합에 편지를 발송한다. 자신의 아들을 죽인 이슬람 국가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 부시를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자라고 비난한다. 그리고 백악관과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평화를 요구한다. 장차가 아니라, 지금 당장 평화를.

<미국 아버지>는 위의 역사적 실화를 연극으로 구성했다.

​<미국 아버지>는 과거 연극인이었으나, 현재는 마약중독자로 아들과 살고 있다. 아들은 이슬람 여인과 결혼을 해서 막 아기가 태어날 판이다. 아버지는 마약환각 때문인지, 젊은 시절의 자신의 모습과 사랑했던 여인, 그리고 자신의 연인이 연극인 동료와 몰래 성 접촉을 하는 장면을 본 후, 여인이건 친구건 불신을 하게 되고, 자포자기 겸 마약에 빠져 여생을 보내고 있는 형편이다.

​아버지는 결혼을 했지만 아내와는 일찍 사별을 했다. 그런데 아들이 중동으로 일을 하러 떠난다. 갓 결혼을 하고 아내가 임신을 했어도, 돈을 벌어야 하기에....

​아버지는 애써 말렸지만, 소용이 없다. 그런 그 아들이 중동에서 알카에다 무장병사에게 목이 잘린다. 아버지는 뉴욕 무역센터가 붕궤되는 모습을 보고 고소하다고 웃기까지 한 인물이다. 그런 그의 아들을 알카에다가 무참하게 참수한 것이다.

그 후 아버지는 갓난아기를 자신이 기르겠노라 결심을 하고, 며느리나 사돈 영감내외가 아기를 데려다 기르겠다는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사돈 내외나, 며느리나, 자신들은 이슬람국가 출신이기는 하지만 이슬람사람이 아니라, 현재는 미국사람이라며, 자신들이 아기를 데려다 잘 기르겠다고 애원한다. 그러나 그런 말이 아버지에게는 당나귀 귀에 찬송가 부르기다.

​결국 사돈 내외와 며느리는 울면서 돌아간다. 그러고 얼마 되지 않아서 아기가 앓기 시작한다. 아버지로서는 병든 아기까지 돌보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고집대로 며느리나 사돈을 부르지 않고, 경황 중에도 상용하던 마약을 가까이 한다. 환각상태 속에서 과거 아버지의 젊은 시절의 모습과 연인, 그리고 연극인 동료,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들의 모습과 마주한다. 모두가 아버지에게 이른다. 며느리와 사돈내외에게 아기를 맡기라고.... 아버지는 자신의 고집과 마약의 환각상태 속에서 엽총으로 자살을 하고 만다.

무대는 정면에 커다란 창이 배경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창 양쪽에 회색의 기둥과 벽이 연결되어 있고, 무대 좌우에 실내로 들어가는 방문이 각기 두 개씩 있다. 이 집의 출입문은 커다란 창문이 난 정면 왼쪽에 있다. 창 앞으로 탁자와 의자가 놓이고, 그 주위에 술병이 잔뜩 놓여있다.

출입문과 탁자와 의자가 놓인 좌우로 연결된 두자 높이의 단을 내려서면, 거실의 마루가 되고, 마루 오른쪽에 긴 안락의자와 등받이의자, 그리고 탁자가 있고, 장면이 바뀌면 이 안락의자의 위치가 변한다. 객석 전면은 이집의 통로 역할을 하고, 집의 외곽도 통행로가 된다. 총소리로 장면이 마무리되고, 커다란 창 쪽 배경에 영상을 투사해, 맨해튼 무역센터 붕괴영상이 반복되어 투사되고, 갓난아기는 인형으로 대체해 등장시킨다.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의 장밋빛 인생( La Vie En Rose)이 효과음악으로 들려나온다.

윤상화가 아버지로 출연해 혼신의 열정으로 일생일대의 명연을 보인다. 김동규, 이동혁, 정태화, 구자승, 박유밀, 마두영, 조연희, 강선애, 황설하, 조홍우, 최세훈, 라소영 등이 출연해 성격창출면에서 또 연기면에서 기량을 발휘해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투르크 조만수, 조명 이동진, 의상 오수현, 음악 조선형, 영상 윤민철, 분장 장경숙, 주최 (재)국립극단 극단 이와삼, 제작 극단 이와삼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장우재 작 연출의 <미국 아버지>를 기억에 길이 남을 한편의 걸작 서사극(epic drama)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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