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4일 오후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뮤지컬 '배쓰맨'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지난 9일 개막한 뮤지컬 '배쓰맨'은 남성전용목욕탕인 '백설탕'에 새로이 온 신입 세신사 줄리오를 중심에 두고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청담동 유명 뷰티샵 출신의 신입세신사 줄리오 역에 김지철, 한선천, 서동진이, 20년 경력의 백설탕 세신사 최장남 역에 이시후, 김주호, 서승원이, 최장남의 제자 정귀현 역에 유은과 최석진이, 백설탕의 사장 박사장 역에 민정기와 김상협이, 백설탕의 조각상 비너스 역에 최미소와 전태경이 출연한다.

이날 프레스콜은 줄리오와 백설탕을 소개하는 장면인 '나의 손길로'와 '웰컴 투 더 남탕', 줄리오가 최장남에게 세신을 받으며 아버지의 손길을 느끼는 '언제였더라', 줄리오가 세신교육을 받는 '세신사의 세계', 줄리오가 처음으로 인정받으며 자신감을 찾는 '내가 원하는 대로', 인물들이 각자 지닌 삶의 무게를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 '내게 남은 건'까지 총 5장면 6개 넘버를 선보였다.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는 정도영 연출과 엄동열 상상마루 대표, 이동규 작가, 김은영 음악감독과 함께 전 배우가 함께 참석해 허심탄회한 답변을 주고 받았다.

▲ 김상협, 민정기, 정도영 연출, 유은, 최석진

오늘 선보인 시연 장면에서 비너스의 역할이 너무 적었는데 극 전체의 비중은 어느정도인지.

ㄴ 정도영 연출: 비너스는 남탕의 여신이다. 극 초반의 그로테스크한 장면에서 인간이 아닌 신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고 이후 극에서는 줄리오가 세신사로 변하는 과정에서 비너스에게 도움을 받거나 한다. 확실한 건 비너스가 작품을 끌어가는 데 무척 중요한 역할이다. 보여드린 장면에서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제 역할이 좀 미흡해서 그런 비중이 부각되지 않은 것 같다.

 

시연 장면에서 '코끼리' 등의 유머가 많이 나오던데 작품의 컨셉트가 B급 유머, 코믹인지?

ㄴ 정도영 연출: 저희 작품에서 나오는 세신에 대한 이야기는 차별과 편견을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 모티브를 제공한 '테르마이 로마이'란 영화가 있었고 저도 'B급 범우주적 판타지'를 추구했었는데 세신사의 편견과 차별을 다루다 보니 후반부에 가서 작품의 톤이 바뀌었다. 정말 B급으로만 가버리니까 세신사에 대한 의미가 변할 수 있기에 B급이 가미된 내용이지만 진지하게 담으려고 노력했다.

▲ 김지철, 한선천, 서동진

우리나라에서 목욕 관련된 작품이라면 웹툰 '목욕의 신'을 빼놓을 수 없다. 참고하거나 도움된 점, 이외에도 줄리오를 만들었던 과정이나 소감을 말한다면.

ㄴ 김지철: 당연히 저도 웹툰을 봤다. 그러나 저희 작품과 스토리도 다르고 장르도 달라 개인적으로 무대에서 보여줄 수 없는 세신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의미가 디테일하게 정리됐더라. 그걸 참고해서 줄리오란 캐릭터를 연기한 건 아니고 세신사로서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에 도움된 것 같다. 세신에 대한 의미를 깊게 가질 수 있도록 연구했다.

ㄴ 서동진: 저희 줄리오들끼리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저는 공연을 지금까지 두번 했는데 연습하면서도 느꼈지만, 공연이 끝났을 때 제가 힐링 되더라. 저희 작품이 차별에 대한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최장남의 차별, 줄리오의 차별, 정귀현의 차별들을 탕 안에서 내려놓고 노래부를 때 보편적인 차별에서 해방되고 힐링받는 기분이 들었다. 이 작품을 개인적으로 무척 사랑한다. 저희가 재미도 드리고 있지만, 관객들도 많이 오셔서 힐링하시면 좋겠다.

ㄴ 한선천: 줄리오 역을 맡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뮤지컬에서 대사가 있는 작품이나 개인 넘버도 처음이라서 감회가 새로웠고 책임감이 가슴 깊이 박혔다. 연습하면서 최대한 뒤쳐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웹툰은 작품 하기 전에도 재밌게 봤던 작품이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되돌아봤었다. 코믹한 요소 등을 좀 더 살릴 수 있겠다 싶은 부분들이 있더라. 그래서 그런 점을 디테일하게 봤고 VJ특공대나 생활의 고수에 나온 세신사분들 영상을 보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세신사의 이미지가 확연히 달라졌다. 이 분들이 피땀 흘리며 열심히 살아가시고 뜻 깊은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하시는구나 싶어서 '배쓰맨'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고 선배님들과 하면서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리오의 안무가 참 예쁘던데 작품을 위해 별도로 현대무용을 접목해 연습한 게 있는지.

ㄴ 한선천: 현대무용이 뮤지컬에 들어오는게 무척 튈 수도 있고 안 어울릴 수도 있는데 사실 비너스의 마법에 걸려서 때수건이 움직이는 대로 하게 되며 저만의 것을 찾아간다는 의미로 안무를 만들었다. 최대한 어울리게끔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고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올 수 있도록 연구한 것 같다.

 

연출로서 첫 작품인데 안무가와 달리 어렵고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ㄴ 정도영 연출: 생각보다 힘들다는 거 처음 알았다. 공식적으로 첫 작품인데 연출은 저랑 안맞는 거 같다(웃음). 농담이고 만들면서 배우들이 많이 도와줬다. 저도 배우 개개인의 능력치를 살리는데 주안점을 둬서 힘들었다기보단 배운다는 느낌. 또 하나 배운다는 느낌으로 공연에 임한 것 같다.

▲ 최미소, 전태경

남자 위주의 작품에 혼자 있게 되면 아무래도 여배우로서의 비중이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비너스를 어떻게 연기하려 했는지.

ㄴ 최미소 - 저도 이렇게 남자만 많은 작품은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연습 과정에서 정말 너무 재밌게 했다. 여자 배우가 얼마 없으니까 좋은 점도 있었다. 오빠들도 잘해주셨고 여배우로서 케어를 많이 받아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것보다는 무대 위에서 비너스로서의 존재감이 확실했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었다. 그걸 배우의 역량으로 채워가야겠다는 각오가 있다.

ㄴ 전태경: 저는 이게 거의 데뷔작이다. 많이 배우는 자세로 임했는데 남자들의 비중이 많아서 불편하다거나 그런 건 없었고 오히려 편하게 임했던 것 같다. 비너스라는 역이 판타지적이고 정해진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그걸 찾아가는 과정에서 공부가 많이 된 것 같다. 이런 좋은 역 맡게 돼서 감사하고 열심히 임하고 있다.

 

최장남은 모든 인물을 아우르는 백설탕의 대표선수다. 그렇지만, 백설탕만을 위하거나 하는 인물은 아닌 것 같은데 본인이 박사장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건지 궁금하다.

ㄴ 서승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두 번이나 변했는데도 백설탕 한 곳에서 일하는 삶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 같다. 여러 자료나 이미지로 캐릭터를 구축하려 노력했다. 최장남은 장남으로서 동생들을 챙기기 위해서 열심히 일한 사람이고 그래서 결혼도 못한 노총각이다. 저는 그렇게 자라지 않았지만 어른들 시대는 맏이로 태어나면 동생들 위해 희생한 경우가 많았고 동생들 크는 거 보며 흐뭇하게 살고 그랬을 텐데 제 생각에도 최장남이 장남이 아니라면 평범하게 살수도 있고 스파피아에 맞춰 새 직업을 찾을 수도 있고 그랬을 것 같다. 개인적으론 작품 맡으며 어려운 점이 많았다. 제 외모가 너무 잘 생겨서 20년 경력의 세신사처럼 보이지 않아 분장팀이 고생했다(웃음). 농담이고 정말 형들에게 도움 많이 받았고 중요한 건 진실이고 메시지라 생각하기에 최장남의 애환도 깔려있다는 점을 봐주시면 좋겠다.

ㄴ 이시후: 일단 최장남은 백설탕 속에서 기둥과 같은 존재다. 그가 없으면 영업이 안되고 가장으로서도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분명 어딘가에 많을 텐데 그들이 얼마나 멋진지 다시 깨닫게 되는 캐릭터였고 제가 만약 목욕탕을 운영한다면 사업아이템으로 힌트를 얻은 게 있는데 20년, 30년 전에 목욕탕이 가진 특징과 현대적인 기술을 접목해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목욕탕을 해보면 장사가 잘되지 않을까 싶다. 관광객들에게도 마케팅할 수 있을 것 같다. 박사장과는 계속 가야한다. 의리가 있지 않나(웃음).

 

ㄴ 김주호: 우선 내일 모레 결혼하는 이시우 배우에게 축하를 드린다(웃음). 좋은 답변은 동생들께서 잘 해주셨고 저는 이 작품하면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겠다. 이 작품 준비하며 동네 목욕탕을 한두 번 간 적이 있다. 전에는 몰랐던 그런 디테일들이 선명하게 보이더라. 목욕탕이 이런 곳이구나 싶었다. 써있는 문구들도 재밌었다. 뛰지 마세요. 염색하지 마세요 미끄러움 주의. 열탕. 냉탕. 이런 문구 하나하나 눈에 쏙쏙 들어오더라. 예전에는 목욕탕은 그냥 술 마시고 알콜 빼러 가는 곳으로 생각했는데(웃음) '배쓰맨'을 하면서 뭔가 목욕탕의 따스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것 같다. 제가 아들이 있는데 언젠간 이 애가 크면 같이 목욕탕에 갔다 짜장면 먹는 게 작은 소망이다. 그런 의미가 이 작품을 통해 잘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목욕탕은 참 따듯한 곳인 것 같다. '배쓰맨'도 참 따듯한 작품이다.

 

초기에 알려진 것과 달리 제작진과 배우들은 '배쓰맨'이 지닌 따듯함, 차별과 편견을 뛰어넘는 태도를 강조했다. 과연 이들의 바람이 공연으로 무사히 전해질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뮤지컬 '배쓰맨'은 11월 26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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