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새로운'이란 단어를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이전에는 없었을 테니 어떤 것일지에 대한 기대 혹은 듣도 보도 못한 괴상한 것일 수도 있다는 걱정? 어느 감정이든 처음 접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설렘은 있을 것이다. 그 설렘이 끝까지 유지될지, 와장창 깨져버릴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새로운 것을 대하는 감정만큼이나 태도도 양극적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험 요소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기존의 것만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 옳다고 판단할 수 없는 문제지만, 그와 상관없이 두 집단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뮤지컬이 있다. 전자인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없이 채워줄 수 있고, 조금은 두렵더라도 후자인 사람들에게도 이전과 다른 시각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바로 '새로운' 뮤지컬 '인 더 하이츠'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가 새로운 작품인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뮤지컬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랩과 힙합, 스트릿 댄스 등을 적극적으로 작품에 활용했다. 호불호가 강한 장르인지라 색다름보다 '왜 굳이 랩과 힙합을?'이란 의아함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작품이 궁금하지만 선뜻 예매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두 눈 질끈 감고 용기있게 선택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커 보인다.

그렇다면 왜, 그리고 어떻게 랩과 힙합을 작품에 녹여냈는가. 필자도 걱정이 앞선 관객 중 하나였지만 실제로 작품을 보고 나선 기우였다며 웃을 수 있었다. '인 더 하이츠'는 미국 뉴욕의 라틴 할렘이라 불리는 워싱턴 하이츠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돈 때문에 떠밀리듯 미국으로 이주하고 아메리칸 드림은 사라진 지 오래인 그들에게 사회 현실을 날카롭게 표현하고 풍자하는 랩은 상당히 궁합이 잘 맞는다. 듣기 어색하던 랩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도 모르게 비트를 탈 정도로 관객들의 마음을 저격한다. 또 시종일관 랩이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시원한 가창력을 느낄 수 있는 노래도 곳곳에 포진돼 있어 랩에 대한 피로도를 적절히 끊어준다. 다만 배우와 음향에 따라 가사 전달력이 떨어지는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속도감을 위해 빠르게 가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지만, 전달력이 떨어지면 극에 대한 집중도와 이래도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랩과 함께 펼쳐지는 안무도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 축이다. 현대무용과 스트릿댄스가 조화된 안무는 주연 배우들이 더욱 주목받을 수 있게 빈 무대를 꽉 채워주기도 하고, 때론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낼 만큼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새로움에 가려 자칫 잃을 수도 있었을 보고 듣고 즐긴다는 뮤지컬 특성에 아주 잘 부합하는 구성이다.
 

   
 

한편 극의 구성만큼이나 중요한 게 배우들이다. 아무리 작품이 훌륭해도 관객에게 충분히 다가가지 못하면 전혀 감동을 할 수 없기 때문. 그런 면에서 '인 더 하이츠'는 과감하면서도 어쩌면 당연한 선택을 했다. 바로 아이돌. 유명 연예기획사 SM의 자회사인 SM C&C가 투자한 작품이니 어느 정도 예상된 바긴 하지만, 생각보다 더 많은 아이돌이 캐스팅됐다.뮤지컬에 도전하는 아이돌이 적지 않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마냥 고운 건 아니다. 이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 이지나 연출은 "아이돌이기에 더 잘할 수 있는 작품이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공연이 진행될수록 근거가 '있던'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뮤지컬만 하던 배우가 기존의 넘버(노래)와 전혀 다른 랩을 소화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뮤지컬 배우보다 상대적으로 랩이 익숙한 아이돌을 함께 캐스팅함으로써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환상의 짝꿍'이 되게 한 것이다. 뮤지컬이 처음인 아이돌도 있고 아무래도 가요 무대와 뮤지컬 무대는 다르기 때문에 연기에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인 더 하이츠'가 아이돌 재롱잔치가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서로 다른 분야의 배우들이 서로 얼마나 노력했는지 살짝이나마 알 수 있었다.

랩, 힙합, 아이돌.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라 해서 놓치기엔 아쉬운 작품이다. 작품에 담긴 메시지 또한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장 오늘을 살아가는 것조차 버거운 이민자들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웃으며 살아간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으며. 팍팍한 현실이지만 그들의 웃음에 담겨있는 의미를 우리에게도 적용해보는 건 어떨까.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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