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미국의 세계적인 시인 게리 스나이더가 자연과 생명의 회복을 위해 사십여 년에 걸쳐 써온 강연문과 기고문을 모은 산문집 '지구, 우주의 한 마을'의 개정판이 출간됐다.

지난 2005년, 창작과비평사를 통해 출판된 이 책은 시인 뿐 아니라 자연 속에서 노동하고 명상하며 평생을 보낸 구도자로, 희귀생물 종 보호와 소수민족문화 보존운동에 헌신해온 활동가로 삶과 시를 일치시켜온 게리 스나이더의 인간, 자연, 우주에 대해 깊은 통찰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문장에 담겼다. 스나이더는 자연에 대해 깊은 명상과 통찰, 자연 파괴와 환경오염에 대한 분노, 서구 문명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담은 작품을 발표하며 1950년대 미국 비트 제너레이션 문학의 태동에 큰 영향을 미친 이래 최근까지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미국 시인 가운데 한사람이다.

1부 '미학'은 우주 속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진정한 삶을 위해 예술과 문학, 특히 시가 맡아야 할 몫에 관해 이야기한다. 스나이더는 인간이 자연의 핵심적인 본성인 야성을 잃어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점점 세계와 차단된다고 지적한다. 자연 세계로 들어가 모든 동식물과 공감하며 연결되기 위해서는 야성의 상상력이 필요하며, 여기에 시와 노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는 중국 고전시가와 아이누족의 구비전통을 예로 들어 시와 노래가 공동체를 강화하고 정신적인 삶을 높이며, 인간이 '인간 아닌 존재'의 세계로 들어가는 창구로서 기능해왔음을 밝힌다.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 종의 보호와 마찬가지로, 사멸해가는 담시․민화․신화 등 구술 문학과 민간전승의 보존과 연구를 통해 문화적 종족근절에 맞서 인류의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고, 시와 노래 속에 흐르는 근원적인 의사소통의 에너지를 복원하여 생물학적, 문화적 생태계의 균형을 이루자고 제안한다.

   
▲ 게리 스나이더

2부 '윤리'는 지구가 처한 생태적 위기의 여러 양상을 분석하고, 그 대안으로 환경과 생태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일상에서의 실천을 역설한다. 환경위기의 근원에 있는 인간중심주의와 진보에 대한 환상을 비판하며,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불교의 만다라상을 제시한다. 스나이더의 생태주의 논의는 '모든 생명의 마을회의' 건설로 집약된다.

스나이더는 서양의 뿌리 깊은 인간중심주의를 바로잡기 위해서 주체와 타자, 자아와 환경에 대한 시각의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며, 타자에 대한 자발적인 자비심으로 요약되는 불교와 도교의 가르침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하지만 특정 교의에 얽매이지 않으며, 과학적 접근을 강조하고, 정치적․사회적 활동과 공적 교육을 중시한다. 관념이나 수사를 넘어 구체적인 장소, 삶의 토대에 기반을 둔 생태지역주의 공동체를 건설하자고 권유한다.

3부 '유역으로 와서'는 1969년부터 미국 씨에라네바다의 숲 속에서 야생의 삶을 살아온 체험을 바탕으로 각자가 거주하는 특정한 장소의 역사와 사회문화, 자연환경에 대한 이해가 생태주의의 출발임을 말한다. 산업화에 밀려 대지와 유리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생태계의 일원으로 '재거주'를 시도하자고 제안한다. 스나이더는 캘리포니아에서 생태지역주의에 근거해 벌인 민관협력사업의 경과를 전하면서 대안적인 생태지역 공동체의 발전방향을 밝힌다.

생태지역주의란 행정적 필요 때문에 인위적으로 그어진 경계를 해체하여 구조적․기능적 일관성을 지닌 대생태계의 단위별로 재구성하자는 주장이다. 스나이더는 장기적으로는 초강대국 미국을 7~8개의 자연국가로 나누고, 각각의 유역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통치하도록 만들자는 과감한 제안에까지 나아간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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