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신민, 이지유, 오정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로미오'와 '줄리엣' 정도의 스파크라면 정말 인생에 다시 못 올 기회임엔 분명하고 잡아야 한다고 본다."

원수 집안 캐플릿가와 몬태규가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이들은 결국 죽음을 택한다. 그리고 두 가문은 싸움을 멈추고 화해를 한다. 이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요 줄거리이고 이 시대를 사는 거의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만큼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줬다. 영화만 봐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로미오', 올리비아 핫세의 '줄리엣'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연극과 뮤지컬의 단골 소재로 공연됐다. 그러므로 11월 8일까지 성균관대 새천년홀에서 공연되는 '로미오와 줄리엣' 창작뮤지컬은 특이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박제가 되어버린 지식인과 돈이 많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부자 등 다양한 인간의 군상들이 때론 코믹하고, 아름답게 공연에 등장하면서 기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와는 차별성을 두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시 언어와 클래식한 음악이 버무려지고, 큰 공연장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만든 세트와 영상은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주는 감동을 배가한다.

여기 세 명의 배우 신민, 이지유, 오정석을 만났다. 배우라면 꿈꾸는 배역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하는 이들이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캐릭터 준비를 해왔을까? 영상으로 먼저 출연 계기를 확인하고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신만의 '로미오', '줄리엣'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ㄴ 이지유 : 오히려 원작에 가깝게 하려다 하다 보니, 그것으로 인해 새로운 '줄리엣'이 탄생한 것 같다. 연출님께서 의도하셨던 부분이 입체적인 캐릭터다. 그동안엔 전형적인 틀에 갇힌 캐릭터로 많이 표출됐다. 이번엔 원작에 가깝게 무대에서 구현하고 싶다고 했다. 그것을 중점으로 표현했다. '줄리엣'이 마냥 청순한 캐릭터라기보단 자기 의지도 분명하고, 귀엽고, 새침하고, 화가 나면 막말도 하는 캐릭터다.

대본도 원작과 가깝게 만들어진 대본이기도 하고 그렇게 표현하기로 노력했다. 관객분들이 봤을 때, 오히려 생소할 수도, 낯설 수도 있어서 그런 합의점을 잘 찾아서 밀당을 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 공연했지만, 아직 그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연출님이 생각하신 부분과 제가 표현하고 싶은 부분을 더 생각해서 좀 더 매력적인 '줄리엣'을 만들기 위해 아직도 노력하고 있다.

오정석 : 원작에 가깝다. 대사나 여러 가지가 방금 이지유 누나가 말한 것처럼, 전형적으로 작품에 가깝게 살렸는데 원작에 시적인 대사나 달콤하고 은유적인 표현이 많다. 그런 대사들을 시적으로 달콤하게 읊는 것이 아니고, 그것도 대사이고 연기를 하는 것이니, 드라마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 대사를 할 때 상태나 그런 것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슬픈 장면이면 슬픈 장면이거나 기쁜 장면이면 기쁜 장면이건 간에 그 상태와 정서가 느껴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사실 저는 보통 다른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잘생기거나 잘빠진 '로미오'가 아니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 개성을 찾으려고 생각하고 누나와 계속 똑같이 고민 중이다. 저만의 '로미오'로 말을 할지 고민 중이다. 제가 연기하는 것이 기존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를 거라 본다.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지루하지 않을 거라 자신한다.

신민 : 제가 좋아하는 용어로 '뷰자데'가 있다. '데자뷰'를 거꾸로 한 말이다. '데자뷰'가 보지 않았는데, 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우리가 신이 아닌 이상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창조자가 아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유에서 유를 재창조하는 역할을 배우도 해야 한다. 흔히 봐왔던 '로미오'에서 저만의 '로미오'를 입히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 고민의 원인이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해석이 여러 상업적인 것들에 비해 많이 다르다.
 

   
 ▲ 신민

입체적인 '로미오'를 표현하려 하는데 남들이 아는 '로미오'의 표면성보다 내재적인 것을 끄집어내는 분량이 많다. 플레이 타임과 넘버가 많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내가 가지고 있는 원래 캐릭터에서 어떻게 재창조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어젯밤에도 한 것 같다. 예를 들면, 별로 화내는 습관이 없었는데 죽도록 화를 내본다든지, 진짜 멍청이처럼 웃어본다든지 저를 버리는 과정을 아직도 찾고 있다. 신민이라는 유에서 새로운 '로미오'라는 유로 재창조 되었으면 좋겠다.

연습 중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ㄴ 신민 : 여배우가 너무 예뻐서, 두 '로미오' 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애정공세를 한 것 같다. (웃음) 알게 모르게 좀 더 빨리 친해지려고 노력한 것이 있다. 최근엔 작품이 공연에 올라가기 직전 빼곤 셋이 주로 잘 다녔다. 공연 일정이 나뉘는데, 이때부턴 나눠 가질 거 왜 싸우는지 했다. (이지유 : 진짜 싸우는 줄 아시겠다) (웃음) 연습하면서 많이 다치기도 했다. 지금도 피멍이 든 곳이 있다.

이지유 : 마지막 솔로 두 곡을 부르는데, 그때 보컬 선생님이 저한테 한 번도 화를 내거나 울분을 토해본 적이 없느냐고 한 적이 있었다. 더 노래를 세게 불러라 하셔서 좀 그게 힘들었다. 지금은 잘 극복해서 원하시는 그 방향으로 부르고 있다.

신민 : 헤어나 메이크업을 30분간 열심히 받는다. 열심히 받고 오면, 30초 만에 무대에 와서 땀을 흘린다.

이지유 : 저희 공연이 소대로 나가는 시간이 거의 없다. 2시간 내내 항상 등장해 있다. 그러다 보니 물 마실 시간, 분장 수정 시간, 코 풀 시간이 다 없다. 두 시간 동안 에너지를 여기서 풀어내는 게 힘들다. 타 뮤지컬과 다르다. 한번은 우는 장면에서 연습할 때 실제로 울면서 했는데, 코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니 노래가 막혔다. 이걸 잘 조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뮤지컬이다 보니 너무 감정에 빠져서 노래의 기술적 부분들을 놓치면 안 되니 그런 부분도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끝나면 눈썹이 없어질 정도다. 분장 수정받을 시간도 없으니 눈썹이 사라져있다. 여배우로 고충이다. (웃음)
 

   
▲ 이지유

신민 : '티볼트' 씬에서 악을 지르는데, 그 악을 지르고 격정적인 노래가 두세 곡 나온다. 제가 유리성대여서 장담하건대 공연 때 한 번은 삑사리를 내지 않을까 싶다. 그 씬이 위태위태하다. 정석 배우님은 잘한다. 저만 음 이탈을 하고 그런다. (이지유 : 말만 그렇지 아직까진 없었다.) (웃음) 여기에 제일 큰 에피소드가 있다. 술을 잘 마시는 데 지금 참고 있다. 이게 완전히 크다. (웃음)

이지유 : 저는 술뿐 아니라 탄산음료도 못 마셨다. (웃음)

오정석 : 저는 술을 무척 좋아해서 도저히 끊을 수 없어서 그냥 마셨다. (웃음)

원작이 10대 후반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다. 단순히 치기 어린 젊은이들의 사랑 때문에 나온 비극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이런 사랑도 진정한 사랑이라 생각하나?
ㄴ 이지유 : 분명 서로가 진실하게 사랑하는 것은 기본 베이스가 깔린 것 같다. 하필이면 결혼을 한 지 하루 만에 '로미오'의 성급함과 '티볼트'의 악에 받치는 성격적 결함으로 인해 칼싸움으로 나서 비극적 운명이 나오게 된다. 사랑도 하기도 하지만, 운명적 시간의 장난 같은 그런 것 때문에 일어난 것 같다.

신민 : 장담하건대 '로미오'와 '줄리엣'을 집안사람들의 참견 없이 가만히 놔뒀으면 50일도 못 넘겼을 것이다. (웃음) 그런 애들인데, 왜 옆에서 더 애절하게 만들었을까? 여러 사람이 둘을 뭐라고 하고 갈라놓으려고 하니 더 아쉽고 달라붙게 된 것 같다. 사실 불꽃 같은 사랑이 오래갈 수 있는 사랑보단 화약 같은 사랑일 수 있다. 가만히 놔뒀으면 알아서 잘 헤어졌을 텐데, 원래대로 돌아갔을 텐데라는 생각도 해본다.

오정석 : 그게 10대의 사랑이라 그런 것 같다. 싸움이 벌어진 것도, 욱하고, 성미가 급하고, 다들 어릴 때여서 불타는 청춘이었다. 질투와 그런 것을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오니 극단적인 비극까지 가는 것이 다 철없는 어린 학생들이라서 그렇게 흘러간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도 해봤다.
 

   
▲ 오정석

만약 자신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ㄴ 신민 : 100% '로미오'처럼 할 것 같다. 오히려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이 두 사람의 사랑을 형성하는데 훨씬 돈독한 베이스를 만들어낼 것 같다. 삶에서 몇 번 이게 나한테 온 기회인지 아닌지 모를 때가 많다. 극 중 '로미오'와 '줄리엣' 정도의 스파크라면 정말 인생에 다시 못 올 기회임엔 분명하고 잡아야 한다고 본다.

오정석 : 저도 민이형과 결론은 똑같다. 주변 상황에 도움을 받는 것이라기 보던 개인적인 성향상 제가 연애를 하고 사랑할 때 이렇게 말하면 발가락이 오그라들 수 있는데 '로미오'와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이 들었다. 연기나 대본을 볼 때 저도 푹 빠진다. 한 번 연애하면 되게 오래 만나고 다 빼주는 스타일이다. 제가 먼저 여자에게 이별통보를 한 적도 없고 끝까지 사랑한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더 놓지 않으려고 부여잡으려고 했을 것 같다. 목숨을 걸 정도로 발악했을 것 같다.

이지유 : 극단적인 게 제가 마음을 열었을 때와 열지 않았을 때가 너무 다르다. 마음을 열지 못한 상태로 사랑하게 되면 한없이 도도하고 차가운 여자인데, 마음을 열면 온 마음을 다해 그 사람 자체가 선물 같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는 가치가 어떤 비유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를 크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저 또한 집안에 반대를 무릅쓰고 그 사랑을 이어갔을 것 같다. 그 정도 사랑에 빠진 남자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 사랑 하나가 제 인생의 목표가 되었을 것 같아서 이해하고 공감을 한다.
 

   
▲ (왼쪽부터) 신민, 이지유, 오정석이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신민 : 오시면 처음엔 배우와 관객 사이로 만나지만, 나중에 인간 대 인간으로 친하게 지내는 팬분들이 많다. 생각보다 깊은 교우 형성이 된다. 많이 찾아와주시면 인간 신민으로 답해드릴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고, 다가와 줬으면 좋겠다. (이지유 : 팬분들과 상당히 사이가 좋다.) 가족 같다. (웃음) (이지유 : 선물을 그렇게 많이 주신다) 인기가 많다. (웃음)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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