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술의전당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The Great 3B Series', 2014년 'Great Composer Series - 차이콥스키' 등 한 작곡가의 음악을 집중 조명하는 시리즈를 기획한 예술의전당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에 걸쳐 'Great Composer Series - 브루크너'를 선보이고 있다.

'Great Composer Series - 브루크너'는 지휘자 임헌정의 철저한 분석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탄탄한 연주로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을 탐구하는 의미 있는 시리즈다. 지난해 11월, 브루크너 시리즈의 첫 음악회에서 임헌정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치밀한 분석과 세밀한 연주로 교향곡 제7번을 연주하며 대담한 화성과 장대한 표현 양식, 독특한 사운드로 가장 독창적인 음악을 구현해낸 작곡가 브루크너의 음악 세계를 심도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관객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특히 최근 한국 오케스트라로는 처음으로 오스트리아 린츠의 브루크너하우스 홀에서 열린 '제42회 브루크너페스티벌(Brucknerfest Linz)' 폐막공연에 초청 받아 오스트리아 관객들에게 큰 박수갈채를 받으며 성황리에 마쳤다. 세계무대에서 그 기량을 인정받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지휘자 임헌정과 함께 학구적이면서도 융통성을 잃지 않는 시도를 보여줄 예정이다.

네 번째 음악회로 오는 29일 열리는 공연 1부에선 모차르트의 성숙한 기량이 한껏 발휘된 피아노 협주곡 중 그 어떤 곡보다 주제가 풍부한 피아노 협주곡 제23번이 선보인다. 1악장은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선율을 끊임없이 쏟아내는데, 자매작이라고 할 수 있는 22번(K.482), 24번(K.488) 두 피아노 협주곡의 1악장과 달리 선율이 길게 이어지며 계속해서 전개부를 확장하며, 1악장의 풍부한 선율이 지나가면 섬세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곡의 부드러운 소리의 세계는 곡의 형식과 의도가 조화를 이룬 결과다.
 

   
▲ 피아니스트 김태형

특히 곡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분위기를 아름답고 우아한 선율이 감싸고 있다. 모차르트는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할 때 마침 3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였는데, 그래서 분위기가 비슷하다, 특히 피아노 협주곡 제23번 K.488의 아다지오 악장이 오페라와 분위기가 가장 비슷하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세계적인 콩쿠르에 입상하며 국내외에서 저력 있는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태형의 협연으로 연주된다.

또한, 2부에서 브루크너의 두 번째 교향곡 제1번이 연주된다. 브루크너 자신이 '건방진 아가씨(Daskecke Beserl)'라고 부를 정도로 흥미 있는 작품이다. 멋도 모르고 건방지고 뻔뻔스럽게 행동하는 말괄량이 아가씨와 같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불렀다. 후속작인 0번의 작곡 시기 추정문제로 세 번째 교향곡이라고 언급하는 이도 있으나, 전작이 00번이 버로우탄 관계로 1번의 영예는 이 곡에게 돌아갔다. 초연 때는 악단의 연주력 부족과 브루크너 자신도 관현악 지휘가 엉망이었던 탓에 연주자들에게 자신의 곡을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한 것이 초연 실패의 큰 원인이었다. 물론 청중들도 곡을 이해하지 못했다.

음악 외적인 문제도 있었는데 공연 직전, 린츠 시내를 가로지르는 도나우 강의 다리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도 간접적인 초연 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되기로 한다. 뼈아픈 실패 후 브루크너는 1877년과 1891년에 두 차례 곡을 뜯어고쳤는데, 2차 초연에서는 1891년 개정판을 사용해 공연했다. 이때쯤에는 브루크너는 작곡가로서도 나름대로 명망 있는 인물이었고 악단과 지휘자도 당시로써는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음의 움직임이 그리 많지 않은 대다수의 브루크너 작품과는 달리 16분 음표나 32분음표 등 짧은 음가의 음표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특히 '힘차게, 불같이' 라고 표기된 4악장에서는 브루크너답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브루크너 전곡 시리즈는 2016년까지 매년 4회의 음악회가 예정되어 있으며 김태형을 비롯하여 손열음, 임선혜, 최나경 등 국내·외 최고의 솔리스트들과의 협연 무대가 마련된다.

국내 최초로 1999년부터 5년간에 걸쳐 말러 교향곡 전곡을 완주하며 한국 음악계에 '말러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지휘자 임헌정이 2014년 11월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3년에 걸쳐 예술의전당 'Great Composer Series - 브루크너'로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대장정을 펼친다. "말러는 끊임없이 신을 찾고 있지만, 브루크너는 이미 신을 찾았다"는 지휘자 브루노 발터의 논평처럼 좋은 친구 사이였던 두 사람의 음악은 다른 듯 닮았다. 브루크너는 인고와 좌절의 세월을 버텨 내며 그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구축해냈고, 이렇게 완성된 9개의 교향곡은 오래 음미해 들을수록 더욱 매력적인 곡들이다.

지난 6월 코리안심포니의 예술감독으로 새롭게 출발한 임헌정의 취임연주 이후 코리안심포니의 정기연주회는 모든 자리 매진을 거듭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장대하면서도 독창적인 음악으로 사랑받는 브루크너 음악의 감동이 더욱 배가 되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2016년까지 펼쳐질 브루크너의 세월을 초월한 듯한 신비로운 울림은 우리의 영혼과 공명하여 끊임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예술의전당 브루크너 시리즈에서 가장 기대되는 점은 학구적이면서도 융통성을 잃지 않는 임헌정의 독창적인 시도다. 지휘자이기 이전에 훌륭한 작곡가이기도 한 임헌정은 때때로 악보를 수정해 연주하기도 하는데 여러 작곡가 가운데서도 악보의 '판본'이 중요한 브루크너 교향곡 연주에서도 임헌정은 판본을 뛰어넘은 독창적인 시도를 보여주곤 한다. 작곡가 브루크너는 자신의 작품을 여러 차례 수정했던 탓에 같은 교향곡이라도 여러 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임헌정은 브루크너 교향곡의 판본에 얽매이지 않고 음향효과를 위해선 과감한 실험도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 2007년 11월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연주회에서도 임헌정은 3악장 클라이맥스의 극적인 효과를 위해 팀파니 한 대를 더 추가해 압도적인 소리를 만들어냈다. 이번 코리안심포니와 함께하는 브루크너 전곡 시리즈에서는 어떤 임헌정 버전을 선보일지 기대를 걸어본다.

한편, 브루크너의 교향곡은 '아는 만큼 들린다'는 문장이 매우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처음 접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브루크너의 음악을 공연 시작 30분 전, 브루크너와 관련된 음악 지식과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음악평론가 최은규가 해설자, 그리고 연주자의 입장에서 들려준다. 이번 공연은 2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2만원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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