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pjg5134@mhns.co.kr

▶공연메모
경기도립극단의 양정웅 예술감독 이오진 작 이대웅 연출의 윤이상 상처 입은 용
- 공연명 윤이상 상처 입은 용
- 공연단체 경기도립극단
- 예술감독 양정웅
- 작가 이오진
- 연출 이대웅
- 공연기간 2017년 10월 21일~29일
- 공연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 관람일시 10월 28일 오후 3시

[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경기도립극단(단장 윤봉구)의 양정웅 예술감독, 이오진 작, 이대웅 연출의 <윤이상 상처 입은 용>을 관람했다.

윤이상(尹伊桑, 1917~1995)은 서독과 통일 독일에서 활동한 경남 산청 출신의 현대 음악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 기타리스트, 첼리스트 이다. 서양 음악에 동양적인 요소를 쓴 독자적인 작곡으로 평가받는다. 도교와 불교를 소재로 하는 곡이 많고, 성서의 글을 가사로 한 곡도 있다.

생애 대부분을 기독교 신자로 보냈고, 말년에 불교에 귀의하였다. 클러스터 기법 등 당대 최첨단 작곡 기법을 응용하여 서양 악기와 음악체계로 동양적인 음색과 미학을 표현할 수 있게 고안한 주요음 (Hauptton) 기법과 주요음향 (Hauptklang) 기법이라는 작곡기법을 개척했다.

윤이상(1917~1995)은 동서양을 잇는 세계적 작곡가다, 특히 북한에서 애국자'로 칭송받은 인사다. 1963년부터 1991년 10월까지 여러 차례 입북하는 등 1995년 사망할 때까지 수십 차례 북한을 오갔다. 1984년 평양에 '윤이상 음악연구소'를 설립했고, 김일성 75회 생일에는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라는 곡을 발표했다.

평양에는 '윤이상 음악당'이 있다. 1992년 북한에서는 윤이상을 모델로 한 영화 '민족과 운명'이 만들어졌다. 김일성은 윤이상을 '조국 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활동하는 애국지사'로 격찬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직무대행 오정희)가 경기도 문화의 전당-경기도립극단과 함께 공동기획으로 추진한 연극 <윤이상; 상처입은 용>은 윤이상(1917년~1995년)의 탄생 100주년 기념 연극이다,

이 연극은 루이제 린저(Luise Rinser1911~2002)의 저서 <윤이상과의 대담집>을 <가족오락관>, <바람직한 청소년> 등의 작품을 쓴 이오진 여류작가가 희곡으로 구성하고 <보물섬>, <더 정글북>을 연출한 이대웅이 연출을 했다.

루이제 린저(Luise Rinser) 는 독일 피츨링에서 태어났다. 8살 때 처음으로 시를 썼지만 부모님이 그녀의 시를 듣고 웃는 바람에, 십대에 다시 시를 쓸 때에는 다른 사람 몰래 쓰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에서 교육학과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1935년에 학교 교사가 되었으나, 1939년에 나치의 억압으로 해직통보를 받게 된다.

첫 번째로 출간된 그녀의 책은 『유리반지』인데, 이 작품이 나오자마자 나치로부터 출판 금지를 당하게 되었다. 나치당에 대항한 것으로 유명하며, 반 나치 투쟁을 벌이다가 감옥에 가기도 했다. 번역가 전혜린의 소개로 더욱 유명해진 『생애 한 가운데』와 『덕성의 모험』, 『다니엘라』, 『잔잔한 가슴에 파문이 일 때』, 『완전한 기쁨』,『고독한 당신을 위하여』, 『미리암』, 『아벨라르의 사랑』과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야기를 쓴 『꺼지지 않는 불』과 작곡가 윤이상과의 대담집인 『상처 입은 용』 등이 있다. 이 연극의 제목인 <윤이상, 상처입은 용>은 루이제 린저(Luise Rinser) 의 “윤이상과의 대담집”의 제목이다.

무대는 마치 바다 속이나 거대한 수족관을 들여다보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정면은 아래위로 나뉘고, 위의 교실의 칠판 같은 공간은 건반악기, 거문고, 타악기, 첼로 등을 연주하는 연주석이다. 아래는 여닫이문이 있고, 사각의 작은 공간이나, 무대 뒤로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그 앞쪽에 철제 봉으로 조성된 기둥에 중간에 단을 놓아 연결시키고, 좌우로 계단을 부착해 오르고 내리도록 만들었다. 무대좌우에 문처럼 나있는 통로로 이동시켜 내가고 들여다 사용한다. 영상으로 물고기의 유영 장면을 투사하고, 극 전개에 따른 연주로 극 분위기를 창출시킨다.

수족관 외벽도 출연자들의 등퇴장 로가 되고, 수족관 앞부분도 출연자가 걸터앉도록 연출된다. 연극은 도입에 출연자 전원이 객석 좌우의 긴 계단 위로부터 손에 긴 막대기에 등불을 들고 등장해 무대로 들어서고, 철봉으로 된 계단 위로 올라서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6세, 17세, 21세, 29세, 35세, 47세, 50세의 윤이상이 각기 다른 출연자가 윤이상 역을 맡아 등장하고, 루이제 린저(Luise Rinser)와의 대화에서 극이 전개된다.

루이제 린저가 청춘시절의 윤이상이 왜 항일운동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는지, 유학과 본격적인 음악활동의 시기, 마지막으로 동베를린 사건과 그 후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윤이상이라는 한 인간의 성장 과정이기도 하지만 한 음악가로서의 원천, 민족주의 운동가로서의 시발점, 음악가로의 성숙기, 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민족주의 운동가로서의 성숙기로 펼쳐진다. 현대음악사의 가장 중요한 장면이자, 한국 현대사를 고증하는 한 음악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넘어선 역사적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윤이상에게는 별명처럼 상처 입은 용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윤이상의 어머니는 그가 태어날 때 용꿈을 꾸었는데, 용은 그가 태어난 지리산 상공을 휘돌고 있었으나 하늘까지 높이 차오르지 못했다. 상처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그 꿈을 윤이상에게 있어 심각하고 중대한 운명을 예언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윤이상 자신은 그 꿈을 자신의 첼로 협주곡에 비유해 설명한다.

윤이상 자신이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던 첼로가 지향하기는 하나 도달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절대의 높이 즉 신적인 음역인 트럼펫의 A음에 도달하지 못하는 운명을 뜻한다는 것이다. 그 절대의 순수는 윤이상이 추구하던 음악과 정신이었고, 끝내 거기에 도달하지 못한 상처였으며, 그의 생애는 그 절대적인 트럼펫의 A음을 향한 긴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경남 통영이 고향인 윤이상에게 있어 통영의 풍경과 어린 시절의 추억들은 그의 음악의 자양분이 된다. 바닷가에서 들은 어부들의 뱃노래와 봄이 되면 들려오는 개구리의 합창, 유랑극단에서 들은 몽골의 현악기 호금과 거문고 악기 등의 소리들은 그의 내면 깊이 간직되어 있다가 후에 음악을 만드는 데 여러 가지 소재로 쓰인다.

일본에서 음악 교육을 받은 윤이상은 고향으로 돌아와 음악 교사를 지내다가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음악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고, 파리음악원에서 작곡 기법을 배우고 1년 뒤 베를린으로 가 블라허와 루퍼 밑에서 공부한 뒤 1959년 다름슈타트 음악제에 12음 기법으로 쓴 을 초연해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그 뒤 도교와 불교, 조선의 궁중음악 등 동양적인 소재를 현대 음악적 기법으로 표현한 많은 작품들을 써냄으로써 유럽 음악계에 가장 논란이 되는 음악가의 한 사람으로서 자리를 굳히게 된다. 그리고 정치적 사건에 연루된 이야기도 펼쳐진다.

그러나 연극은 정치적인 문제보다는 윤이상의 현대음악과 관련한 내용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 특히 대단원에서 윤이상이 “누가 나를 기억하랴?”하며 배경의 깊은 통로 속으로 향하는 장면은 극의 백미(白眉)로 기억에 남는다.

경기도립극단 단원 이찬우, 한범희, 이충우, 윤재웅, 윤성봉, 정헌호, 그리고 여배우 장정선이 연령별 윤이상 역과 아역으로 출연해 호연과 기량을 드러내고, 격동의 역사의 곁에서 고뇌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박현숙이 루이제 린저(Luise Rinser)로 출연하고,

김종칠, 이태실, 서창호, 강상규, 강성해, 양진춘, 강아림, 김길찬, 임미정, 연보라, 노민혁, 정다운 등 출연자들의 호연과 열연이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연주자로는 건반악기 허 안, 첼로 박기흥, 거문고 박소연, 타 악 퍼커션 정성욱 등의 연주가 극적 분위기 창출과 상승을 주도한다.

 

음악감독 작곡 허 안, 조연출 김수정, 드라마트루크 이단비, 무대디자인 이윤수, 무대감독 이경원, 조명디자인 탁형선, 음향디자인 구종회, 영상디자인 김장연, 영상감독 홍성민, 의상디자인 이명아, 분장디자인 전주영, 홍보영상 김황재, 사진작가 유경오, 분장 이애리 이슬비, 홍보마케팅 스토리피, 홍보물디자인 풍경인소풍, 무대제작 에스테이지, 의상제작 버즈핏, 홍보영상제작 씨앗, 악보제공 한길사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어우러져, 경기도립극단(단장 윤봉구)의 양정웅 예술감독, 이오진 작, 이대웅 연출의 <윤이상 상처 입은 용>을 세계시장에 내 놓아도 좋을 고수준, 고품격의 신표현주의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