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 뮤지컬 컴퍼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이주아 각색 연출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무대는 배경 가까이 2층 구조의 건물 조형물에 다섯 개의 방을 만들어, 2층 중앙 방은 베로나 영주, 그 하수 쪽 방은 줄리엣, 상수 쪽 방은 몬테규 부부, 아래층 중앙은 출입문, 하수 쪽 방은 캐플릿 부부, 상수 쪽은 몬테규 부부나, 독약 판매자의 방으로 설정된다.

도입이나 중반에 망사막을 건물조형물 앞에 드리우고, 베로나 시의 풍경, 웅장한 돔 형 건물의 내부, 숲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호수 등이 영상으로 투사된다. 무대 바닥에는 한단높이의 마루를 깔아 거기에 영상을 투사해 호수나 수영장에 물이 넘치는 것 같은 효과를 창출해 낸다. 음악연주는 녹음으로 처리되고, 무대 좌우는 등퇴장 로, 한단 높이의 단 아래쪽은 거리나 통로로 사용된다. 출연자의 의상과 분장, 그리고 가면과 소품이 극의 시대적 배경을 짐작토록하기에 충분한 효과를 발휘한다. 조명의 극적효과 창출이 감지되기도 한다.

작품의 배경은 이탈리아의 베로나 (Verona). 몬태규 가 (Montague 家)와 캐퓰릿 가 (Capulet 家)라고 하는 서로 반목하고 질시하는 두 가문이 있었다.

몬태규 가의 아들인 '로미오 (Romeo)'는 원래 '로잘린 (Rosaline)' 이라는 여성을 사랑하고 있었으나 그녀는 순결을 맹세한 상태였고, 로미오는 이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인해 절망에 빠져 있었다. 몬태규가의 가주는 방안에 틀어박혀 폐인 상태가 되어버린 아들이 걱정되어 가문의 일원인 '벤볼리오 (Benvolio)'를 시켜서 사정을 알아보게 하는데, 로미오와의 대화에서 그가 상사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아낸 그는 다른 아름다운 여인들을 보고 로잘린을 잊어버릴 것을 권유한다. 로미오는 로잘린보다 아름다운 여인은 있을 수 없다며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캐퓰릿 가의 무도회에 로잘린도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선 마지못해 제안을 받아들인다.

   
 

로미오는 벤볼리오와 그의 친구 '머큐시오 (Mercutio)'와 함께 캐퓰릿 가의 무도회에 몰래 숨어들었다가, 캐퓰릿 가의 영애 '줄리엣 (Juliet)'을 만나 서로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날 밤 로미오는 한밤중 담장을 넘어 캐퓰릿 가의 저택에 몰래 숨어 들어가 작품에서 가장 로맨틱한 장면을 가택의 발코니에서 연출한 뒤 서로 결혼할 것을 약속한다. 두 사람은 두 가문을 서로 화해시킬 방법을 물색하고 있던 '로렌스 신부 (Friar Laurence)'의 도움으로 비밀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한편, 캐퓰릿 가의 성마른 '티벌트 (Tybalt)'는 몬태규 가의 일원인 로미오가 자기 가문의 무도회에 숨어들어왔던 것을 직접 목격하여 이미 알고 있었다. 당시 그는 바로 로미오를 처단하려고 했지만, 캐퓰릿 가의 가주가 모든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티벌트를 막았다.

어쩔 수 없이 한 발 물러났던 그는 이를 매우 치욕적으로 여겼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밀 결혼식 이후, 우연히 거리에서 로미오, 머큐시오, 벤폴리오와 마주친 티벌트는 로미오를 즉시 처단하려고 하지만, 로미오는 줄리엣의 사촌이었던 티벌트와 차마 결투를 할 수 없었고, 급기야 로미오가 싸우지 말고 좋게 넘어가자고 티벌트에게 애원하기에 이른다. 남자답지 않은 로미오의 행동을 지켜보던 머큐시오는 보다못해 직접 티벌트와 결투를 벌였고, 로미오는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려고 하지만 그 사이 벌어진 티벌트의 기습공격으로 머큐시오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 죽어가면서 그는 몬태규 가, 캐퓰릿 가 두 가문에 저주를 내리고 로미오를 원망하며 퇴장한다. 로미오는 친구의 죽음에 분노하고 자신의 행동을 크게 뉘우치며 복수를 다짐하고, 얼마 가지 않아 티벌트는 로미오에게 죽임을 당한다.

하지만, 이미 극 초반부터, 세대를 걸쳐 지속되는 두 가문의 갈등에 지쳐버린 베로나의 영주는, 도시 내에서 싸움을 일으키는 모든 사람들을 사형에 처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상태였다. 로미오 역시 꼼짝없이 사형에 처할 운명이었으나, 영주의 자비로 인해 '만토바(Mantua)로의 추방'에 그치게 되었고 소식을 전해들은 로렌스 신부는 로미오에게 그가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것을 알리지만, 로미오는 줄리엣이 있는 베로나를 떠난다는 것은 죽음보다 못한 고문이라며 오히려 비통해한다. 자비로운 영주의 결정을 감사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로렌스 신부는 로미오의 비이성적인 반응을 꾸짖지만, 이윽고 신부는 로미오를 달래기 위해, 로미오가 만토바에 있는 사이에 자신은 비밀리에 올려졌던 두 사람의 결혼식을 모두에게 알려 두 가문을 화해시킨 뒤, 영주에게 탄원하여 로미오를 면죄시키고 두 사람을 맺어준다는 계획을 세우고, 로미오는 그제야 진정하여 신부가 시킨 대로 줄리엣의 방으로 가게 된다. 두 사람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룻밤을 보낸 뒤, 로미오는 영주의 형을 이행하기 위해서 베로나를 떠나 만토바로 향한다.

하지만, 줄리엣의 아버지, 캐퓰릿 가의 가주는 줄리엣을 '패리스 백작 (Count Paris)'에게 결혼시키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이런 아버지의 명령을 들은 줄리엣은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격노한 아버지는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설상가상으로 처음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커플을 지지했던 줄리엣의 유모도 로미오가 추방된 지금에서는 차라리 패리스 백작과 결혼하는 것이 낫다며 조언까지 한다.

계획이 틀어지자, 로렌스 신부는 마신 이를 일정시간 동안 '가사 (假死)' 상태로 만드는 '비약 (秘藥)'을 준비하고 두 번째 계획을 세우는데, 이는 줄리엣과 패리스의 결혼식이 이루어지기 전 로렌스 신부가 준 비약을 마시고 가사상태에 빠져든 줄리엣을 가족들은 그녀가 죽었음을 착각하고 그녀를 무덤에 안치할 터이고, 그 사이 로렌스 신부 자신이 쓴 편지를 받은 로미오는 계획의 전말을 전달받게 되며, 이후 몰래 줄리엣의 무덤에 잠입해 가사 상태에서 깨어난 줄리엣을 데리고 만토바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계획이었다. 입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계획은 실패할 위험이 없어 보이던 괜찮은 계획이었다.

로렌스 신부에게서 계획을 전해들은 줄리엣은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절박한 상태였고, 망설임없이 신부의 제안을 받아들인 그녀는 패리스 백작과의 결혼식을 치르겠다고 그녀의 아버지에게 말하게 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는 크게 만족하며 결혼식 날짜를 당겨 혼사를 서두르기를 결정하고, 또다시 계획이 틀어지는 느낌을 받은 로렌스 신부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한편, 계획의 전말이 담긴 로렌스 신부의 편지를 로미오에게 전달하기 위해 만토바로 향한 존 신부는 편지 전달에 실패한다. 당시 만토바 주변에는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었고, 병이 확산도니 집에 머물렀다는 의심을 받은 존 신부는 집안에 격리되었었기에 만토바로 나갈 수 없던 것이었다. 빈손으로 돌아온 존 신부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로렌스 신부는 뭔가 단단히 틀어지고 있음을 자각하게 되고, 즉시 빠루를 들고 줄리엣이 갇혀있을 무덤으로 향한다. 로미오가 돌아오기 전에 관 뚜껑을 열고 줄리엣을 자신의 방에 데려올 생각이었지만, 이미 몬태규가의 하인 '발타자르 (Balthasar)'가 줄리엣이 죽었다는 사실을 로미오에게 알린 상태였고, 소식을 전해들은 로미오는 독약을 사들고서 줄리엣이 잠들어있다던 무덤으로 향한다.

발타자르와 함께 무덤에 도착한 로미오는 자신이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엿보기라도 했다간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서 무덤 바닥에 뿌려버리겠다고 협박했고, 그를 납골당 바깥에 세워놓은 채 줄리엣의 무덤 앞에서 슬퍼한다. 하지만, 납골당은 이미 줄리엣의 무덤을 먼저 찾아온 패리스 백작이 로미오가 들어오는 것을 목격하고선 몸을 숨겨둔 상태였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밀결혼식에 대해 알 턱이 없던 그는 티벌트를 죽인 로미오가 줄리엣의 시체에게 무언가 몹쓸 짓을 하려 한다고 여겨 로미오와 결투를 벌인다. 패리스를 알아보지 못한 로미오는 자신은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미친 사람을 건드리지 말고 도망치라며 경고를 하지만 그런 협박이 통할리 없는 패리스는 로미오를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하려 한다. 이에 로미오는 패리스와의 결투를 시작하고, 결과는 패리스의 죽음으로 끝난다.자신이 방금 죽인 사람이 패리스라는 것을 확인한 로미오는 불운하기 짝이 없기로는 우리 둘 다 마찬가지라고 한다. 다음 장면은 줄리엣을 따라가기 위해 독약으로 자살하는 로미오로 장식되고, 잠시 후에 깨어난 줄리엣은 죽어버린 로미오를 보고 슬퍼하며, 로미오의 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결국, 두 사람의 죽음으로 두 가문의 오랜 불화는 막을 내리게 된다.

음악극의 내용과 진전은 원작에 충실하다. 주요출연진의 독창곡이라든가 합창곡, 그리고 배경음악이 극의 흐름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출연진의 가창력과 호연이 극적 분위기 상승을 주도한다. 잔치장면에서의 군중무용이나 잔치음식을 나르는 하인들의 율동도 수준급이라 안무가의 열정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1시간 45분의 공연이 무척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젊은 관객뿐 아니라, 노년의 관객까지도 즐길 수 있도록 연출한 연출가의 기량이 감지되는 공연이다.

   
 

신 민과 오정석이 로미오, 이지유가 줄리엣, 이주영이 몬테규, 이효심이 몬테규 부인, 이준녕이 캐플릿, 이은주가 캐플릿 부인, 김재민이 머큐쇼, 우영민이 밴볼리오, 한상돈이 티볼트, 신시은이 유모, 심형준이 영주, 허세직이 패리스 백작, 윤승욱과 김태향이 로렌스, 나정혁이 존 신부, 그리고 서일환, 김희연, 신성진, 원다연, 정소영, 김찬후 등 출연진의 호연과 열창 그리고 검 대결과 율동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기획 전명철·노주현, 기획보 김소리, 조연출 이정연, 음악감독 시온성, 안무감독 김상준, 영상디자인 신정엽, 무대디자인 이윤수, 조명디자인 장영섭, 의상디자인 이혜정, 무대감독 신정식, 분장디자인 희 메이크업, 인쇄디자인 이지현, 경미연 등 제작진의 열정과 (주)이화공업의 후원이 형상화되어, NA 뮤지컬 컴퍼니의 윌리엄 셰익프피어 원작, 이주아 각색·연출의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걸작 음악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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