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캔버스의 박경희 작 류근혜 연출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알과핵 소극장에서 극단 대학로극장·창작집단 상상두목의 최치언 작, 이우천 연출의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잔 사람들에게>를 관람했다.

최치언(1970~) 작가는 전남 영암군에서 태어났다. 서울산업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그가 1학년이던 1999년에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당선돼 등단했다. 2001년에는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으로, 2003년에는 우진 문화재단 장막희곡 공모에 각각 당선되기도 했다. 시집 '설탕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 시화집 '레몬트리' 외에 희곡 '코리아 환타지', '밤비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 '언니들' 등을 집필하였으며 극작가 및 총체극 연출가로 활동했다. 2009년 대한민국연극대상 희곡상을 수상하였다. 2011년 대산문학 희곡상, 2012년 전주영상위원회 시나리오 우수상, 2014년 대한민국연극대상 및 작품상 수상했다. 바로 이 수상작이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이다.

작품으로는 <코리아 환타지>, <연두식 사망사건>, <너 때문에 산다>,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사랑해줘, 제발>, <언니들>, <미친극>, <꽃과 건달과 피자와 사자>, <삼국유사 프로젝트-나의 처용은 밤이면 양들을 사러 마켓에 간다>, <숲속의 잠자는 옥희>, <소뿔 자르고 주인이 오기 전에 도망가 선생> 등이 있다.

무대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청년의 옥탑방이다. 건물 지붕을 약식으로 조성하고, 벽에는 책이 잔뜩 꽂혀있는 책장과 책 뭉치가 차곡차곡 쌓여있다. 냉장고가 보이고, 중앙에 바퀴가 달린 환자용 침대가 놓여있다. 책상과 의자, 그리고 긴 안락의자도 문 입구에 놓여있다. 문은 틀만 세워져 있다. 탁자 위에는 소형 라디오도 보인다.

   
 

청년은 동화작가다.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 부모가 없고 어머니가 저세상으로 간 후 뇌성마비를 앓는 것으로 설정된다. 청년이 장기매매를 하겠다고 신청을 했는지, 청년의 신장 하나를 구입하러 온 여인이 찾아온다. 여인은 아이가 있고, 그 아이에게 빠른 기간 안에 신장이식을 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것으로 소개가 된다. 여인은 청년을 관찰한 뒤, 신장을 떼어갈 의료진에게 연락을 취하기로 되어있다. 청년은 여인에게 본명을 무시하고 임 애자라는 이름을 붙여 부른다. 그리고 자신의 따귀를 때려달라고 부탁을 한다. 여인은 불응하지만 청년의 급작스러운 밀착에 순간적으로 따귀를 때린다. 본래 임 애자라는 여인은 청년처럼 뇌성마비를 앓는 처녀의 이름이고, 청년의 첫사랑이라는 설명이다. 여인은 임 애자라고 부르는 것에 거부반응을 일으키지만 차츰 자제하고 받아들인다. 여인이 돌아가면, 청년의 이모가 긴 빗자루를 들고 마녀행세를 하며 등장을 하고, 이모부는 천정에 달린 밧줄을 타고 날아 들어온다. 냉장고 속에서는 청년의 형제로 보이는 남성이 머리카락과 눈썹에 서리가 낀 모습으로 등장해 부산을 떤다. 세 남녀는 청년을 윽박지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친자식이나 형제처럼 대한다. 청년은 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차근차근 동화를 써 간다.

여인이 다시 등장해 장기 값을 치르고, 장기구매와 관련 있는 남성도 등장해, 청년의 장기를 떼어가겠다고 하니, 청년은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면서, 이 언짢고 악으로 가득 찬 세상에 언젠가 선(善)의 화신(化身)이 등장해 장기를 떼어감과 동시에 자신을 구원해, 온전한 신체로 만들어 주리라는 믿음을 갖고, 또 그러기를 소망한다고 이야기를 하니 남성은 욕설을 퍼붓고 떠나간다. 이모와 이모부가 언제나처럼 소란을 떨며 등장하고, 냉장고 속에서 남성이 다시 나오고, 장기매매 관련회사 여직원 3인이 청년을 감시하듯 지켜보면서 한바탕 화려한 장기자랑을 펼치기도 하지만 청년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여인의 고뇌가 객석에 전달된다.

시간이 흐르고, 이모부 그리고 이모와 함께 청년의 소망을 들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검은 모자와 검은 옷에 검은 가방, 그리고 검은 신을 신은 신사가 자신이 바로 선의 화신이라며, 방벽을 넘어 차곡차곡 쌓아놓은 벽의 책 뭉치를 밟고 방바닥으로 내려선다. 그리고 청년의 신장을 떼어낼 차비를 한다. 그러나 청년은 그 사나이를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며, 신장떼어내기를 거부하고 동화를 계속 쓴다. 결국 검은 옷의 신사도 빈손으로 되돌아간다. 여인은 청년의 동화를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한다. 동화 속에서 청년과 청년의 첫사랑 여인인 임 애자가 등장해 함께 뇌성마비 증세를 보이며 지고지순의 사랑이 펼쳐지기도 한다. 잠시 후 장기구매와 관련 있는 남성이 서류뭉치를 들고 등장한다. 그리고 청년이 예전에 신장 하나를 떼어낸 사실이 적힌 서류를 보인다. 청년이 신장을 떼어준 여인의 이름이 임 애자라는 게 밝혀진다. 여인은 경악한다. 신장이 하나밖에 없는 청년에게서 어찌 신장을 떼어낼 것이며, 더구나 시각을 다퉈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자신의 아들을 생각하면서 여인은 분노와 절망감에서 오열(嗚咽)한다. 장기매매 남성은 청년을 죽도록 폭행하기 시작한다. 여인은 그러한 남성에게 그만두라고 소리를 지른다. 남성이 씩씩거리며 퇴장하면, 이모와 이모부, 냉장고 속의 인물, 그리고 검은 옷의 신사가 다시 등장해 쓰러진 청년을 끌고 퇴장한다. 여인은 청년의 자리로 가 청년이 마무리 하지 못한 동화를 자신이 직접 가필(加筆)을 해서 완성시킨다. 그러는 과정에 여인은 차츰 뇌성마비환자로 변모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정우준이 청년, 이지하가 여인, 이승훈이 이모부, 천정하가 이모, 강진휘가 장기매매 회사 남성, 권택기가 검은 옷 신사, 황무영이 냉장고 속 남성, 박서혜가 뇌성마미 첫사랑 처녀, 이훈희·최소영·박정화가 장기매매회사 여직원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을 시종일관 연극에 몰입시키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투르크 양근애, 무대 임 민, 조명 류백희, 의상 박인선, 음악 서상완, 분장 이지연, 소품 이 설·오정민, 기획홍보 원인진·구한민, 조연출 임지성, 조명감독 이승주, 조명오퍼 황환준, 음향오퍼 김진호, 분장보 나소라·이수경, 홍보물디자인 우소영, 사진 신희준 등 전원의 열정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대학로극장·창작집단 상상두목의 최치언 작, 이우천 연출의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를 창의력이 돋보이고, 연출력이 감지되는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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