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틀빅픽처스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2010년 다양성영화 '레인보우'로 처음 영화계에 데뷔한 이래, 어느덧 7년이 되었다. 비록 필모그래피는 다른 감독들과 비교하면 결코 많지 않지만, 만드는 작품마다 현 사회의 정곡을 찌르는 메시지와 적나라한 반영은 관객들을 자극했고, 단 세 편으로 국내와 해외에서 골고루 인정받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레인보우'와 '명왕성', 그리고 '마돈나'에 이어 신수원 감독은 자신의 네 번째 작품 '유리정원'으로 3년 만에 관객들 앞에 섰다. 전작들과 다르게, 개봉 전부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됨으로써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주목을 받았고, 그 덕분에 수많은 대중의 뇌리 속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새길 수 있었다.

본지는 '유리정원' 개봉일이었던 25일 수요일 오후 서울 중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신수원 감독을 만났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름다운 동화 같은 '유리정원'의 프레임 밖 숨겨진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후문이다. 

▲ ⓒ 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부산국제영화제와 언론시사회까지 치르고 개봉까지 이르렀는데 소감은 어땠나?
└ 부산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홍보가 많이 되어 다행인 것 같다. 영화제는 영화제만의 특성이 있는데, 다행히 관객들이 호응을 많이 해주셨다. 하지만 개봉은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개봉 전부터 이 영화가 극장이 얼마나 걸릴까 걱정했다.

그래서 부산국제영화제 가기 전에 출연배우들을 만나 "처음 공개되니까 긴장하지 말자. 열심히 했다는 것에 만족하자. 이제 우리 손을 떠났고, 관객들에게 공개되는 순간부터 얘를 남의 자식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마음을 편히 갖자"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내가 그렇게 말해놓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 영화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많은 배우와 스태프, 영화 제작에 도움 주신 수많은 분이 있기에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압박감이 느껴졌고, 두통이 왔다. 그러다 개봉 전날 저녁에 편안하게 마음을 비우고 다잡았다.

'유리정원'이라는 밥상을 열심히 차렸지만, 먹어주는 분들은 나와는 다를 것이다. 저마다 좋다, 나쁘다 등 평이 다르기에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도 맛있게 먹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웃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되었을 때, 영화에 대한 평을 봤는지?
└ 영화제 중 GV가 한 번 있었는데, 어디서 반응하는지 관객들을 뒤에서 지켜봤는데 후반부에 깜짝 놀라거나 긴장하는 걸 봤다. 간간이 우는 분들도 봤다. 좋게 보신 분들은 적극적으로 질문하셨다.

GV 이후 매진되었다고 이야기만 들었고, 이후에 '유리정원'의 반응에 대해 따로 찾아보진 않았다. 가뜩이나 유리심장인데 읽어보고 심란해질 것 같았다. (웃음) 개봉하고 몇 주 정도 지난 다음에 관객들 반응을 살펴보고 차기작을 만들 때 반영하려고 한다.

▲ ⓒ 리틀빅픽처스

그렇게 말하면서도 꼼꼼하게 반응을 다 살폈던 것 같은데? (웃음)
└ 어땠냐고 직접 묻고 싶진 않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는 궁금했다. 관객들에게 처음 공개하는 개막식 때도 앉아서 지켜보았다.

그동안 전작들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거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번 '유리정원'은 동화 같다는 느낌이 강한데, 스타일이 바뀐 건가?
└ 판타지 요소가 가미되었을 뿐인데, 사실 이전작에도 그런 요소는 반영되어 있었다. 데뷔작인 '레인보우'도 잘 살펴보면 판타지들이 잘 섞여 있었다. '명왕성'에도 있고, '마돈나'에는 거의 없었다.

'유리정원'에는 판타지요소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강하기에 스타일이 바뀌었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는데,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나 메시지는 언제나 똑같았다. 이 사회에서 동떨어져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줄곧 해왔고, '유리정원'에서도 버림받은 과학도와 어느 날 패배자로 전락한 소설가의 이야기다.

차이가 있다면, 전작들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가해했지만, 이 영화는 권력에서 소외된 사람이 그 밑에 있는 '재연'과 '지훈'의 삶을 파괴한다. 그 때문에 사회적인 메시지가 강렬하지 않다고 할 수 있는데, 결국엔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작들에 비해 주체와 대상이 너무나 광범위해서 모호한 느낌도 들었다.
└ 지훈이라는 인물이 피해자로 있다가 가해자로 바뀌어 양쪽의 인물의 처지를 대변하고 있어 세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욕망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돈나'의 경우, 병원 주인인 '상우' 또한 사실 욕망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유리정원' 또한 한 소설가의 욕망과 권력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일어나기에 같은 내용이다. 다만, '자연'이라는 배경의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을 뿐이다.

▲ 영화 '유리정원' 스틸컷

그리고 이 영화가 숲에서 찍다보니, 자연의 좋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촬영을 위해 수많은 숲을 놔두고, 창녕 우포늪 부근을 특별히 정했던 이유가 있는지?
└ 재연이 숲으로 들어갈 때, 판타지의 세계 속에 사람들이 같이 들어가길 원했다. 이를 구현하기에는 판타지 같은 느낌을 주는 숲들이 국내에 거의 없었다. 좋은 자연광경이라고 불리는 제주도까지 가봤지만, 그곳은 경사지고 와이드 앵글로 촬영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비주얼 면에서나 여러 조건 면에서 우포늪만큼 좋은 곳이 없었다. 다만, 이곳이 습지라서 들어가기 전에 해야 할 부분들이 있었다. 장비가 이동할 다리도 없어서 다리도 직접 만들고, 습지여서 비 오면 할 수 없기에 1주일 안에 촬영하는 조건으로 2m짜리 고목 조형물까지 제작했다. 그리고 매일매일 비 오지 말라고 기도했다.

장마가 끝난 후 첫 촬영지로 이곳을 선택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촬영하면서 좋았던 건, 전 세계에서 우포늪 같은 곳이 몇 군데 없었다. 처음에 우포늪에서 촬영하려고 했으나 관광지처럼 조성되었고 허가를 해줄 수 없다고 연락받았다. 다행히 유사한 곳이 근처에 있어서 가능했다. 그리고 습지이기에 휠체어를 밀고 가기 힘든 바닥이어서, 화면에 표시 나지 않게 나무판을 깔아서 촬영했다. 또한, 장소도 협소해서 실제 촬영 분량에서도 많이 차지하지 않았던 게 그 때문이었다.

▲ 영화 '유리정원' 스틸컷

그렇다면 유리정원 세트장도 그 곳에서 한 건지?
└ 아니다. 그곳이 협소했고, 설치할 수 없어 전주 부근 다른 공간을 섭외했다. 그곳 또한 나무가 특이했는데, 엔딩 장면에 등장했던 특이한 나무들이 그곳이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자주 지나가는 곳이라 소음을 통제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세 곳을 촬영해서 하나의 공간처럼 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촬영하기 전에 국내 모든 숲을 다 탐험한 것 같다.
└ 강원도부터 경상도, 제주도까지 몇 군데를 돌았다. 하지만 전국을 다 다니기엔 제약이 많아 위성지도로도 살펴보기도 했다. 그래서 특이하게 생각되는 곳이라 여기면 현장답사를 했는데,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최종으로 다녀온 곳이 현재 촬영지였다. 하지만 촬영허가를 얻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지역들이 근처 거주하는 주민들도 몰랐던 곳이라고 하더라.

[문화 人] '유리정원' 신수원 감독 "'유리정원' 탄생에 고마운 존재, 문근영" ②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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