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조형근 kareljay@mhns.co.kr Temporary title : My dreams.

영어를 처음 배우는 시기에 반드시 배우게 되는 표현이 있다.

한 번도 외국에 나가보지 않고 외국인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도 할 줄 안다는 기초 중의 기초, 그건 바로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 And you?"

한국말로는 '잘 지내셨나요? 안녕하셨어요? 네, 잘 지냈어요. 감사합니다.'

그렇다. 우리가 친근하게 안부를 물을 때 사용하는, 어떻게 보면 상투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2015년 지금, 한국은 잘 지내고 있는 사람이 드문 것으로 보인다.

상기와 같은 표현이 상투적이라고 생각해서, 또는 현실이 정말로 참담하기 그지없기에 진심을 담아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해 보자. 서두에 말한 표현과 다음과 같은 표현 중 우리는 어느 쪽을 더 많이 듣고 살아가는가에 대해.

"어,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아유, 힘들죠 뭐 / 에이 뭐 다 똑같죠, 그럭저럭 살아요 / 죽지 못해 삽니다, 뭐 좋을 일 있나요"

'선비의 나라'의 후손들치고는 쉽게 사용하지 못할 과격한 표현이다.

사실, 그보다 그나마 가장 긍정적인 표현이 '그럭저럭 산다'라는 표현으로 에둘러야 하는 현실은 되짚어보면 꽤 심각한 일이다. 더욱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일은, 저 말을 들었을 때의 보편적인 반응은 '그래 뭐 적당히 사나 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고, 정말 힘든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에 대한 물음은 뒤따라오지 않는 경우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좋은 일'이 있다고 말하면 그게 무엇인지를 궁금해하고, '나쁜 일'이나 '평범한 일'에 대해선 굳이 더 묻고 싶어하지 않아한다. 왜 그런 것일까, 옛말처럼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일까?

필자는 이런 현상이 왜곡된 도덕관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저런 말을 하면서 자신이 진심으로 힘들어서 토로하는 심정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보다는, 남들이 그러니까, 괜히 잘 산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약간 못 산다고 이야기하는 편이 본인 마음이 좀 더 편하니까 습관적으로 그런 말을 하게 된다. 왜곡된 도덕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자면, 대한민국은 예의범절을 강조하는 나라면서도 의외로 기본예절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 영화 제목입니다…

길가에서 어깨를 부딪치거나 하는 경우에 간단하게라도 미안하다는 표현 없이 지나가는 경우나, 주차가 금지된 도로에 마트 문 앞이라고 비상등을 켠 채로 서 있으며 도로 혼잡을 야기하는 경우, 방향 지시등 없이 차선 변경을 하는 경우 등 기초적인 예절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당연하게 일어나다 보니 되려 그런 걸 지키고 사는 게 손해라고 생각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이렇게 현실의 도덕과 교육의 도덕이 충돌하게 되고, 그 와중에도 예의범절의 덕목 중 하나인 전체주의는 남아, 다시 말해 수더분하게, 남들 앞에서 크게 튀지 않고 중간 정도 하는 게 미덕으로 여겨지게 되어 지금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힘들지 않아도, 힘들다고 말하게 되는 현상이 생긴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허나, 이는 분명 자성해야 할 일이다. 성인과 아이의 차이는 본인이 하는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냐, 지지 않느냐에 대한 차이로 갈라지기 때문이다. 성인은 본인의 행동 하나에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한다. 그가 바로 아이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성인이 겉치레로 가벼이 말하고 기본적인 행동에 대한 조심이 없다면 그를 어찌 성인이라 하고 그를 보는 아이는 무엇을 배우겠는가.

   
▲ 아는 단어가 사실…

행복과 기쁨을 가장 잘 표현하는 행위는 웃음이라 했다.

증명하기 어렵다고 해도 억지웃음도 진짜 웃음에 버금가는 효과를 낸다고 하는데, 우리네 삶은 이런 억지웃음도 웃지 못하게 창구를 막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15년이 얼마 채 남지 않은 지금, 당신의 오늘이 오늘부터는 부디 '안녕'하기를 바라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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