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카르멘' 이용주 연출, 심연주 음악감독, 박준석 단장

[문화뉴스]

   
 

'카르멘'은 프랑스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소설로서, 조르주 비제가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오페라로 더욱 유명한 작품이다. 작품은 기병대 하사관이었던 돈 호세가 집시여인 카르멘과의 사랑으로 인해 상관을 죽인 이후 줄곧 범죄를 저지르다가, 그를 거부하는 카르멘을 결국 죽이고 만다는 내용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집착하는 호세나, 물질적인 가치에 충실하는 카르멘은 우리 주위에도 존재한다. 음악극 '카르멘'은 어느 시대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의 이야기와 감정을 담아낸다.

중곡동에 있는 연습실에서 막바지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카르멘'의 이용주 연출, 심연주 음악감독, 박준석 단장을 만났다.

   
▲ (왼쪽부터) 이용주 연출, 심연주 음악감독, 박준석 단장.

음악극 '카르멘'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ㄴ 이용주 연출 : 저는 '카르멘'을 고등학교 때 단편소설로 먼저 접했다. 소설 속의 카르멘이라는 인물은 신분, 인성과 관계없이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여성으로 제 머리 속에 강렬한 인상을 줬다. 가장 천박하고 세속적인 그녀를 다른 사람들은 육체적 조건의 대상으로만 본다. 하지만 호세만은 카르멘을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여긴다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

극단 '벼랑끝날다'의 음악극이라는 장르는 무엇인가.
ㄴ 심연주 음악감독 : 음악과 연극이 같이 있지만 뮤지컬과는 다르다. 음악이 뮤지컬보다 많지 않고 연주자와 배우가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연주자가 배우가 되기도 하고 배우가 연주자가 되기도 한다.

음악과 드라마라는 서로 다른 두 가지가 무대에서 어우러지는 과정에서 연기, 악기연주뿐만 아니라 노래, 춤, 신체 연기 등 다양한 장르들이 융합된다. 뮤지컬은 음악이 많아서 자칫 드라마의 디테일을 놓쳐 치루해질 수 있는데, 음악극에서는 음악과 드라마가 각자의 생명력을 가지고 서로를 지지해준다. 균형잡힌 장르라고 할 수 있다.

ㄴ 이용주 연출 : 저의 아내이기도 한 음악감독이 음악을, 제가 연극을 해서 음악극이라는 장르가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웃음) 음악극은 뮤지컬과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본래 연극은 관객을 상상 속의 세계로 인도해서 러닝타임 동안 작품을 느끼게 하고, 커튼콜에서 관객에게 다시 현실을 일깨운 뒤 집으로 돌려보낸다. 이때 연극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 위안이 된다.

하지만 요즘의 대자본 뮤지컬은 커튼콜에서 관객을 현실로 이끌지 않는다. 상상 속 세계에 마취된 채 그대로 둔다. 그래서 뮤지컬의 관객들은 작품, 작품 속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 자체를 보러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럼 쇼윈도 속 모델을 보는 게 낫지 굳이 작품을 볼 필요가 있나. 사회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시스템이라고 본다.

   
▲ 음악극 '카르멘' 연습 장면.


음악극 '카르멘'은 원작소설에 초점을 맞췄다고 들었다. 오페라 '카르멘'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ㄴ 박준석 단장 : 원작소설에는 산적이 된 돈 호세를 위험으로부터 구해주고, 이후 그로부터 카르멘과 그간 있었던 일을 전해 듣는 고고학자라는 인물이 존재한다. 그 인물이 연극에서는 '조 반니'라는 인물로 재탄생했다. 조 반니는 작품 초반부에 호세와 카르멘을 소개하면서 관객을 작품 속으로 인도한다. 이후에는 내내 작품 속의 상황을 설명하거나 호세의 서술을 대변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내내 책을 읽고 있다. 조 반니는 호세의 진술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는 작가이자 작품 속에 동화된 독자, 관객을 대변한다.

ㄴ 이용주 연출 : 작품 속 배경이 스페인 남부이기는 하지만 '카르멘' 속 이야기는 우리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랑하는 이에게 집착하는 호세나, 물질적인 가치에 충실하는 카르멘은 지금의 현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호세를 찌질하고 무능한 인물로 만들어서 이 점을 좀 더 강조하고 싶었다. 호세는 카르멘을 얻고자 하는 여러 남성들과 대결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으로 이기지 못한다. 계속해서 패배하며 설령 이기더라도 상대방의 실수로 인한 것이다. 여기서 오는 열등감, 패배감이 호세를 극단으로 치닫게 해서 결국 카르멘을 죽이고 만다는, 보다 현실적이고 개연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또한 카르멘과 호세의 사랑이야기를 넘어,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극 속에서 산적 레벤다조나 영국 장교 제임스와 같은 인물은 원작소설에 한 줄로 명시되어 있다. 이 인물에 대한 상상을 펼쳐 레벤다조를 호세에게 활력을 주고 우정을 나누는 인물로 만들었다. 영국 장교 제임스와 호세의 대결과정에 모국어가 달라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녹여냈다.

음악극 '카르멘'을 무대에 여러 번 올렸다. 이번 '카르멘'만의 특징이 있는지.
ㄴ 심연주 음악감독 : 작품 내용이나 음악적으로 큰 변화가 있지는 않다. 다만 배우들의 기량이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 '카르멘'을 연기하려면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연기도 하고 연주도 해야 해서 많은 역량이 필요한데, 이제는 배우들이 큰 어려움 없이 소화해내고 있다. 오랜 기간 올린 작품이다 보니 정체 시기가 있기도 했는데 이제 물꼬가 트인 기분이다. 어느 때보다 생명력 넘치는 '카르멘'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ㄴ 이용주 연출 : 예전에는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8명이었다. 이번엔 더블 캐스팅 1명을 포함해서 배우 16명에 악사 3명, 총 19명이 무대에 오른다. 무대 위의 인원이 2배가 넘게 많아졌음에도 팀워크가 가장 좋은 상태다. 극의 리듬도 어느 때보다 원활하다. 노래가 좀 더 강렬하고 세련되어졌다는 점도 기대해볼만 하다.

   
▲ 음악극 '카르멘' 연습 장면.

아레나 형식 극장의 특성을 연극에 반영한다고 들었다.
ㄴ 이용주 연출 : 반원형이나 액자 형태인 보통의 프로시니엄 무대와는 달리 이번에 공연하는 국립극장은 원형극장의 형태이다. 관객은 작품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다 현실감 있게 만나볼 수 있다. 극장을 270도 정도 활용해서 관객들이 사방에서 등장해 자기 옆에서 연기하는 배우를 느끼게 할 예정이다.

원형무대는 동선을 짜기가 어렵다. 배우들을 방사형으로 배치해야할 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어디서나 관객의 시야에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연습실은 원형무대가 아니기 때문에 미니어처를 만들어서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연습했다. 원형무대라는 공간에 적응하는 것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마지막으로 공연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ㄴ 이용주 연출 : 일단 참 재밌는 작품이다. 웃긴 장면에서는 큰 소리 내서 웃고,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가 있다면 한껏 그 감정에 빠져드셨으면 좋겠다. 마음을 열고 작품을 보면서 드는 감정들을 한껏 느끼셨으면 좋겠다. 편안한 마음으로 즐겨달라.

음악극 '카르멘'은 오는 2일부터 6일까지, 총 5일간 국립극장 KB 하늘극장에서 막이 오른다. 공연티켓 1+1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티켓1+1은 15000원에 예매 진행 중이다.

▲ 음악극 카르멘 보러오세요! "드루와 드루와"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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