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장르에는 뮤지컬 영화라고 분류되어 있어서 사실 '맘마미아'나 '레 미제라블'처럼 뮤지컬로 진행하는 줄 알았는데 헤드윅에 가까운 글램 록 음악영화였다.

글램 록은 1970년대 아주 화려한 옷을 입고 화장을 하며 머리모양을 꾸며 음악활동을 하는 록의 일종이다. 특징적인 부츠나 반짝이 옷을 입고 동성애적이거나 양성애적이며, 또는 젠더 역할을 새롭게 보는 시각과 연결된다.

1970년대 영국을 휩쓴 글램 록커 브라이언 슬레이드, 커트 와일드를 떠올리며 그들의 행적을 취재하는 아서라는 인물이 어린 시절 자신의 성 정체성 혼란 경험을 겪었던 모습을 그려낸 이야기다.

   
▲ 데이비드 보위

실제로 이 영화의 토드 헤인즈 감독은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던 록커 데이비드 보위의 자서전 같은 영화를 만들고자 했으나 시나리오를 매몰차게 거절당하며 허락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의지의 이 미국인 감독은 배역 이름을 바꾸고 보일의 음악을 넣지 않는 센스를 발휘하여 영화를 개봉했다. 시작하기 직전에 '절대 픽션이고 볼륨을 크게 해서 들어라' 라고 강조하는 문구가 이해 가능한 장면이다. 무대 속 각 장면들은 영락없는 데이비드 보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 속 세 인물 중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아서 스튜어트라는 인물에 가장 관심이 쏠렸다. 뮤지션을 동경하며 스스로 숨겨온 자신의 동성애적 코드를 소심하게 드러내다가 영화가 진행될수록 폭발하며 기성세대의 문화에 저항하는 모습에서 뭔가 모를 희열을 느꼈다. 마지막에는 그가 사랑하고 동경했던 록커 커트 와일드와 별동별을 바라보다가 정사장면이 줌 아웃 되면서 보여주는데 동성끼리의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아름다운 장면이다.

나는 이번에 감상한 '벨벳 골드마인'이나 '헤드윅'처럼 록이라는 장르로 한 시대 청춘들의 문화를 바꿔버릴 수 있다는 모습들이 멋있었다. 나 역시 과거 힙합에 빠져 경찰차에 쫓겨가면서 그래피티를 그렸고, 몸이 부서져라 비보잉을 하며, 힙합은 자유라며 랩으로 떠들었던 10대 시절이 영원할 것만 같았고 모든 것을 바꿔놓으리라 믿었다.

   
▲ 브라이언 슬레이드

브라이언 슬레이드가 외친 "우리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영화 대사 속 의지 따위는 잊혀진 채로 세상이 우리를 순식간에 바꿔놓아 버린다. 영화를 보고 이 글을 쓰고 있는 30살의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 역시도 세상으로 인해 변해버렸다.

이번 15주년 재개봉 영화는 무삭제판이라 전작에 비해 추가된 내용도 있고 순서가 바뀐 부분도 있으니 이미 봤던 관객들도 심심하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외에 반짝이 가루나 따뜻한 색감들, 놀랄 때나 극적 변화가 있을 때 줌 인을 과격하게 하는 기법들이 20세기 영화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재미난 감상 요소다. 젊은 시절 크리스찬 베일, 조나단 리스마이어스, 이완 맥그리거의 모습을 보며 신기해할 수 있는 경험도 기억에 남는 글램 록 음악영화였다.

 ☞ 여기까지 글을 읽었다면, 벨벳골드마인 OST를 꼭 놓치지 않길 바라며!  

 

 

[글] 아띠에떠 스컬(백창훈) artietor@mhns.co.kr 

내일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중요하다! 인문학보다는 인문학적 체험을 좋아하는 젠틀가이. 소셜댄스계에서는 스컬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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