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이 세상은 평범함으로 가득 차 있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천편일률적인 건물들까지. 자랑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이 삶이 바로 인생이라지만 너무 평범해서 가끔은 지루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일탈을 꿈꾸고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동경하기도 하며 새로운 내일이 오길 기다린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항상 특별한 일상을 꿈꾸는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대다수가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어도 매일 먹으면 질리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특별함을 더욱 반짝여줄 것을 알기에.

"평범 같은 거 안 바래
그건 너무 멀어
그 주변 어딘가면 다 괜찮아"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걸 궁금해하고 찾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반대로, 특별한 나날을 보내느라 평범한 게 무엇인지 잊은 가족이 있다. 한 지붕 아래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여있지만 모두가 혼자라고 느끼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의 굿맨 가족이 그 주인공. 죽은 아들의 환영을 보며 조울증에 시달리는 다이애나, 그런 아내 곁에서 흔들리는 가정을 바로 잡으려는 댄, 얼굴도 모르는 오빠 때문에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나탈리. '넥스트 투 노멀'은 16년 동안 평범해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극의 분위기는 주로 조울증인 다이애나의 상태에 따라 변화한다. 그녀가 기분이 좋을 땐 한없이 여유로운 분위기였다가, 아들의 환영을 볼 땐 우울하기도, 급박하기도 하다. 환상과 현실의 구분이 없는 다이애나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관객마저 가끔 헷갈릴 정도지만, 다른 가족들이 그녀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줘 이야기는 흔들림 없이 진행된다.

'넥스트 투 노멀'에서 반전 아닌 반전은 게이브가 생후 8개월에 죽었다는 사실이다. 극 초반 다이애나 말고는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는 게이브의 모습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지만,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던 것이 명확한 사실이 될 때 오는 충격은 생각보다 크다. 또, 가족 중 가장 평범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댄의 비밀 역시 충격적이다. 비밀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된 그의 말과 행동에 어쩌면 다이애나보다 아픈 게 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평범과 거리가 먼 설정임에도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많은 관객이 훌쩍이며 그들의 모습에 공감하며 아파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노래 가사를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싶다.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뮤지컬이니 감정이 실린 건 당연한 거겠지만, '넥스트 투 노멀'의 가사는 유독 더 아프게 다가온다. 죽지 못해 버티고 자유로운 하늘을 꿈꾼다는 누구나 한번 쯤 느껴봤을 법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노랫말은 무게감마저 느껴진다. (음향 탓에 가사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은 옥에 티) 이야기에 젖어들어 가사를 다시 한번 음미해보면, 많은 사람이 겪는 보통의 일이라곤 하지만 처음 살아보는 인생에서 과연 평범함이 존재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든다.
 

   
 

한편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무대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뮤지컬의 일부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작품이다. 먼저 무대를 꽉 채우는 3층 철제 구조물. 이 구조물은 집의 단면을 표현하면서도 각 층과 공간별로 다른 의미를 부여해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조명이 비치지 않는 공간에서도 배우들은 연기하고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무대 구석구석을 누비는 배우들 탓에 목이 조금 아플 수도 있겠지만 허투루 사용되는 공간은 전혀 없다. 조명도 마찬가지다. 공간과 인물의 감정에 따라 밝기, 색상을 달리해 이야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좀 더 명확히 드러낸다. 눈부시기만 하고 그 의도를 모르겠던 몇몇 극의 조명 활용과는 천지 차이다.

공연을 보기 전 관객들이 미리 알았으면 하는 것이 굿맨 가족의 집은 원래 이층집이란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무대가 삼 층으로 표현됐는지, 삼 층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극을 보면서 알아가길 바란다.

드라마틱한 해피 엔딩을 기대하기엔 16년의 세월이 너무나도 길었기에 '넥스트 투 노멀'은 이야기를 섣불리 끝맺지 않는다. 단지 아내는 자유의 하늘로 날아가고, 남편은 언제나 아내가 기댈 수 있게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딸은 죽고 싶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행복을 찾기 시작한다. 굿맨 가족이 과거보다 나은 미래(아마도 평범하다고 믿는 삶)를 살게 될지, 여전히 과거에 갇힐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될 것이다 함부로 단정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만 그들이 관객에게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가 그들의 내일을 응원하게 할 뿐이다.

"남편, 아들, 딸, 아내
다들 힘겹게 버텨
싸워야 올 한 줄기 빛
어서 오라, 한 줄기 빛"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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