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기존 뮤지컬의 흥행 공식을 깨버린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돌아온다. 3층 철제구조의 무대세트, 캐릭터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락 기반의 라이브, 실제 조울증 환자 가족들이 이해할 만큼 수정을 기해온 탄탄한 스토리 라인으로 유명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이다.

'넥스트 투 노멀'은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마음속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굿맨 패밀리' 구성원들의 아픔과 화해,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연출, 음악감독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박칼린이 배우로서 출연을 선택한 작품이며 국내 최고의 뮤지컬 배우 남경주와 함께 초연, 재연에 이어 조울증에 걸린 아내 다이애나와 그녀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남편 댄 역으로 또 다시 출연한다.

이외에도 초연과 재연에서 함께했던 이정열, 최재림, 서경수, 오소연, 전성민 등 기촌 출연진과 실력파 배우 정영주를 비롯해 전예지, 안재영, 백형훈, 임현수까지 등장하는 호화 캐스팅도 볼거리다.

2011년 초연, 2013년 재연에 이어 세 번째인 이번 공연이 지난 16일부터 2016년 3월 13일까지 총 103회차의 긴 여정을 시작했다. 17일 오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넥스트 투 노멀'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관객, 제작진과 출연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 번째 무대 올리게 된 소감은? 

ㄴ 변정주: 초연부터 이 작업을 같이 하면서 배운 게 많았다. 2년 반 만에 다시 올리게 돼 감회가 새롭고 지난 공연보다 깊이 있고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만들었다. 배우들도 시간이 지난 만큼 생각이 달라지고 정서가 깊어진 만큼 제가 크게 역할을 하지 않아도 워낙 잘하셔서 즐겁게 작업했다.

   
 

제작자로서 지난 시즌와 비교해 더 인상적인 부분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ㄴ 박용호: 특별히 인상적인 것은 없다. 항상 똑같이 온 힘을 다해서 작품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 노력했고 여러 번 출연하는 배우들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이었다.

   
 

박칼린, 이정열, 오소연은 세번 모두 출연하게 됐는 데 소감이 있는지

ㄴ 박칼린: 할 때마다 좀 더 대본을 이해하고 단어 하나하나로 다투게 되고 디테일, 동선이 다이애나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이번에도 함께 해 기쁘고 지난번에 못채운 부분을 채우고 싶다. 즐겁다.

ㄴ 이정열: 공연은 올릴 때마다 다시 처음부터 무언가를 쌓아 만들어내는구나. 마치 어릴 적 모래성 쌓듯 예쁘게 만들고 허물고 다시 만들고의 반복인 것 같다. 지난번 공연 마칠 때 세트가 철거된 날 무척 기분이 묘했는데 다시 세트가 설치되면서 마음이 설렜다. 이렇게 잘 지은 이야기가 있는 공연을 다시 관객과 나누게 될 수 있어 무척 행복하다.

ㄴ 오소연: 이 좋은 작품을 세 번째 하면서 점점 더 깊이 알아가고 더 사랑하게 될 수 있어 너무 즐거웠다. 나탈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웃음) 애착이 가고 더 애정을 갖고 임했다.

   
 

정영주, 전예지, 백형훈, 임현수, 안재영 배우는 처음 출연하게 된 소감이 있는지.

ㄴ 정영주: 다이애나가 되려고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제가 알고 있는 다이애나를 보여 드리려 노력하고 있다. 금방 무너지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단 1초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이렇게 흠뻑 젖어서 하는 캐릭터는 배우 생활 21년 만에 처음이다. 작 분위기는 무겁고 어둡지만, 배우들 분위기는 정말 좋다. 집보다 여기 오래 있었더니 여기가 더 진짜 집 같다. 짐도 반 이상 분장실에 갖다놨다(웃음). 진짜 집 같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고 다들 잘 버티고 도와줘서 제가 악다구니 쓸 필요 없이 물 흐르듯 '넥스트 투 노멀'로 가고 있더라. 너무 감사히 공연 준비하고 있다.

   
 

ㄴ 전예지: 많이 떨리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처음 들어왔을 때 음악감독님이 "너 많이 먹고 운동해서 체력 길러라." 라고 하셨는데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단순히 육체적인 게 아니라 배우가 6명뿐이고 쫀쫀히 해야 하는 무대라서 그런 것 같다. 역할을 잘 찾아가려고 노력하고 있고 언니들이 먼저 잘 만들어두셔서 그나마 쉬워진 것 같다. 분위기도 매우 좋고 진짜 가족들 같아서 저만 잘하면 될 것 같다.

   
 

ㄴ 안재영: 새로 합류하게 돼 부담도 있었다. 전에 하던 분들 발목만 잡지 말자며 열심히 하고 있다. 공연하면서 헨리에게 많은 사랑을 배우는 것 같다. 세 명의 나탈리를 잘 사랑하도록 하겠다.

   
 

ㄴ 임현수: 이전부터 많은 생각이 있었는데 첫 공 올린 후 얼마나 많은 관객이 '넥스트 투 노멀'을 사랑하는구나 알 수 있었다. 여러 번 하게 되는 공연에는 새로 들어가는 배우들이 캐릭터를 재창조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넥스트 투 노멀'은 워낙 기존 배우들과 연출께서 캐릭터를 잘 만들어주셔서 그 안에 녹아들어 가는 작업을 한 것 같다. 앞으로 작품과 작품을 사랑하는 많은 분께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ㄴ 백형훈: 앞에 분들이 좋은 말씀 많이 하셨다. 이 작품을 오래 기다린 관객이 많다고 들었고 이전에 출연했던 배우들도 애정이 깊어서 나도 그런 마음으로 참여하면 좋은 겨울을 보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이 마음 끝날 때까지 계속 가져가겠다.

   
 

연습실에서도 진짜 가족 같다고 했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나탈리' 역에 대한 소감은? 

ㄴ 전성민: 아무래도 그렇다. 이야기가 편해지니까 씬이나 각자 연기에 대한 이야기 등. 의사 외에는 모두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라 서로 보면서 상의해주고 '이게 좋겠다. 저게 좋겠다.' 하면서 편하게 연습했다. 이 부분이 작품에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진짜 가족같이 하지 않으면 '가족의 이야기'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선배님들이 잘 해주셔서 좋은 분위기에서 연습했다.

   
 

두 번째 출연인데, 지난 시즌에 비해 특별히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ㄴ 최재림: '게이브'가 등장하자마자 상의탈의를 한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부분을 더 강조하고 싶었는데 실패했다(웃음). 공연 진행되면서 더 나아지는 모습 보여 드리겠다. '게이브'를 연기했던 초연에는 작품이 아주 좋아서 참여하는 것만으로 좋았는데 4년 만에 다시 합류하게 돼서 배우 최재림의 모습보단 '게이브'의 모습으로 성숙해지고, 캐릭터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이해하고 다른 배역에도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을 만큼 노력하는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 기존에 보셨던 분은 낯설 수도 있지만, 처음 보는 분이라면 더욱 탄탄해진 인물과의 관계, 깔끔한 스토리 진행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ㄴ 서경수: 다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가슴이 벅차다. 이 순간 하루하루를 가족들과 관객들과 함께 만끽하고 싶다.

   
 

이 공연,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나  
ㄴ 이정열: 관객이 배우에게 공연을 추천하다니. 무릎 꿇고 애원해도 모자라다(웃음). 애원 좀 하자면, '댄'과 '다이애나'의 연령대인 4-50대의 부모님, '게이브'의 나이를 가진 2-30대 청년들, 불꽃 같은 청소년기인 '나탈리', '헨리' 같은 10대 청소년들. 이런 전 연령대가 보고 어울릴 수 있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기 어려운 내용을 드라마틱하게 잘 풀어낸 좋은 공연이라 생각한다. 내가 직접 홍보물을 돌리고 싶을 정도다.

'넥스트 투 노멀'로 본격적으로 다시 시동을 건 소감과 차기 계획이 있다면 궁금하다
ㄴ 박용호: '넥스트 투 노멀'만 이야기하면 더 좋을 텐데(웃음).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고 감회가 깊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21세기 신작 중 가장 히트한 작품이며 브로드웨이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게 된 작품이다. 이런 작품을 한국에 일찍 들여와 세 번째 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프로듀서의 한 사람으로 '흥행도 하고, 공연문화 발전에 기여도 할 수 있다.'라는 측면에서 꼭 하고 싶었고, 할 수 있게 돼 행운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관객만 관심을 두신 게 아니라 제작사에서도 작품의 취지에 함께 힘을 모았다 할 수 있다. 그간 좀 작품을 쉬면서 제 정체성에 대해 고민도 하고 '작품을 올리는 의미가 뭘까?'에 대해 생각하며 준비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작품이 되리라 생각한다. 기존의 아끼던 작품들 재연도 하고, 소극장, 중극장, 대극장 통해 신작도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라인업은 발표할 수 없지만 늘 온 힘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

초연, 재연과 달라지고자 한 지점이 있는지.

ㄴ 변정주: 특별히 달라지고자 했다기보다 작품을 '더 깊이, 잘' 이해할 수 있을까를 목표로 준비했다. 이전 공연을 보셨던 분들이 보신다면 저희가 작품의 본질에 얼마나 더 가까워졌는지를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특별히 좋아하는 넘버가 있다면

ㄴ 변정주: 컨디션이나 상황마다 달라진다. 어제 첫공 때는 피날레가 가장 좋았다. '이제 다 끝났다.'라는 안도감이 들어서였다(웃음).

연출로 활발히 활동을 해왔는데 다시금 오랜만에 배우로서 '넥스트 투 노멀'에 출연하게 된 의미와 소감이 궁금하다. 어떤 애정이 있는지.

ㄴ 박칼린: 80년대 후반까지는 계속 연극을 해왔었다. 어릴 때부터 무대 앞쪽에 있는 게 제 일이었다. 연기하고 연주하고 춤추고…. 한국에서 정영주 배우와 '명성황후'도 함께 했는데 오랜만에 함께 하니 좋다. 이십 몇 년 만에 다시 배우로 돌아오게 된 셈인데, 처음엔 한국에서 다들 이 작품을 모르는 줄 알았다. 그런데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관계자들(insider)이 '이 작품은 놓치면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어째서 이렇게들 호평일까 궁금해하며 봤다. 1막이 끝나기도 전에 '내 나이대 배우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라고 생각해 한국에서 공연하면 꼭 오디션이라도 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만큼 애착이 있던 작품이고 정말 한국에서 공연하게 돼서 힐 신고 달려와서 오디션을 봤다(웃음). 애정의 이유라면 역시 작품의 힘인 것 같다. 계속 써주실 때까지, 나이가 맞지 않아 스스로 물러나야 할 때까지 참여하고 싶다. 지난 연출, 음악 감독으로서의 이십 몇 년간의 일을 모두 잊고 순수히 '배우가 되어' 노력하고 즐기고 있다.

   
 

20여 명의 작은 SNS 모임에도 초대를 보냈다고 하며, 초대받은 사람 또한 '너무 설레며 어제 한 첫 공을 보고 왔다'고 질문을 했다. 시연 중 음향 실수가 일어나자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시연을 다시 하고, 예정된 시간이 초과하였음에도 배우들이 먼저 나서서 '질문을 더 받고 싶다.'라고 하는 등, 연강홀에 있는 모두 애정이 가득한 작품이었다. 배우들이 서로 '아버지', '여보'라 부를 정도로 화기애애했던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프레스콜 현장이었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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