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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1987' 김윤석 "'탁 치니 억!' 대사하면서도 어이없었다" ①에서 이어집니다.

배우들은 보통 맞는 역할이 편하다고들 말하던데, 이번 영화에선 상대역을 많이 때리던데 부담스럽지 않았는가?
└ 혹시라도 다칠까 봐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액션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나한테 맞는 상대역인 현봉식 배우가 철저하게 부위별로 패드를 착용했다. 그러지 않았다간 큰일 난다. (웃음) 그리고 카메라에 자세히 잡히지 않을 때는 때리는 시늉만 했다.

상대배역인 현봉식을 주먹 한 방에 제압하던데, '전설의 주먹'인 줄 알았다. (웃음)
└ 현봉식에 대해 설명하자면, 그도 연극배우 출신이며, 배역 때문에 살을 엄청 많이 찌우는 고생을 했다. 왜냐하면 극 중에서 낙하산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다. 반면에, 박 처장은 맨주먹으로 밑에서부터 올라온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함이 은연중에 깔려 있다. 그래서 박 처장의 주먹에 바로 나가 떨어진 것이다. (웃음)

▲ 영화 '1987' 스틸컷

박 처장이 손에 호두를 쥐고 있는 설정은 본인 아이디어인가?
└ 장준환 감독님의 아이디어였다. 당시 상징하는 게 여러 개 있었다. 은단, 호두, 포마드로 올백을 넘긴 것 등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호두였다. 호두를 손에 쥐고 있는 건, 혈액순환에 좋기에 많이들 했다. 또한, 악귀를 물리치고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속설도 담겨있다.

마지막에 박 처장이 무너지고 나서 '조 반장'이 약 올리는 장면이 웃기면서도 통쾌했다. (웃음)
└ "당신 끝났어"라고 조 반장이 말할 때, 처음으로 박 처장의 머리가 흐트러졌다. (웃음) 이런 것도 면밀하게 계산되어 있다. 그 외에도 최환 검사나 윤상삼 기자들도 끊임없이 날 괴롭혔다. (웃음)

박 처장이 조 반장을 챙기는 마음은 진실이었나?
└ 두 사람 간 의리까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없으면 박 처장의 조직이 위험해지니까 어떻게든 그가 이탈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일 잘하는 사람이 갑자기 다른 데로 간다는 걸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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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반장을 연기했던 박희순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 엄청 웃었다. 실제로 조직에서는 누구 한 명이 말하면 "받들겠습니다"고 대답하는데, 이 얼마나 웃기는 말인가? 서로 많이 웃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아귀', '면정학'을 뛰어넘는 '최고의 악역'이라는 평을 받을 것 같다.
└ 아귀나 면정학은 그들이 주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면, 박 처장은 개개인 특징보다는 박 처장을 통해 그 시대 권력의 어두운 힘을 표현해야 했고, 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의 행동에 숨어있는 의미들, 이를테면, 조직을 유지하고자 당근과 채찍을 쓰고, 조 반장의 통장에 거액의 돈을 넣어주거나, 통제가 안 되면 강압적으로 총을 겨눴다. 아무리 붙잡으려고 애써도 계속 무너지는 세세한 부분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한병용을 고문하는 장면에 대해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
└ 내가 직접 고문하진 않았지만, 사람을 속옷만 입혀놓고 의자에 앉아있는 것만 봐도 트라우마가 생긴다. 그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집중해서 빨리 찍고 넘어가자고 되뇌었다. 극 중에서 사람을 묶어 들어 올리는데 그런 행동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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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니, '추격자', '황해' 이후로 하정우와 3번째로 대적관계로 나왔다. 소감이 어땠나?
└ 40대가 된 하정우는 이전보다 더욱 능글능글해졌다. 감독님이 요구하는 유머러스한 면을 잘 해냈다. 덕분에 함께하니까 재밌었다.

하정우가 얼마 전 한 방송에서 당신을 최고의 파트너로 당신을 꼽았다. (웃음)
└ 그럼 나도 최고의 파트너로 정우를 꼽겠다. (웃음)

듣자하니, 과거에 하정우가 연출했던 '허삼관'에 캐스팅될 뻔 했다가 불발되었다고 들었다.
└ 그때는 섭외요청이 늦게 들어왔고, 여건상 참여하지 못했다. 다음에 정우가 연출하고 섭외가 들어온다면 꼭 함께할 생각이다. (웃음)

함께 출연했던 김태리의 연기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 1980년대 하이틴 스타였던 조용원과 어느 순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태리가 현장에서 활발하고 집중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이라 모두가 좋아했다.

▲ 영화 '1987' 스틸컷

그리고 이번 영화에 특별출연했던 여진구와 강동원도 인상적이었다. 함께 출연하진 않았지만 어떻게 봤는지?
└ 진구와 '화이' 때 만난 게 중3 때였는데, 지금은 '다비드상'이 되었다. (웃음) 아주 멋진 청년이 되었다. 그리고 진구가 매우 믿음직스럽고 고마웠던 게, 비록 분량은 작았지만, 박종철 열사를 연기한다는 게 상당히 부담되었을 텐데 선뜻 하겠다고 응해줬다. 그리고 그가 연기한 박종철 열사가 부산 출신이기에 억양에 도움을 주고자 진구와 촬영 중에 잠깐 만나기도 했다.

동원이와는 극 중에서 만나는 장면은 없었지만, '연희'와 함께 종로 골목을 도망치는 장면을 보러 간 적은 있었다. 그를 만났을 때 이미 넘어져서 다쳐있었다. 그 장면이 올해 가장 더운 여름에 찍었고, 그때 누구 하나 쓰려지겠다 싶을 정도로 더웠다. 그 장면을 위해 참여했던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

언론시사회 때 장준환 감독님이 눈물을 흘리곤 했는데, 그와 달리 촬영장에서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하다. '화이'에 이어 두 번째로 함께 한 것으로 아는데?
└ 나는 감독님에 대해 본질을 절대 놓치지 않는 사람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순수하고 섬세하며 강한 사람'이다. '화이' 때도 그랬고, 역시나 이번 작업에서도 그랬다. 그래서 '1987'을 찍으면서 세부적인 것 하나 놓치면 안 된다며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1987'은 고증작업 또한 중요했기에 감상적으로 눈물만 흘릴 수 없었다. 그렇기에 촬영장에서 최대치로 집중해야만 했다. 특히, 나의 분량은 가벼운 게 하나도 없었다. 감독님은 남들이 봐도 걱정할 정도로 이번 영화에 모든 힘을 쏟아붓고 있다. 언론시사회가 끝난 이후에도 마지막 장면 CG가 미흡하다며 보완하고 있다. 27일에 개봉할 때 즈음에는 쓰러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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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청룡영화상 때 진선규가 남우조연상 수상할 때 바라보는 표정이 눈에 띄었다. '남한산성'과 '암수살인'에 함께 출연해서인지 진심으로 축하해준다는 게 느껴졌다. (웃음)
└ 그게 아니다. (웃음) 보통 눈물을 흘리면 감정이 북받쳐 수상소감도 제대로 안 나오기 마련인데, 진선규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끝까지 할 말 다 하는 모습이 매우 웃겼다. 이를 지켜보면서 보통내기는 아니겠다고 느꼈다. (웃음)

'1987'에서 김윤석이 꼽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 마지막 장면이다. 연희가 신문을 보고 자기 동네 골목을 뛰어가다 점점 넓은 도로와 많은 사람을 만나고, 어느 순간 버스 앞에 도착해 누군가 손을 잡고 위로 올라가 시청 앞 광장에서 6월 민주항쟁 모습을 볼 때가 감동적이었다. 나는 그 장면을 지문으로만 봤을 뿐, 촬영할 때는 없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에는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시청광장에 모였다. 엔딩크레딧에서 공중에서 찍은 6월 민주항쟁의 흑백사진들만 보더라도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운집했다는 것을 증명해주지 않았던가.

1987년도 이야기지만 30년이 지난 현재가 이어지는 것 같다는 말을 하는데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 6월 그때 대학생이었던 사람들이 지금은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갔을 것이다. 그 때부터 이미 이어져 있었고, 1987년과 오늘을 따로 볼 수 없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젊은 관객들은 '1987'의 어떤 면에서 끌릴 것으로 보이는가?
└ 영화는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이야기했고, 촛불집회처럼 잘못된 것을 말할 때 강요 없이 모두 자발적으로 나와 뭉쳐 해냈던 점이 하나로 이어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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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과 '1987'까지 유독 올해 실제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중심에 김윤석 당신이 있었다.
└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올해는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는 작품들이 많았다. 사회 분위기에 영화계도 영향을 받아서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내년에는 어떤 영화가 흐름을 탈 지 솔직히 모르겠지만, 올해 '1987'이 마지막으로 개봉하는 국내영화로 피날레를 장식한다는 데 기쁘게 생각한다.

현재 '1987'보다 앞서 '강철비', '신과함께-죄와 벌' 등 국내 대작영화들이 박스오피스를 정령했다. 이들과 달리, '1987'의 매력이 있다면?
└ 일단 국내영화 3편이 연말을 장식한다는 건 매우 기쁜 일이고, 셋 다 장르가 다르다. 그 중에서 '1987'은 절대 놓치면 안 될 영화다. 놓치면 정말 후회할 지도 모른다. (웃음)

끝으로,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 한국에도 '레미제라블' 같은 영화가 나왔다는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2017년 대미와 더불어 2018년을 열어주는 영화로 봐달라.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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