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문화뉴스가 새해를 맞아, 2016년 공연소식을 미리 알린 연극들에 대해 주제별로 나눠 살핀다. 연극은 글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 미술, 음악 등의 여러 예술들이 종합돼 함께 어우러지는 '살아있는' 예술이다. 올해 개막되는 연극들은 각각 어떤 키워드를 가지고 자신의 살아있음을 입증하려고 할까? 신작 및 창작 연극들은 아직 창작 과정의 시간을 더 필요로 하기 때문에, 라인업 발표가 활발히 공개되지는 않았다. 이번 기사는 고전 각색 작품들을 위주로 살펴본다.

1. 명불허전, 살아있는 고전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는 '고전'이 올해에도 연극계를 풍성히 만드는 레퍼토리로 다가온다. 특히나 올해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다. 셰익스피어를 기리는 여러 극단과 극장의 흐름이 돋보인다.

셰익스피어의 '겨울이야기'

   
 

국립극단이 올해 첫 번째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의 '겨울이야기'를 공연한다. 그동안 내용이 축약돼 가족극이나 어린이극 또는, 무용, 음악 공연의 소재로만 사용됐던 '겨울이야기'가 국립극단과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에 의해 진정한 고전 연극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나 이 고전 작품이 유럽 현대 미학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알폴디 연출에 의해 '고전'이라는 틀을 깬 신선하고 충격적인 미장센을 선보여진다고 하니, 살아있는 고전 작품이 무엇인지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해보러 가는 것은 어떨까.

셰익스피어의 '페리클레스'

   
 

마찬가지로 잘 알려지지 않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다. 셰익스피어 후기 낭만주의 희곡인 이 작품은, 타이어 왕국의 왕자 페리클레스가 앤티오크 왕국 공주의 미모에 빠져 왕이 낸 수수께끼를 풀겠다고 나서는 데에서부터 이야기가 비롯된다. 작년 5월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매진 행진 사례를 기록한 바 있는 '페리클레스'가 오는 11월에 새로운 무대로 다시 나타난다. 지난해 연출가 양정웅이 독창적인 해석과 획기적인 무대 연출로 선보인 '페리클레스'는 원작의 방대한 스케일과 자유분방한 문학적 상상력, 그리고 시대와 인간에 대한 풍자를 구현해 오늘의 관객들에게 오롯이 공감될 수 있도록 이끈 바 있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지난 12월 국립극단의 '시련'으로 많은 연극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의 작품이 예술의전당을 통해 다시 한 번 관객들을 찾는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아서 밀러의 대표작으로, 1920년 미국의 대공황과 그 시대를 살다간 현대인들의 소외와 고독을 다룬 원작이 한국연극의 대표적인 중진연출가 한태숙을 통해 새롭게 해석될 예정이다. 공연은 오는 4월 CJ 토월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2. 숨겨진 보석, 근대의 재발견
지난해 '이영녀', '토막土幕'으로 우리 창작극의 레퍼토리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은 국립극단의 대표 기획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로 돌아온다. 민간 극단에서 진행되기 힘든, 묻혀있는 근대 시기의 작품들을 발굴하는 작업들이 올해에도 활발히 추진될 전망이다.

   
명동예술극장 ⓒ 국립극단

'혈맥'
오는 4월에 개막하는 '혈맥'은 사실주의 희곡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김영수의 작품으로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과 긍정적인 세계관이 돋보이는 한국 근대 리얼리즘극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연출은 '리어왕', '황금용', '세 자매' 등으로 고전 작품에 대한 훌륭한 해석을 보이는 윤광진 연출가가 맡아 더욱 기대가 된다.

'국물있사옵니다'
비슷한 시기에 개막하는 '국물있사옵니다'는 이근삼의 대표작으로 50년이 지난 지금 이 시대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코믹한 풍자극이다. 한 청년의 세속적인 출세기를 통해 출세주의와 배금주의 풍조를 아이러니하게 묘사한다.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국립극단의 두 번째 청소년극 '레슬링 시즌'의 서충식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고선웅 연출가 ⓒ 국립극단

'산허구리'
2015년을 국립극단의 해로 만들어줬던 고전 각색의 귀재 고선웅 연출가가 다시 한 번 국립극단과 작업을 함께 한다. 그가 맡은 작품 '산허구리'는 극작가 함세덕의 첫 희곡으로, 자식을 바다에 잃은 어머니의 비극을 한국적으로 그린 극사실주의적 리얼리티가 충분한 작품이다.

3. 음악과 연극의 콜라보레이션
우리는 현재 예술의 장르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올해에는 유독 고전과 음악의 만남이 두드러지는 레퍼토리들이 많이 발표가 됐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 작품이 현대의 음악과 만나 어떻게 되살아나는지 기대해보자.

'보물섬'

   
 

어린 시절의 동화와 만화로 익숙한 '보물섬'이 성인이 된 관객들을 다시 찾아온다. 신예 이대웅 연출가가 각색 및 연출을 맡은 이번 작품은 원작의 방대한 스토리와 그에 담긴 메시지가 묻혀버린 소중한 작품을 새로운 음악극이라는 형식을 빌려 온가족, 전 연령층이 작품 전체를 즐기고,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꾸민다. 음악은 밴드 '고래야'의 리더 옴브레가 맡고 김도완, 김진곤 등의 연극과 무용 등에서 그 재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 합세한다.

'이방인의 노래'

   
 

대한민국의 소리와 남미의 문학이 만난다.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단편 'Bon Voyage, Mr.President'가 소리꾼 이자람에 의해 판소리로 거듭나는 것이다.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은 '사천가'로,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은 '억척가' 등으로 판소리화시킨 바 있는 이자람은 2007년부터 세계 고전을 고유의 판소리화하는 작업에 매달려온 소리꾼이다. 작년에 이미 초연을 마친 '이방인의 노래'는 올해 미처 담지 못했던 원작의 에피소드를 보다 정교한 판소리로 담아낼 예정이다.

음악극 '햄릿'

   
 

불후의 명작 '햄릿'이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음악극'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영국의 컬트 밴드 타이거 릴리스가 덴마크의 리퍼블릭 씨어터와 만나 전통적인 햄릿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오는 10월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될 '햄릿'은 음악적으로 풍부하고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이미지를 지닌다. 한번 들으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독특한 보이스를 가진 타이거 릴리스의 보컬 마틴 자크는 21개의 장면에 노래와 내레이션을 입혀 극을 이끌어 가는데, 마틴의 노래는 셰익스피어의 매혹적인 대사와 어우러져 그 어떤 '햄릿'보다도 시적이면서도 동시에 비극적인 햄릿을 창조해낼 예정이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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