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협회 젊은안무가 최우수안무자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매일 매일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권미정 안무가
사막을 횡단하는 청춘의 삶 ‘Gobi’를 통해 시대를 향한 메시지 전달

권미정 안무가
권미정 안무가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지난 4월 14일부터 2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한국무용협회가 주관하는 ‘2021 젊은안무자창작공연’이 열렸다.

젊은 안무자에게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고 신예 안무자로 등극할 수 있어 신인 안무자에게는 등용문과도 같다. 올해는 76명의 안무자가 참가했고 12명의 신예 안무자가 탄생했으며, 권미정 안무가는 'Gobi'작품을 통해 최우수 안무자상을 수상했다. 

 

“한국무용은 전수되어 온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추가한 춤을 추고 싶습니다. 하지만 너무 새로운 것은 아니고, 넓은 세대를 아우르는 춤을 추고 싶습니다. 이전 세대가 담긴 시간에 새로운 시간을 넣고 싶습니다.” – 권미정 안무가

현재 경희대학교 석사과정을 통해 한국무용을 연구하고 있는 권미정 안무가에게 안무가 갖는 의미와 한국무용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솔직하고 담백한 입담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보여준 권미정 안무가
솔직하고 담백한 입담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보여준 권미정 안무가

 

‘2021 젊은안무자창작공연’에서 최우수 안무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미흡한 순간에 격려해주시고 오래 기다려 주신 선생님들께 큰 감사드립니다.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바라봐 주시고 넘어질 때도 기회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계속 작업해 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마저 자주 못 보여드리는 못난 딸 응원해주시는 저희 부모님께 감사드리고요. 무엇보다 예선 때부터 공연 날 까지 묵묵히 함께해준 저희 무용수분들에게 이 상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수상 소감이 너무 소박(?)한 것 같은데요?

‘해냈어!’ 이런 느낌보다 ‘이제 드디어 한 발을 땠구나!’라는 생각이 더 강해요. 올라갈 단계가 많다고 생각해서 들뜨지 않은 거 같아요. 이번 작품이 마음이 든 이유는, 상을 떠나 작품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경연이지만 이번 작품에 후회가 없었거든요. 27살에서 이 이상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작가로서 지난 작품보다 다음 작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이 너무 커요. 

 

한국무용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 접한 무용은 발레였는데, 어릴 때 발목힘이 약해서 한국무용을 해보라는 권유로 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발목 힘을 기르면 되는 돼는 거였는데 ^^ 결론적으로는 한국무용을 하게 돼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틀을 깨는 성격이 있어요. ‘왜 이래야 해?’라는 의문이 있었죠. 한국무용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무용은 오래 출 수 있는 장르에요. 오래 춤추고 싶은 사람으로서는 잘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무용은 자연의 흐름과 닮아 있고, 전 세계 춤에서 가장 영리한 춤이라고 생각해요.

 

안무와 춤,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춤은 장단에 맞추거나 흥에 겨워 팔다리와 몸을 율동적으로 움직여 뛰노는 동작을 뜻하고, 안무는 음악에 맞는 춤을 만드는 일. 또는 그것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즉 춤은 움직이는 행위 자체를 말하고 안무는 그 행위를 창작하는 것이지요. ‘작곡’과 ‘노래’ 가 다른 개념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무는 춤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는 일 같아요. 안무가는 무용수의 신체적 특징, 음악, 전개하는 방법, 표현하는 기호(춤)를 담아야 합니다. 안무는 포괄적이고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매일,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권미정 안무가

 

안무가 힘들지만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무가 힘들지만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무가가 되는 과정이 버거울 거 같습니다.

솔직하게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마냥 즐겁지 않고 힘들어요. 재밌다는 아니고 죽을 거 같아요. 과정이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저는 고통스러움을 즐기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발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 배워 나가고 있어요. 

안무는 수업이나 전공이 없어요. 그래서 체계적으로 배우기 어렵죠. 현장에서 체득하고 조언을 구하고 있어요. 모르겠으면 ‘모르겠다’ 말하고 도와 달라고 합니다. 무용수업 중, 안무에 대한 과목이 있지만, 수업만으로 안무를 배울 순 없어요. 한 과목만으로 안무를 배울 수 있다면 안무가가 넘쳐나겠죠. 

무용수에서 안무가로 성장하셨습니다.

저는 여전히 무용수입니다. 다만, 어느 순간 안무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서 안무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무용을 잘하는 것, 춤을 잘 추는 것 이외에 작품을 만들어 보이는 것. 이것에 흥미가 생겨 주저없이 안무를 시작하게 됐죠. 

관객은 작품을 보기 위해 1시간을 투자하잖아요. 그런 관객들을 위해 마음을 건드리는 예술가가 됐으면 해요. 그렇기 위해서는 작품이 좋아야 하죠. 무용수로서는 작품을 위해 부품으로 쓰인다고 생각해요. 무용수는 관객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행복감이 있어요. 안무가의 생각을 내 몸을 통해 보여준다는 게 뜻깊어요. 박수 받는 순간은 중독되어 못 벗어나죠. 안무가가 되려면 무용수를 컨트롤해야 해요. 무용수의 입장을 알아야하죠. 무용수로 공연을 하면서 안무가로서도  잘해내고 싶어요. 

 

 

사막을 횡단하는 청춘의 삶 ‘Gobi’를 통해 시대를 향한 메시지 전달

 

2021 젊은안무자창작공연 시상식 (사진=한국무용협회 제공)
2021 젊은안무자창작공연 시상식 (사진=한국무용협회 제공)

 

젊은 안무자 창작공연에 “Gobi”를 안무하셨습니다. “Gobi”는 어떤 주제이고 안무는 어떻게 구성하셨나요?

작품 <GOBI>는 미성숙한 삶의 행보가 사막을 걷는 자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황무지 가운데 모래들처럼 흩뿌려지며 젊음은 그 여정 속에 걷는 법을 배우고, 돌아보면 지워질 발자국을 기꺼이 남기며 횡단하려는 이들. 작품 <GOBI> 는 거친 땅의 횡단을 통해 삶이 서툰 자가 나아가는 모습을 춤으로 형상화한 작품이에요. 안무는 고비를 횡단하는 과정을 다양하게 표현했죠.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고비 사막은 사막 중에서도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요. 젊음을 사막을 횡단하는 이로 표현했어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무엇이든 그릴 수 있고,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황량한 것이 고비 사막과 무척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젊음이 늪처럼 나를 끌어 당기는 것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버려진 것이기에 고통스럽다고 생각해요. 생계의 위협은 없지만,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고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 없는 거 처럼요. 

내가 옳다고 믿어 왔던 길이 앞이 보이지 않는 느낌. 모래사막처럼 사라져버리는 느낌이 들어요. 또, 가장 큰 이유를 들자면 사막에 있는 생명들이 자연스럽게 물을 찾아간데요. 본능적으로 생명이 생명을 이끄는 것이죠. 젊음의 행보가 같다고 생각해요. 살고자 하는 욕구, 나가고자 하는 욕구가 제 길을 터주고 있어요. 짐승이 물에 끌리는 것과 유사하죠. 

 

안무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대해 말씀해주세요. 

움직임부분에서는 상징적인 것과 묘사적인 것들을 흥미롭게 표현하려고 애썼습니다. 이를테면 손을 돌리는 동작으로 뒷부분에 나올 수레의 바퀴를 표현한다거나, 물을 바라는 행위를 움직임화 시킨다거나 하는 등의 행위를 반복함으로서 주제의식을 보다 확고히 전달하려고 했어요. 

전체적인 구성면에서는 말과 글이 표현하기 힘든 영역의 것. 언어의 기호로 다 담을 수 없는 것을 느껴지게 하고 싶었어요. 미성숙한 자가 고비를 횡단하는 생각과 마음을 알게 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느껴지게 할 수 있을까’를 중점적으로 고민한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소재를 찾는다는 권미정 안무가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소재를 찾는다는 권미정 안무가

 

안무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시나요?

저는 대화를 많이 해요. 주변 지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들에게 제 이야기도 많이 해요. 이야기를 하면 정리되는 가치관들이 생기게 돼요. 공통된 문제점들이 발견되기도 하죠. 사람사는 이야기 중, 다큐멘터리를 좋아해요. 어떤 영화보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하거든요. 인간의 삶에서 많은 소재와 영감을 받습니다.

앞으로 어떤 안무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시간이 지나도 늘 진심을 다해 작품에 열정을 쏟고, 만족하지 않고 안주하지 않고 나아가는 안무가가 되길 바래 봅니다. 더불어 끝까지 고민을 놓지 않는 창작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권미정 안무가 주요 약력>

경희대학교 무용학부 졸업 및 동대학원 석사재학
이음 춤 프로젝트 소속
<아름답고 곧은자의 초상>, < 좋은날 > 안무
<갇힌 자의 위로>, <요게 벳> 외 다수 출연

 

 

☞ 2021 젊은안무자창작공연 수상자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주요기사
인터뷰 최신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