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의 패널로 이뤄진 첫 작품, 많은 스탭과 애정 쏟아
2022년 3월 2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전시
[문화뉴스 박준아 기자] ‘미술’과 ‘경연’이라는 언뜻 들어도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 때문에 비판의 시각들도 많지만 그런데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올해의 작가상‘은 매년 화제를 모으며 많은 관객이 전시장을 찾는다.
‘올해의 작가상’은 권위 있는 국가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최해, 매년 4명의 중진 작가들을 선정해 전시를 지원하고 다음 해 초 그중 한 명에게 ‘올해의 작가상’을 시상한다.
오민 작가는 피아노와 시각디자인,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해, 순수미술작가로서는 다소 특이한 약력을 가졌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오민 작가는 퍼포먼스와 영상매체를 다루지만 ‘영상’이란 단어 대신 ‘시간 기반 설치(time-based installation)’라는 자신만의 언어와 시스템으로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다.
‘올해의 작가상’ 네 명의 후보 중 오민 작가를 최찬숙 작가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나보았다. <편집자 주>
Q. <올해의 작가상 2021> 전시 개최 축하드립니다. 올해의 작가상 후보가 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개인적으로는 신작을 제작할 수 있고 많은 관객분을 뵐 수 있었던 감사한 기회였어요.
Q. 이번에 선보인 <헤테로포니> 소개 부탁드립니다. 작품에서 관람객들이 특별히 눈여겨볼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헤테로포니’란 단어는 하나의 선율을 여러 사람이 동시에 연주할 때 발생한 원래의 선율과 달리한 선율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말하는 음악 용어예요. 이 단어에 대해 음악을 조직하는 방식, 개념, 방법 등 사람마다 각자 생각하는 진입로가 다를 것 같아요.
제 작업은 한 공간에 ‘영상기록물’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병치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했고 이에 대해 여러모로 가정해 실험한 현장이기도 해요.
작품에 여러 각도와 층위의 내용이 있는 만큼 기본적으로는 여러 번 보시는 것을 전제로 해요. 5개의 영상 채널이 맺는 관계(화면 속 인물 간, 패널 간의 배치와 구조 등)들을 들여다보시면 작품이 더 재밌을 거 같아요.
Q. 작가님 작품에서 소리·음악이 굉장히 중요해 보입니다. 작가님 작품에서 소리가 갖는 의미, 효과 등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리·음악에 대해 더 이야기 듣고 싶습니다.
소리는 전시실로 들어왔을 때 관객들이 느끼는 첫 대상이고 빛이나 조명과 같이 공간의 분위기를 만드는 영향력을 갖은 대상 중 하나에요.
소리는 전시실과 작품의 시간, 움직임, 공간 등 전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소리가 이미지에 비해 부수적이거나, 분위기를 고조시키거나, 신비로운 것으로 종종 여겨지지만, 저에게 소리는 ‘지금-여기’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에 관한 실질적인 증거 같은 거에요.
‘헤테로포니’의 소리는 촬영 당시의 공간을 어떻게 구현했고, 무슨 움직임을 만들었고, 어떤 공간에서 무엇이 발생하는지 기록하고 다시 재현한 것과 같아요.
하지만 전시실에 당시의 공간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영상 채널들 간 타임라인 싸이클이 어긋나면서 만들어내는 부조화가 중요해요. 채널 간의 시간의 부조화, 엇나감은 전시실을 촬영 당시 기록의 공간을 이용해서 새로운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Q.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작품이 5 채널인 만큼 팀의 멤버도 많았고 작업의 규모도 컸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5채널 작업은 처음이었네요.(웃음)
카메라 5대를 동시에 돌리면서 동시에 모니터링을 한다는 게 힘들었는데 촬영 중에도 그게 가능한가 의심을 하면서도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조절하는 것이 굉장한 도전이었어요.
Q. <올해의 작가상 2021>은 중견작가에게 신작 지원을 한다는 점에서 작가님께도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의 작업에 있어서 이번 전시와 작품이 특별히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합니다.
이번 작품은 다음 작품으로 가는 단계가 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전시에도 적용되는 ‘바로 지금, 여기’라는 큰 주제는 단순히 현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미래, 현재가 뒤섞여 운동하는 역동적인 대상이에요.
현재 진행 중인 11월 15일까지 토탈뮤지엄의 ‘토마(Thomas)’展에서는 동시에 이질적인 사건들을 한 공간에 동시에 배치해서 이뤄지는 실험을 하고 있어요.
‘토마(Thomas)’展이 주제를 표면상의·물리적으로 다른 공간(사건)을 병치시켰다면 ‘헤테로포니’에서는 한 가지 사건에 집중해 깊숙이 들어가 개념적으로 풀어냈어요.
앞으로 이 두 전시, 다른 경험들이 뒤섞인 것과 개념적인 것의 교집합을 찾고 싶어요. 물리적인 동시와 개념적 동시를 합쳐서 언어화한 변종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싶어요.
형식적으로는 2채널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채널을 적게 해서 설치 구조를 더욱 단순화해 선형·비선형적인 시간의 문제에 대한 사유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죠.
Q. 향후 국내·외 전시나 활동 계획이 있으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내년 8월 조율 중인 국내 전시가 있어요.
오민 작가의 작품 ‘헤테로포니’는 내용으로는 퍼포먼스와 영상기록물의 동시가 가능한가? 라는 물음과 이 물음의 출발에는 시간이란 개념의 이해와 사유가 필요하다. 작품을 전개하는 방식도 연구실에서 실험하는 듯해 관객들을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직접 작품을 접했을 때 오민 작가의 전시실은 감정이나 서사 없이 작가가 상정해 놓은 실험의 과정 혹은 도출된 결과물로 ‘현상’을 그대로 펼쳐놓은 듯했다. 이러한 점은 관객들을 피실험체로 혹은 함께 결과를 도출해 내는 실험자로 입장을 넘나들게 한다.
논리와 직관 어느 것이 작품을 접하며 먼저 행해질지는 관객마다 다르겠지만, 저마다의 실험의 과정과 결과를 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민 작가의 작품이 더욱 흥미로운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