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여홍일(음악 칼럼니스트)

“역대 월드클래스로 가는 서울시향의 말러 연주회들의 기억에 비해선 아쉬움”

지난 4월 올해의 2022교향악축제에서 ‘쇼스타코비치가 뜨고 말러는 저물고’의 트렌드를 뒤바꾸게 하는데 적절한 타이밍의 말러교향곡 제10번의 오스모 벤스케 지휘 서울시향 말러 연주였다.

사실 지난 2020년 서울시향 상임지휘자 오스모 벤스케의 말러교향곡 제2번의 롯데콘서트홀에서의 ‘부활’ 연주이후 벤스케의 서울시향과의 말러연주회에 대한 기억은 별로 잘 나지 않는다.

2020년 6월18일 있었던 실내악버전의 소프라노 임선혜와의 말러교향곡 제4번 연주가 유잃하다.

자국 작곡가인 시벨리우스이 교향곡 제3번과 제1번에 이어(2020년과 2021년 연속 연주)  5월19일과 20일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4번을 들려주는 벤스케가 서울시향과 상임지휘자로서의 동행 3년 동안 시벨리우스에 천착하는 만큼 말러연주도 말러 스페셜리스트로서의 해석을 더 자연스런 행보로 더 많이 선보였어야 했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국내 말러리안 음악 애호가들로서는 무척 많이 아쉬울 듯하다. 

자동차도 자꾸 써보고 타봐야 성능이 좋아지듯 이번 서울시향의 말러교향곡 제10번의 연주는 오스모 벤스케의 작품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석과 지휘대 위에서의 역동적인 존재감으로 벤스케의 거의 원맨쇼 가까운 해석이 주도할 만큼 벤스케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 듯한 연주회였다.

 

말러연주도 말러사이클의 가동을 통해 연주횟수가 많고 뜸하지 않고 연주천착에 몰입할 때 연주기량은 좋아진다.
말러연주도 말러사이클의 가동을 통해 연주횟수가 많고 뜸하지 않고 연주천착에 몰입할 때 연주기량은 좋아진다.

 

“벤스케의 거의 원맨쇼 같은 말러 해석이 연주 내내 머리 떠나지 않아”

벤스케는 서울시향과의 말러교향곡 제10번 연주를 앞두고 말러교향곡 제10번에 대해 “삶과 이별을 고하는 말러의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들려줄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라 꼭 감상해보라고 음악애호가들에게 권하고 싶은 교향곡”이라고 자신의 이곡에 대한 메시지를 녹화했었다.

공연 전부터 서울시향 단원들의 튜닝 사운드가 무성했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의 말러교향곡 제10번 연주가 시작되자 내게 시선을 끌었던 것은 소리의 입체적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 더블베이스 등을 바이올린 현악기군 뒤편에 배치하며 결연한 말러교향곡 연주에 임하는 서울시향 단원들의 이번 연주에 임하는 결연함이었다.

오랜만에 말러 레퍼토리를 들고 나온 말러 해석의 스페셜리스트로 자국 작곡가인 시벨리우스 교향곡들의 연주못지 않게 오스모 벤스케의 말러 해석에 그만큼 관객들의 관심이 높았는데 그럼에도 오스모 벤스케의 거의 원맨쇼 같은 말러 해석이 연주 내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블로거들 사이의 평에서도 그저 그랬다는 연주의 평이 있었고 1악장을 제외하곤 고유한 창작성은 잘 느껴지지 않고 겉으로만 모방하곤 있단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는 의견들이 개진돼 8~9년 전 정명훈 시절 서울시향 단원들의 말러리안 스페셜 연주단체의 자부심이 대단하던 시절의 연주력에는 다소 미흡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느낌을 갖게 된 데에는 앞서 언급한 대로 자동차도 자꾸 써보고 타봐야 성능이 좋아지는데 서울시향의 최근 말러 연주가 뜸했던 것에서 말러 사이클 연주가 부재했던 것에 이런 연유를 돌리고 싶다.  

내 개인적으로 서울시향의 말러교향곡 제10번 연주에 대한 기억은 8년 전인 2014년 1월 23일의 흇스톤심포니의 음악감독으로 창의적인 프로그래밍과 폭넓은 레퍼토리들로 명성을 쌓아온 한스 그라프의 말러교향곡 제10번 서울시향과의 연주다.

하나의 꽃을 피워내기 위해 무진 노력하는 심혈을 기울이는 지휘를 보인 한스 그라프의 지휘 하에 당시 서울시향은 1악장 Adagio와 2악장 Scherzo에선 두툼한 풍성한 선율의 질감을 다소 빚어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보였었다.

3악장 Purgatorio에서 다채로움과 절묘한 마무리까지 선보인 서울시향은 두 번째 스케르초 악장인 제4악장에서 점입가경의 연주를 들려주는 느낌이었고 연주의 아름다움과 완성도에 있어선 마지막 악장이 최고였다.

아니나 다를까 죽어가듯(sterbend) 마지막 악장의 선율이 종결되자 관객의 휘파람과 계속된 열띤 청중의 커튼콜로 서울에서의 새로운 말러 스페셜 연주단체로서의 서울시향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게 하는 벅찬 장면들이 연출되었었다.

 

오스모 벤스케의 거의 원맨쇼 같은 말러 해석이 연주내내 지배했던 서울시향 말러교향곡 10번 연주. (사진 서울시향)
오스모 벤스케의 거의 원맨쇼 같은 말러 해석이 연주내내 지배했던 서울시향 말러교향곡 10번 연주. (사진 서울시향)

 

‘“뜸하지 않고 연주천착 몰입할 때 연주기량 좋아진다.”

역대 서울시향의 말러교향곡 연주들 가운데서 내 개인적으로 가장 매혹적 연주를 들었던 것은 2013년 7월19일의 서울시향이 근래 볼 수 없었던 밀도 높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섬세한 연주로 유럽 콘서트홀에 내놔도 손색없을 2부의 하이라이트였던 말러 교향곡 4번 G장조 연주로 서울 클래식 팬들을 매혹시켰던 말러교향곡 제4번의 당시 로렌스 르네스가 지휘봉을 잡았을 때다. 

2014년 5월 23일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은 더 브릴리언트 시리즈 서울시향-정명훈의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5번 연주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4악장 Adagietto의 아련한 선율로 아름다움이 처연히 밀려오는 ‘알마에 대한 사랑의 고백’으로 숨 막히는 아름다움의 선율이 실연 연주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가장 아름다운 아다지에토를 들려줬었다.

로열콘서트헤보우와 버나드 하이팅크의 Mahler Complete Symphonies Cycle중 말러 5번에서 표출되는 좀 더 잘 정련되고 깊은 음향의 질감, 그리고 일사분란하게 금관이 빛을 발하는 말러에 비해 정명훈은 서울시향을 통해 새로운 유파의 말러를 그려내고 있었는데 한국적인 페이소스(비애감)와 격정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강렬하고 드라마틱한 해석이 그것이다.

2016년 1월의 당시 부지휘자였던 최수열이 지휘봉을 잡은 말러교향곡 6번 연주는 10년간 서울시향을 조련한 정명훈이 떠나고 악장 스베트린 루세브마저 자리를 지키지 못하며 중량감이 떨어지는 감이 있긴 했다.

그해 3월 엘리아후 인발과의 말러 교향곡 제7번 연주에선 서울시향의 현은 세련되지만 말러 교향곡의 질량감을 표현하기에는 무게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와의 2016년 7월 예술의 전당에서의 말러교향곡 1번 연주에선 순간적인 음향효과에 집중하며 전체적으로 세련된 사운드와 극적인 연출의 말러교향곡 제1번거인(Titan)을 들려줬다는 평을 받았다.

이런 역대 서울시향의 말러교향곡 연주곡들 대부분은 월드 클래스의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들의 내한공연에서 볼 수 있을 듯한 브라보와 근래 볼 수 없었던 벅찬 감격의 기립박수 및 함성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와 말러연주 등에서 월드클래스로 가는 서울시향의 위상을 확인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던 서울시향 말러 연주회들의 기억들로 내게는 남아있다. 

지난 2013년 8월 29~30일에 있었던 서울시향의 특별음악회 & 마스터피스 시리즈 IV의 말러교향곡 9번에 대해서도 “과장이 아니다. 눈감고 들었다면 유럽이나 영미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여겼을 것이다”라는 故 음악평론가 이영진씨의 평이 있을 만큼 서울시향의 역대 말러 교향곡 연주 사이클에서 인상적 연주들을 되새겨보자면,

이번 서울시향의 올해 2022년 말러교향곡 제10번 연주들 들으면서 자동차도 자꾸 써보고 타봐야 성능이 좋아지는 것처럼 말러연주도 말러사이클의 가동을 통해 연주 횟수가 많고 뜸하지 않고 연주천착에 몰입할 때 연주기량은 좋아지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 외부 기고 및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