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철학자 마사 너스바움 지음, 박선아 옮김

‘교만의 요새: 성폭력, 책임, 화해’ 표지 입체[사진=민음사 제공]
‘교만의 요새: 성폭력, 책임, 화해’ 표지 입체[사진=민음사 제공]

[문화뉴스 장성은 기자] 신간 ‘교만의 요새: 성폭력, 책임, 화해’가 지난 11월 25일 발행됐다.  

민음사는 약자와 차별에 대한 섬세하고 예리한 통찰로 국내에서도 반향이 컸던 석학 마사 너스바움이 성희롱과 권력 남용의 관계를 분석한 ‘교만의 요새’를 펴냈다. 

법철학자 마사 너스바움은 모든 차별과 폭력이 ‘교만’에서 비롯된 것이며, 오랜 시간 외면하고 은폐해 온 성범죄의 기저에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권력을 비호해 온 법과 문화가 자리한다고 주장한다. 미투 운동과 피해자들의 공개적인 수사 요청 등으로 이전보다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법적 보호 장치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존 스튜어트 밀이 ‘여성의 종속’에서 밝힌, 남성들이 여성을 자발적인 노예로 만드는 방식부터 여성의 참정권 운동을 펼쳤던 엘리자베스 스탠턴의 연설, 포르노 산업에 전면으로 반대한 급진적 페미니스트 철학자 안드레아 드워킨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대상화되고 착취돼 온 역사를 짚는다. 

너스바움은 성범죄는 여성의 ‘대상화’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여성을 객체로 전락시키고 지배할 수 있다는 남성 지배 권력의 믿음은 타인을, 특히 여성을 온전히 실재하는 존재로 받아들이지 않는 교만에 빠지게 만들어 “평등한 존중이나 온전한 자율성을 부정”하는 일상에서 ‘젠더적 교만’을 가진 남성을 길러내고 있다.

이 책은 1부에서 ‘대상화’와 ‘교만’이 왜 성희롱의 근원인지 파헤치고, 2부에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왜 법적 절차가 중요한지를 밝히며, 3부에서 법조계·예술계·스포츠계에서 교만과 성희롱의 상관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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