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한지원 인턴기자] 지난 '알렉스 퍼거슨과 맨유의 28년' 기사에 이은 EPL의 역사적인 사건 두 번째 이야기다.

한 시즌에 36경기를 치러야 하는 프리미어리그,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팀이 있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아스널 역사상 가장 빛나는 순간이 있었다. 115년간 아무 팀도 이루지 못했던 것을 해낸 팀, 바로 2003/04 시즌의 아스널이다. 26승 12무 0패로 승점 90점 획득, 전설적인 기록이다. 아르센 벵거(이후 벵거) 감독 지휘 아래 티에리 앙리, 로베르 피레스, 프레디 융베리, 데니스 베르캄프, 파트리크 비에라 등의 레전드 선수들과 함께 만든 신화, 그들은 어떤 플레이를 보였을까?

사진 = 2003/04 시즌 무패 우승을 한 아스널 / PL 공식 홈페이지
사진 = 2003/04 시즌 무패 우승을 한 아스널 / PL 공식 홈페이지

 

아스널과 22년을 함께한 아르센 벵거 감독

사진 = 아르센 벵거 /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사진 = 아르센 벵거 /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벵거볼 (Wenger Ball)

축구에는 무수히 많은 전술과 경기 스타일이 있다. 그중에서도 벵거 전 감독의 '벵거볼' 전술이 명칭까지 붙어 아이콘화된 이유는 특징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벵거의 전술에서는 기술력 뿐만 아니라 매우 높은 수준의 체력과 피지컬까지 요구된다. 쉬지 않고 빠르게 뛰어야 하고, 여러 번의 짧은 패스를 통해 수비를 뚫어야 하기 때문에 지구력과 민첩함을 필요로 한다.

UEFA 유로 2004를 전후로 축구계에서는 '공, 수 전환', 즉 '트랜지션'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당시 '빅 4'라 불렸던 맨유, 아스널, 첼시, 리버풀 등이 그러했다. 벵거볼이 '트랜지션' 상태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다른 전술과는 달랐다.

대부분의 팀들은 수비에서 공격 전환 시 빠르게 스트라이커를 향해 롱 패스를 하거나, 측면 돌파를 통해 상대 골문까지 가는데, 벵거의 아스널은 전환 상황에서의 아수라장을 빈틈 삼아 최대한 많은 인원이 동시에 상대 박스까지 도달해 수적 우세를 만든다. 또한, 높은 위치에서 공을 빠르게 회전시키고 빠른 전환을 하며 상대방을 압박하고 상대방의 실수를 노리는 전략을 취했다.

이렇듯 '전환의 속도'와 '순간적인 수적 우세를 만드는 침투'가 벵거 전술의 가장 큰 핵심 두 가지이며, 아스널의 벵거볼은 2003/04 시즌에 티에리 앙리, 로베르 피레스, 프레디 융베리 등의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 그 매력을 발휘해 무패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벵거볼 전술은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며, 벵거는 영국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한 명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한편, 펩 과르디올라의 FC 바르셀로나가 등장하며 상대에게 전환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점유율 축구를 선보이자, 트랜지션 전술의 효력은 희미해지고 '벵거볼'의 전술로서의 의의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사진 = 아스널 시절 박주영 선수 /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사진 = 아스널 시절 박주영 선수 /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아르센 벵거와 박주영

박주영은 2008년 프랑스 리그앙 소속 AS모나코로 이적하면서 유럽에 진출했고, 세 시즌 동안 팀의 핵심 공격수로 맹활약을 펼쳤다. 이후 벵거 전 감독의 연락으로 2011년 EPL 명문팀 아스널로 입단해 등번호 9번을 받았다. 그러나 2014년 팀을 나가기 이전까지 두 시즌 간 박주영이 아스널에서 뛴 EPL 경기는 단 한 경기. 벵거 전 감독은 그의 자서전에서 박주영을 기용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박주영이 AS모나코에서 상당히 잘했기 때문에 그를 영입했다. 박주영은 아스널 공격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공격수였다."라고 높이 평가했으나, "다만 자신감이 부족해 경기장에서 제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어쩌면 그의 능력을 뽐낼 만한 기회를 내가 충분히 주지 못 했던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스스로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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