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저명 지진학자 아키스 첼렌티스, 페이스북에 만우절 농담 올려
그리스 검찰, 가짜뉴스 여부 판단 위해 조사 착수
아키스, 가짜 머그샷 올려… "농담이 박해받는 세상"

사진=그리스의 산토리니섬/Pedro Szekely
사진=그리스의 산토리니섬/Pedro Szekely

[문화뉴스 우현빈 인턴기자] 그리스의 저명한 지진학자가 산토리니섬 지하의 마그마가 모두 사라져 바닷물이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가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5일(현지 시각) 그리스 지구역학·쓰나미 센터의 아키스 첼렌티스 국장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안타깝게도 산토리니섬에 안 좋은 일이 있다"며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지난 10월부터 지진학자 20명과 함께 이 섬을 주목해왔다"면서 "1월부터 이 화산섬 아래 마그마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관측했으며, 지구 반대편의 '트리판테코'라는 화산에서는 마그마가 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산토리니섬의 마그마가 이 화산으로 이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마그마의 이동으로 섬 해저에 구멍이 뚫려 에게해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깔때기'가 생길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에게해에 석호가 생겨 육로로 섬 간의 이동이 가능해질 지경에 이를 가능성이 30%에 달한다"고 적었다.

사진=네이처 지에 실린 산토리니 지하 마그마방 이미지/네이처
사진=네이처 지에 실린 산토리니 지하 마그마방 이미지/네이처

산토리니섬은 기원전 16~17세기 대규모 화산 폭발로 형성된 거대한 화산섬으로, 당시 폭발로 분출된 마그마만 40~60㎦에 달했다. 

지난 2015년 'Natru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산토리니섬 4km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마그마방의 크기는 무려 122㎦에 달한다. 만약 이 마그마가 모두 사라지게 되면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지하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7년 지열발전 도중 주입된 고압의 물이 결과적으로 포항 지진을 일으켰던 것을 감안할 때, 이러한 물의 이동이 지층에 영향을 주거나 지각변동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사진=아키스가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Akis Tselentis 페이스북 캡처
사진=아키스가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Akis Tselentis 페이스북 캡처

그런데 아키스의 게시글에는 자세히 보면 이상한 지점이 있다. 우선, 게시글에 올라온 화산 이미지 중 첫 번째 사진은 산토리니섬이 아닌 뉴질랜드의 와카아리섬이다. 활화산이긴 하지만 산토리니섬과는 거리가 아주 먼, 사실상 무관한 섬이다. 또 트리판테코섬이라며 올린 두 번째 이미지는 사진도 아닌, '화산'에 대해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되는 예시 그래픽이다.

거기다 두 화산이 정말 지구 반대편에 존재한다면, 설령 한쪽 화산의 마그마방에서 마그마가 빠져나간다고 해서 그 마그마가 다른 쪽 화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작다. 화산을 형성하는 마그마방은 맨틀에서 발생하는데, 맨틀의 특정 지점에서 압력 저하 등의 이유로 맨틀이 녹아 마그마가 생겨나고, 그것이 서서히 상승하다 일정 시점에서 고여 마그마방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당연히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화산이라면 완전히 별개의 마그마방에서 생겨난다. 그러니 산토리니섬의 마그마가 지구 반대편의 트리판테코 화산으로 이동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그가 올린 게시글의 마지막 이미지는, 다름 아닌 피노키오다.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동화 속 주인공으로, 거짓말쟁이를 비유하거나 거짓말임을 나타내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애초에 트리판테코섬이라는 화산섬도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화산섬이다. 그의 게시글은 사실 만우절 거짓말이라는 뜻이다.

사진=아키스가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Akis Tselentis 페이스북 캡처
사진=아키스가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Akis Tselentis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그리스 검찰은 지난 4일 이 페이스북 게시글이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게시물인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다음날인 5일 첼렌티스는 페이스북 계정에 후속 게시물을 올리고 "유머가 박해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면서 만우절 게시물이 농담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가짜로 찍은 자신의 머그샷(범죄자 확인용 사진)을 게시하고 "만우절 농담을 한 죄"라며 검찰 수사를 비꼬기도 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가 만우절 농담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지능이 낮다고 생각하는가 보다"라면서 "하지만 아동 성추행범은 박해받지 않는 세상이다. 진짜로 산토리니에 깔때기가 열려 이런 것들을 빨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다시 한번 농담 섞인 말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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