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으로 '부적합' 판정 받은 러시아 시민들, 집 침입한 경찰에 납치·징집
징병 서류에 강제로 서명하게 해…거부하자 폭행·위협
징병된 병사들 연락 수단까지 모두 빼앗겨

사진 = 난간에 기대 선 남성의 뒤로 자진 입대를 권유하는 광고가 보인다 / EPA / 연합뉴스
사진 = 난간에 기대 선 남성의 뒤로 자진 입대를 권유하는 광고가 보인다 / EPA / 연합뉴스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러시아의 강제징집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반 푸틴 성향 온라인 매체 모젬 오뱌스니트(MO)는 26일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모스크바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제징집 상황에 대해 보도했다.

MO에 따르면 러시아 시민들은 집에 침입한 경찰에 납치당해 군대로 끌려가고 있으며, 심지어 이미 질병을 이유로 징병 부적합 판정을 받은 시민들조차 무차별적으로 납치당하고 있다.

모스크바에 거주 중인 이반 두벤코는 척추에 발생한 골연골증으로 인해 징병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집에 머무르던 도중 경찰이 찾아와 그를 납치했고, 하루 만에 군에 입대시켰다. 그의 친구가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경찰과 징병위원회는 이반을 군입대사무소에서 10시간가량 감금했으며,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한편 "골연골증을 치료해주겠다"며 등과 울대뼈를 가격하거나 목을 졸랐다.

같은 날 강제징집을 당한 예브게니 코마로프 역시 천식과 우울증으로 징병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집에서 납치당해 군입대사무소로 끌려와 입대를 강요받았다.

이들은 이후 모스크바의 우그레시카 집결지로 옮겨졌다. 군은 집결지의 보안 유지를 핑계로 이들의 휴대전화를 모두 압수했다. 러시아는 2019년부터 군인들이 근무 중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나, 카메라가 없는 피처폰은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군은 강제징집당한 이들이 스마트폰은 물론 피처폰 종류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징집 과정에서 가족들이 피처폰을 건네주는 일조차 가로막았다.

하지만 이들은 집결지에서 연락 수단을 찾아내 그들의 상황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이반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군대가 그에게 입대서류에 서명하도록 강요했으며, 거부하자 막대기를 이용한 성폭력 위협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반은 그와 마찬가지로 강제징집당한 이들 중 일부는 패닉에 빠졌고, 어떤 징집병은 그가 보는 앞에서 전기를 이용한 자살을 기도하기까지 했다고 현장의 상황을 전했다.

러시아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 운동을 이끌고 있는 인권운동가 엘레나 포포바는 모스크바가 이전부터 징집 절차 위반이 잦기는 했어도 징병 과정에서 납치나 폭력 등 비인간적 수단이 동원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러한 무리한 징집의 폐해는 이미 러시아 군 내에서 나타나고 있다.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은 러시아 탈영병 재판 건수는 올해에만 이미 1천 건을 넘어섰다. 게다가 지난 벨고로드 지역 공격 당시 벨고로드주에 배치된 징집병은 자유 러시아군단의 진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국방정보국은 "러시아는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병사들이 품은 불만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기보다 병역 회피자의 처벌과 무리한 애국심 고취에 집중해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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