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의 자발적 모금으로 등장한 이례적 옥외광고
힐링형 MMORPG 트렌드 속 재출시 가능성 부각

(문화뉴스 주민혜 기자) 감성 MMORPG ‘에버플래닛’의 부활 요구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월, 경기 성남시 판교역에는 "잊지 못할 거야", "영원히 기억할게"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광고가 걸렸다. 이 광고는 서비스가 종료된 넥슨의 온라인 게임 ‘에버플래닛’을 응원하기 위한 유저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이뤄진 것으로, 국내 최초로 서비스 종료 게임이 중심이 된 광고 사례로 기록되었다. 단순한 추억의 환기가 아니라, 수년간 이어진 부활 염원의 집약이었다.

‘에버플래닛’은 지난 2010년 1월 첫 선을 보인 이후, 캐주얼 MMORPG 장르의 독특한 실험으로 주목을 받았다. 구형 지구본처럼 곡면 위를 달리는 ‘글로브 뷰’ 시점, 동화풍 그래픽, 부담 없는 성장 구조는 마니아 유저층을 확보하며 차별화를 이뤘다. 특히 전투와 경쟁 중심의 기존 MMORPG 문법에서 벗어나, 생활과 소셜, 탐험 중심의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운 시도는 당시 업계에서 보기 드문 행보였다.

그러나 잠재력을 꽃피우기도 전에 게임은 2017년 1월, 조용히 막을 내렸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보다도 운영 구조의 붕괴가 원인이었다. 핵심 개발팀이 인수합병으로 해체되었고, 콘텐츠 업데이트는 2014년을 끝으로 중단됐다. 여기에 수익을 고려하지 않은 ‘착한 BM’ 구조는 유저의 호평을 얻었지만, 장기 운영을 유지할 자금 흐름을 확보하지 못했다. 넥슨GT 합병 이후 발생한 운영 실수와 이벤트 오류는 유저 신뢰를 흔들었고, 결과적으로 점진적 이용자 이탈로 이어졌다.

그러나 종료 이후에도 ‘에버플래닛’을 둘러싼 커뮤니티는 사라지지 않았다. 대표 팬 커뮤니티 ‘에플레이’는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3,000명이 넘는 신규 회원이 가입하며 회원 수 1만5천 명을 돌파했다. 100명 이상의 오픈채팅방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고, 팬아트와 플레이 기록, 맵 복원 등 다양한 형태의 2차 창작이 지금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유저들은 마인크래프트 내 ‘에버플래닛’ 서버를 제작해 열기도 했으며, 커뮤니티 유저가 제작한 굿즈, 앱 등은 비공식이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팬덤 산업이 되고 있다.

2022년 8월에는 공식 서명운동에서 1만 명의 서명을 달성했고, 이후 넥슨 측에 공식 제안서가 전달됐다. 제안서에는 클래식 서버 재오픈, 모바일 리메이크, 혹은 IP 양도 등 여러 방안을 포함하고 있으며,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시장 흐름에 맞춘 재해석의 가능성도 언급되어 있다. 특히 넥슨의 다른 게임들에서 검증된 BM모델을 적용할 경우, 이전의 약점이었던 수익성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에버플래닛의 과거 수익성과 지표는 의미 있는 수치를 보여준다. 2012년과 2013년 기준으로 각각 연 매출 12억 원 이상, 월 평균 이용자 수 4만 명 이상을 기록했으며, 일본과 태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로열티 수익이 발생한 바 있다.

주목할 점은 현재 유저층이 20대로 진입하며 구매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2021년 유저 설문에 따르면 재출시를 위한 유료화, 혹은 펀딩 방식에 대해서도 대다수 유저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과거에는 청소년이었던 이용자들이 이제는 성인이 되었고, 일정 수준의 과금 부담도 감수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갖췄다는 의미다.

동시에 게임 시장 내 트렌드 변화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메이플스토리 월드, 마비노기 모바일, 도깨비 등 기존 IP의 감성적 세계관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플랫폼에 맞게 리메이크된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쟁보다는 탐험과 수집, 감정 경험 중심의 ‘힐링형 MMORPG’가 새로운 주류 장르로 부상하고 있으며, ‘에버플래닛’의 정체성과도 궤를 같이한다.

지금 ‘에버플래닛’의 부활은 단순한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감성적이고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한 MMORPG의 가능성을 다시 시험해볼 기회일 수 있다.

무엇보다 유저들은 여전히 이 모험이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사진= 넥슨, 에플레이 SNS

문화뉴스 / 주민혜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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