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웅이 '수상한 수업'에서 '노교수'를 연기하고 있다.

[문화뉴스]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대로 60년까지는 해보고 싶다."

동아방송 개국 성우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박웅은 명실상부한 연극계의 산 증인이다. 그동안 한국연극배우협회,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해 행정가로의 활동도 이어나갔다. 1977년 '누가 버지니아울프를 두려워하랴'로 동아연극상을 수상했고, 연극 '레미제라블', '꽃, 물 그리고 바람', '엄마를 부탁해' 등 연극작품뿐 아니라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관객들과 호흡하고 있다. 그리고 박웅 배우가 어느덧 연기를 시작한 지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연극 '박웅의 수상한 수업'은 2014년 예술의전당 'SAC CUBE 프리미어'로 기획·제작된 작품으로,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됐었다. 그리고 2016년 박웅 배우의 연극무대 50주년과 그가 소속한 극단 '자유'의 창단 5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2월 28일까지 다시 관객들을 찾는다. 연극계의 거목이 원캐스트로 약 한 달을 넘게 공연한다는 것은 보기 드문 경우다. 연극의 산실이자 창작연극의 보고인 대학로에서 다시 '박웅의 수상한 수업' 시작한다는 것은 큰 의의인 셈이다.

'박웅의 수상한 수업'은 70대 후반의 한 '노교수'가 30대 후반의 젊은 연극인 '유진원'을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노교수'는 오천만원이 든 돈 가방을 제시하며 '리어왕'의 '리어' 역으로 무대에 설 수 있게 연기 수업을 해달라는 제안을 한다. '유진원'은 이 제안을 결국 받아들이고 무인등대섬으로 가서 49일 동안 고립된 생활 속에 연기 수업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어느 날, '노교수'는 '유진원'에게 자신이 연기 수업을 받은 이유를 설명하게 된다.

   
▲ (왼쪽부터) 배우 김재만, 이주아 연출, 배우 박웅, 박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인극이 줄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 변화를 보여주는 이번 작품의 프레스콜이 15일 오후 열렸다. '노교수'를 연기한 박웅 배우, 초연에 이어 다시 작품을 맡은 이주아 연출, '유진원'을 연기한 '2005년 뮤지컬 '돈키호테'로 '산초' 역으로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김재만과 박웅 배우의 아들인 박준 배우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초연 이후 다시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을 다시 하게 된 계기는?
ㄴ 박웅 : 예술의전당에서 '수상한 수업'의 초연을 끝내고 나서, "그 후에 어떻게 할까"라는 계획은 전혀 없었다. 연극계가 요즘 많이 어렵고, 나도 나이도 있고 하니 해야 하는 작품도 많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그래서 리바이벌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술의전당에서 제작과 기획을 한 작품이라 모든 권한이 그쪽에 있어서 바로 할 순 없었다. 그래서 1년이 흐르고 다시 작품을 하게 됐다. 젊은 연출 등 스태프, 배우들과 열심히 한다고는 했는데 잘 모르겠다. 마음이야 오랜 기간 하고 싶지만, 여기서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순 없을 것 같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좀 더 하고 싶다. 이런 기회가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무대 동료 선·후배들과 계속 연극을 하고 싶다.

   
▲ 배우 박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초연보다 무대가 작아졌다. 어떤 방식으로 무대를 연출했는가?
ㄴ 이주아 : 2014년 10월 17일부터 11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기획 공연을 했을 때, 극 속에 있는 두 인물이 굉장히 왜소해 보이길 바랐다. 자유소극장 공연 중 가장 큰 무대가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 회전무대도 사용해, 거대한 등대 안에 갇혀있는 인간들의 고뇌와 외로움을 표현해보려고 했다. 이번 공연엔 대본은 새롭게 바뀌었기보다는 정리를 했다. '노교수'가 '유진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하게 하도록 수정했다. 지난 공연이 마지막 멘트에서 '노교수'가 '유진원'을 용서했는지에 대해 열린 결말을 했다면, 여기는 예술의전당이 아닌 대학로 소극장이어서 따뜻한 마음을 좀 더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프닝에 나오는 기분이 좋은 음악을 마지막 장면에 넣었다. 부성애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연출을 잡았다.

예술의전당처럼 회전무대를 만들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오래오래 이 공연이 만들어져, 박웅 선생님이 계속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박웅 선생님이 편안하게 무대를 이용하도록 디자인했다. 음향을 빼면 이게 등대인지 감옥인지 모를 정도로 건조하게 디자인했다. 마치 감옥 안에 갇혀있는 느낌을 두고, 사람이 들어와서 조명이 입혀지고, 음향효과를 통해 연극이 갖고 있는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려는 콘셉트를 잡았다.

연기한 지 어느덧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ㄴ 박웅 : 50년이라는 것이 사실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 (웃음) 세월이 흐른 것에 대해선 감회가 새롭다. 현재 지금 극단 '자유'에 속해있다. 극단 '자유'도 50주년이라, 바로 옆 극장에서 '그 여자 사람잡네'라는 연극을 하고 있다. 저도 이 작품에 출연했으면 좋았을 텐데, 먼저 공연 날짜를 잡아놨었다. 한 극단이 50년을 버텨왔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우리 같은 환경 속에서 그런 역사를 가진 극단이 별로 없다. 앞으로 그 역사를 이어가도록 노력하고 싶다. 개인적인 50주년 행사를 해선 안 될 것도 없다.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대로 60년까지는 해보고 싶다.

극단 '자유' 50주년 공연인 '그 여자 사람잡네' 최치림 연출과 대화를 나눈 것이 있다면?
ㄴ 박웅 : 최치림 씨는 제가 극단 '자유'에 입단할 때 이미 있었던 친구다. 김정옥 선생님과 같이 연출, 조연출을 맡았다. 초창기엔 최치림 씨의 작품에 많이 출연했다. 그 후 최치림 씨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시고, 저는 남고 김정옥 선생님과 같이 연극을 했다. 많은 세월이 지나긴 했지만, 좋은 것들을 많이 들여와 중앙대 교수로 재직하다 은퇴하셨고, 지금 다시 극단 '자유'를 맡고 계신다. 옛날엔 추성웅 씨, 김무생 씨, 박정자 씨, 장미자 씨(편집자 주 : 박웅 배우의 아내) 등 여러분들이 있었다. 지금은 극단 '자유'에 박정자 씨와 제가 끝까지 같이 하고 있는데, 나이로 보면 가장 선배 배우로 남아있다. (웃음) 최치림 씨가 나이에도 그런 왕성한 활동을 해서 좋다.

극단 '자유'는 한국연극사에 정말 큰 일을 해낸 곳이다. 1981년 프랑스 렌에서 개최되는 '오늘의 뮤지컬디어터 페스티벌'에 한국연극 최초로 참가했다. 작품을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것을 가져가서 '외국은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두려움도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 문화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신기하게 보면서 놀라워했던 분위기였다. '자유'의 그런 활동이 지금은 다 잊히고 있지만, 우리 연극계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 그런 쪽에 계속 공헌을 하리라 기대하며, 나 자신도 열심히 하고 싶다. '자유'가 가지고 있는 힘을 극대화하고 싶다. 최치림 씨와는 공연 전에도 계속 이야기를 나눴었다.

   
▲ 김재만 배우가 '유진원'을 연기하고 있다.

'유진원' 캐릭터는 어떻게 잡았나?
ㄴ 김재만 : '유진원' 역할을 처음 예술의전당에서 할 땐 디테일하게 생각을 많이 하지 못했다. 극장이 예술의전당보다 작다 보니 디테일을 많이 찾으려 노력했다. 이 캐릭터가 아주 애매하다. 어렸을 때 죄의식을 가졌고, 은연중에 꿈속에서 환청이 들리긴 하지만 자세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잊고 있었고, 세월이 지나면서 연극을 통해 모든 것들을 다 잊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다. '노교수'가 돈을 많이 준다고 하지만, '유진원'은 돈을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정서가 안정된 친구다. 그러다 '노교수'가 '유진원'을 만나러 온 목적을 알면서 정신이 돌게 된다. 어찌 보면 전혀 다른 캐릭터로 변신해야 하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소리를 지르는 부분에선 아끼려고 하지 않고,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며 접근하고 있다.

아버지와 무대에 같이 오른 소감은?
ㄴ 박준 : 그런 질문을 연습할 때 계속 들었다. 배우를 하면서, 아버지와 같이 무대에 서면 어떠냐는 꿈을 안 해 본 건 아니다. 아버지가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말씀해주셨는데, 상상하고 꿈을 꿨지만, 고민을 많이 했다. 워낙 김재만 씨가 초연 역할을 잘해왔고,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하는 공연에 누가 되지 않겠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도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참여했다. 연습하면서 많이 혼났다. (웃음) 아버지 눈에는 걱정이 많이 되는 것 같았다.

초연 때 아버지와 재만 씨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지적을 많이 당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작품 자체가 부성애를 다루면서 웃긴 대사가 있다. "친구들 아버지를 보면 참 부러웠는데, 진짜 아버지 같네"라는 대사가 있다. 아버지가 한 공연을 객석에서 보고, 제가 한 공연을 아버지가 객석에서 보셨지만, 한 무대에 서면서 배우 대 배우로 접하지 않은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있다. 지금도 부담이 굉장히 되지만, 많은 걸 배우는 저에게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공연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 박준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영상] 문화뉴스 김진영 기자 cind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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