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아티스트에디터 문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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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의 요람 피렌체에서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이탈리아의 비밀을 '서바이벌 이탈리아'를 통해 공유하고 싶은, 이탈리아 통신원 문희선입니다. Buon giorno.

[문화뉴스] (전편에서 계속)

여기에는 그 이유가 있다. 바로 그들의 넘치지 못하는 끈기와 한 사람 또는 한 곳에만 독점적인 정성을 쏟지 못하는 습관. 그들의 달콤한 입담의 타겟은 일단 상대방을 내 품으로 끌어들여 오는 것이다.

어떤 그들은 상대방이 넘어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확인이나 느낌이 들어감과 동시에 이미 상대에 대한 흥미를 잃어 가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그들의 능력이 장기간 지속해서 발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처음에 공격적으로 대시하다가도 돌연히 종적을 감추는 경우들 주변에서 너무나 많이 보았다.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요리 별로 각각 다양한 맛을 지닌 식사의 종류와 새로운 맛을 즐길 줄 음식문화를 가진 그들은, 그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다양한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에겐 다 비슷하게 느껴지는, 하지만 너무나 다른 레드와인의 맛의 차이를 구별해내는 섬세한 그들이므로, 그들이 우리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대화를 주도할 때 이들과 비슷한 수준의 대꾸를 언제든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함과 동시에, 그들의 달콤한 입담을 있는 그대로 즐겨보자는 것이다.

필자가 거주 중인 이곳 피렌체는 며칠 전 'Pitti uomo'(피티 우오모)가 막을 내렸다. '피티 우오모'는 남성들을 위한 패션위크를 말하는데 일 년에 두 번 1월 중순 6월 초에 열리며, 이 기간 동안 이탈리아 남성들은 평소보다 더 아름답게 꾸미고 나와 거리를 활보하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파티가 열리는 클럽이나 행사가 진행되는 거리가 흘려 놓은 테마에 맞춰 멋지게 외출을 한다. 여기저기 전후좌우 나이에 구분 없이 가는 곳곳마다 만나지게 되는 멋진 남자들이 지나가는 것을 볼때면, 속으로 혼자서도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놀라지 마시라. 피티 우오모 기간에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성들, 특별히 연출된 장면들이 아니라 정말 이렇게 하고 다닌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자기들만의 개성과 스타일이 있고, 이것들을 다른 이들에게 매력이 있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본인이 창조하고 추구하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은 남에게 과시하고 싶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갖기 위함이다.

특별히 잘생긴 사람들이 아닐지라도(실제로, 자세히 살펴보면 정말 잘 생긴 사람은 많지 않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부각할 줄 아는 뛰어난 감각이 있는 그들은 그들의 지닌 외적인 아름다움을 뽐낼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내적인 부분을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표현해 낼줄도 안다.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어필하기위해 열변을 토하는 그들의 고집스러운 모습은 주장 자체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그 모습들 자체가 그들의 스타일이며, 매력적이게까지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길고 화려한 스피치를 할 때에는 스타일에 지나치게 말려들지 않을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서로의 스타일이 제일이라고 떠들어대며 까분다. 아, 이런 용기들 그들을 더 맵시 있게 만드는 요소들이 아닐까? 참고로, 그들은 슈퍼에 장 보러 갈 때도 꾸미고 나간다. 이유인즉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스탠바이를 해야 한단다. 재밌다, 그리고 그 말도 맞긴 하다!

 

정말 이미지 사진 속 남성들의 발목 아래만 봐도 이탈리아 남자들임을 알아낼 수 있다.

그들은 말만 잘하는 게 아니라 옷도 잘입는다는 사실을 아는 한, 우리는 결코 그들을 미워할 수 없게 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현지에서 대학교 생활 동안 여러 지역 출신의 이탈리아의 친구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는데, 아무리 두 시간짜리 수업을 받으러 와도 트레이닝복이나, 한여름에도 슬리퍼 차림으로 결코 가볍게 등교하지 않는다.

시험 기간에는 정장을 입지는 않을지라도(기억을 떠올려보니, 간혹 있을 때도 있었다) 최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단정한 복장을 하고 나타난다. 하지만 방과 후 친목을 위해 저녁모임을 할 때는 그들의 복장은 예측할 수 없어진다.

새색시처럼 얌전히 단정하게 공부만 하던 학과친구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차림새로 나타나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모두가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남들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용기있게 입고 신고 쓰고 들고나온다. 가끔 지나쳐서 조금은 민망할 때도 있으나, 그럴 때 조차 그들의 무례하지 않은 입담은 그런 상황들에서조차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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