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 떠난 청춘들의 핀란드 여행. 3

 
[글] 아티스트에디터 메리청춘 pon310@mhns.co.kr핀란드를 '공짜로' 여행했다. 학기 중에 떠나는 여행이 제일 재미있는 여행이며 남의 돈으로 떠나는 여행이 진짜배기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 행복을 찾아 (남의 돈으로) 떠난 청춘들.
[문화뉴스] 헬싱키에서의 첫 아침을 맞았다. 넉넉히 오전 8시는 되어 기상한 것 같은데 그때 까지도 밖은 어두웠다. 어젯밤 편의점에서 구매한 간식 꾸러미를 펼쳐보았다.

핀란드의 편의점은 한국이나 일본의 그것처럼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지 않았기에 시리얼과 요거트로 요기했다. 사실 우리에게 라면이 있었지만, 우리가 구매한 1ℓ의 물은 '탄산수', 그것도 과일 향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 후에 가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핀란드에서 '생수'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부분 가게가 생수보다 탄산수를 훨씬 많이 취급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탄산수로 정신을 말끔히 한 후에 일정을 정리하며 숙소를 나왔다.

과연 북유럽이다. 숙소에서 나서자마자 콧구멍을 강하게 쏘아대는 칼바람은 아침의 탄산수보다 강렬했다. 차가운 유럽 도시의 남자 코스프레를 하며 여행 가방을 끌고 시내 캣워크를 이어가기에 우리의 신체는 나약했으며 자연은 힘이 셌고 캐리어는 육중했다.

▲ 아름다운 건축이 가득한 헬싱키의 거리

▲ 헬싱키의 칼바람에 맞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학생

무거운 캐리어 바퀴가 삐걱대며 울어대는 통에 신경이 곤두설 때 즈음 우준이 형 캐리어의 바퀴가 깨졌다. 바벨 삼아 모닝헬스라고 생각하며 29인치의 가방을 들고가는 그의 모습은 안쓰러웠다. 헬싱키 중앙역의 물품 보관소를 찾았다. 서너 종류의 사물함은 가격이 4유로부터 8유로까지 다양했다. 어차피 망한 차도남 코스프레라면 알뜰히 살자며 8유로 보관함 하나에 네 명의 캐리어와 백팩을 잔뜩 끼워 넣었다. 숨통이 트였다.

▲ 헬싱키 거리의 행인들

우리가 헬싱키에서 찾을 목표는 '청춘의 여유와 이유'였다. 우리는 중앙역을 기점으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헬싱키 대학교를 찾아갔다. 대학가의 북적임을 기대했지만, 학생들조차 많이 보이지 않았다.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기 사이에서 애니메이션 툴로 강의를 이어나가는 강사의 목소리만 창문 사이로 들려왔다. 어쩌면 이런 고요함이 핀란드 청춘들이 가진 여유의 비결인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미래만을 생각하며 현재의 삶을 불안하게 여기던 우리로서는 여유에 대해 생각할 기회조차 없었다. 오히려 일이 없이 고요한 순간을 여유로서 인정하지 않고 불안해했다. 여유를 게으름과 동일시하는 교육에 익숙해진 관습 때문이리라.

▲ 헬싱키의 광장을 배경으로 나란히 선 메리청춘

헬싱키의 명소는 대개 '고요함'과 관련 깊다. 다음 글에서 자세히 소개할, 거대한 나무 보울처럼 보이는 작은 예배당 '캄피'는 '캄피 고요의 교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천장 가득 들어오는 자연의 빛을 품은 암석 교회도 조용히 생각하기에 너무나도 완벽한 장소다.

▲ 헬싱키의 거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도중 첫 눈이 내렸다

방해받는 요소 없이 온전한 적막 사이에서 천장을 뚫고 나오는 빛은 우리가 가진 '여유의 불안'을 해소해 준다. 핀란드인의 여유는 어쩌면 자연채광 건축과 고요함의 문화 덕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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