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 연출의 신작, 연극 '얼음' 프레스콜 열려

   
▲ (왼쪽부터) 이철민, 박호산 배우, 장진 연출, 김대령, 김무열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관객들이 이걸 어떻게 볼까? 50억짜리 영화 개봉하는 것보다 100배 더 스릴 있고 긴장된다.

장진 연출의 신작, 연극 '얼음'이 공개됐다. 연극 '얼음'은 잔인하게 살해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열여덟 살 소년과 그 소년을 범인으로 만들어야 하는 두 형사의 이야기다. 형사 역을 맡은 두 배우만이 등장하며, 배우와 관객이 만들어낸 소년 사이에서 펼치는 집요한 심리전이 관극 포인트다.

장진 특유의 작가적 상상력과 이야기 구성으로 감각적인 무대가 선보이는데, 지난달 막을 내린 연극 '꽃의 비밀' 희곡을 쓰기 바로 전에 완성한 극으로 같은 기간에 집필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상반된 내용의 작품이다. '꽃의 비밀'이 유쾌한 코미디였다면, '얼음'은 독특한 구성의 2인극으로 관객은 상상의 퍼즐을 맞춰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지난 13일부터 프리뷰 공연을 시작하며 오는 3월 20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막을 올리는 가운데, 프레스콜이 17일 오후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엔 장진 연출을 비롯해 '형사1' 역의 JTBC 드라마 '라스트'에서 '독사' 역으로 악역 연기를 선보인 이철민, 뮤지컬 '빨래', '형제는 용감했다' 등에 출연한 박호산, '형사 2'역에 스크린과 브라운관으로 활동하며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나선 김무열, 연극 '꽃의 비밀'에서 결벽증이 있는 허당끼 있는 의사로 등장한 김대령이 참석했다. 장진 연출과 배우들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 장진 연출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먼저 공연된 연극 '꽃의 비밀'과 같은 기간에 집필했다. 집필 의도를 듣고 싶다.

ㄴ 장진 : 저번 달에 끝난 '꽃의 비밀'보다 먼저 썼다. 2014년 12월 마지막 주에 썼는데, 고민스러운 사정도 많았고, 당시 하는 일에 관련해서 많이 힘이 빠졌었다. 그 시기에 사무실에서 며칠 동안 연락 다 끊고, 몇 년 동안 써야 하고 생각한 작품을 썼다. '얼음' 집필을 끝내고, 본의 아니게 일정이 한 1주일 정도 남아서 '꽃의 비밀'도 썼다. 밤에 미친 듯이 썼는데 행복했다. 예전엔 공연 날짜를 잡아놓고 글을 쓰는 등 공연에 대한 목적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번엔 목적 없이 쓰고 싶어서 썼다.

두 작품이 가슴으로는 결과를 떠나 감회가 남다르다. '얼음'을 줄거리로 놓고 본다면, 통속적인 미스터리 극이자 수사 추리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형식적으로 좀 더 해보고 싶었다. 배우가 무대에서 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끝없는 놀라움과 존경을 받으면서, 알 수 없는 어느 영역이 있다고 봤다. 관객들에게 만들어지는 환영처럼 텍스트 외적인 무엇이 있는가가 궁금했다. 한 번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40대 중반, 데뷔 20년이 좀 넘은 작가가 무언가 갈증이 나고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 시도에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 대중적으로 편하게 갈 수 있는 작품도 있지만, 이런 시도를 해본 것 같아 스스로 쓰다듬어준 것 같다.

자신의 캐릭터를 소개해달라.

ㄴ 이철민 : 겉으론 인자하지만, 상처받는 이중적인 형사다. 브라운관이나 영화에서 험한 역할을 많이 해서 악역 전문 수식어도 붙기도 했는데, 이번 '형사1'은 나에게 너무나 좋은 역할이었다. 해보지도 않았고, 장진 감독님과 이런 캐릭터를 처음 해서 신나고 재밌게 연습했다. 장진 감독님께 감사드리는 것이, 이런 역할을 소화해낼 거로 생각하지 않으셨을 텐데 믿고 캐스팅해주신 것이다.

'형사1'을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ㄴ 박호산 : 처음에 대본을 받고 모놀로그 아니냐고 생각했다. 혼자 가야 하는 시간이 존재해 관객과 나인 줄 알았는데, 점점 2인극처럼 구체화하고 있었다. 자리에 없는 친구의 말과 모습이 보였다. 느껴지니까 좀 더 편해졌다. 장진 감독님의 디렉팅은 "그 친구가 보이면 좋겠다"를 넘어서, "그 친구가 이 안에 특별한 존재로 있으면서, 관객들에게도 존재감이 느껴진다는 것"이 연습 진행되면서 어려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편해지고, '혁'이한테 의존하게 됐다. 사실 시선 맞추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도 '형사2'가 들어올 때 좋았다.

 

   
▲ (왼쪽부터) 김무열, 박호산이 '형사'로 등장한다.

장진 감독과 여러 작품을 같이 했다. 이번 캐릭터는 어떤가?

ㄴ 김대령 : '형사1'과 상반된 캐릭터다. 겉으로 보면 거칠고, 무식하고, 소리 지르고, 욕하는 센 캐릭터다. 하지만 내면에 따뜻함과 인간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그런 인물이 한둘은 있다고 생각해서, 단순히 보이는 터프한 부분의 캐릭터를 어떻게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보일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장진 감독님과 여러 편을 했다. 저에게 사부님 같은 분이다. 데뷔작부터 20년 동안 거의 20 작품을 한 것 같다. 오래 봐오다 보니 스스로 연출님 작품이면 내가 이해하는 게 맞고, 뭔가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할 때마다 새롭고 어렵다. 그게 너무 신기하다. 단 한 번이라도 편하게 다가온 적이 없어서,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편해지면 좋겠다. (웃음)

오랜만에 연극 무대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ㄴ 김무열 : 먼저 여전히 설레고 기분이 좋다. 관객들과 만나는 것은 배우들에게 늘 기쁜 일이다. 와일드함, 터프함이 다른 것 같다. 이런 새로운 모습을 관객분들이 잘 받아주셨으면 좋겠는 게 배우의 욕심이자 바람이다. 작품을 선택한 계기는 등장하지 않는 배우 한 명의 형체를 같이 어떻게 만들어갈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그게 어떻게 무대에 보이느냐는 기대도 있었다. 결국, 대본만 봐서는 잘 몰라서 해봐야겠다는 도전정신이 생겼다. 그래서 즐겁게 잘하고 있다.

'얼음'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

ㄴ 장진 : '얼음'이라는 제목은 약간 추상적이다. 대본 표지엔 "처음엔 물이었었던, 형체도 없었던"이라는 글귀가 있다. 단순히 추워서 그게 얼어있는데, 얼음이라 하면서 고유한 형질로 느끼게 한다. 곧 다시 녹아서 없어질 수 있는 것들에 관한 내용이다. 그래서 '얼음'이라는 제목을 지었다. 무대에 존재하지 않는 형체를 만들어냈고, 그 형체가 어떤 모습인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에 대한 부분은 관객이 이해하는 것이 각자 다 다를 것이다. 그 소년에 대한 두려움, 측은함 등 다르다. 그런 환영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결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살면서 보이지 않는데 "이건 뭐지"라고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사랑, 행복, 성공 등 눈에 안 보이고,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성공이다"라고 하면서 거기에 이상한 물질적 완성도를 입히려 한다.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았다. 이 제목과 어울린다고 할 순 없지만, 그 단어가 이 작품과 연상이 됐던 것 같다.

 

   
▲ 이철민(왼쪽)과 김대령(오른쪽)의 '형사' 호흡도 관객들을 찾는다.

작품에 나오는 노래는 어떤 의미가 있나?

ㄴ 장진 : 대본상 어린 친구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물리적 현상이 일어났을 때, 알 수 없는 궁금증이 있도록 하고 싶었다. 노랫말도 주인공이 알고 있는 노래였겠지만, 거기에 나오는 선율이 이 무대 공간과는 완전히 동떨어졌으면 좋겠다고 해서 친한 뮤지션 루시아에게 부탁했다. 대본을 주고 그 부분을 만들었는데, 멜로디를 받고 좋아서 전곡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커튼콜 나올 때 그 음악이 나온다.

뒷부분이 애매하게 끝나는 것 같다. 범인이 확실히 누구인가?

ㄴ 장진 : '열린 결말'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나 연출로 무책임한 일인 것 같은데, '얼음'은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이미 텍스트 상엔 범인이 등장한다. 이런 질문이 나오는 이유는 소년의 대사를 관객이 창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열린 결말을 보여준 것 같다. 그것이 다른 경험과 시도라고 본다.

배우가 막과 막 사이에 소품을 이용해 소음을 크게 내거나, 음향을 두렵게 한다. 어떤 효과를 주고 싶었나?

ㄴ 장진 : 이 작품에서 장면전환은 암전 상태에서 할 수 없고, 불을 켜야 한다. 장면 전환하는데 스타일 없이 배우가 허둥지둥 대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관객들에게 재미가 없기도 했다. 그래서 사내 둘이 진행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극의 흐름을 깨지 않는 무대 장면 전환을 하면 좋을까 해서 현 상태의 전환을 사용하게 됐다.

두 배우가 공연 중간에 의상 교체 후 다른 배역으로 연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의미였나?

ㄴ 장진 : 예를 들어 '형사2'를 김무열 배우가 맡았다고 가정해보면, 김무열이 연기로 무대에 존재하지 않는 형태(소년)를 만들어 낸다. 3장엔 김무열이라는 배우가 연기한 '형사2'는 없어지고, 김무열은 '형사2'를 바라보는 다른 캐릭터가 되어 이야기한다. 관객들은 한 시간 이상 김무열이 만든 '형사2'가 어떤 캐릭터인지 알게 된다. 이게 역할극의 재미 같다. 관객분들도 이에 고스란히 쫓아올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 배우와 관객들은 안 보이는 소년의 연기도 살펴야 한다.

작품 해석에 대한 생각의 여지를 많이 준다. 이렇게 해석하면 안 됐으면 좋겠다는 것은 무엇인가?

ㄴ 장진 : 어떤 관객분이 정말 상상력이나 예리한 것이 있어서, 내 원안의 시놉시스를 다 알아채 그걸 강력한 사이트에 올리면 위험할 것 같다. (웃음)

'형사2'는 상당히 욕이 많이 나온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ㄴ 김무열 : 지난 일요일 오후에 낮 공연을 했다. 교회를 다녀오시는 관객분들이 계신다. 성스러운 기운 받으신 분들에게 육두문자 섞인 말 하는 게 죄송했다. 입 여닫을 때까지 욕이 나와서, 저속하지 않을까, 상스럽지 않겠냐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다른 작품에서 대본에 없는 욕을 하면 연출님이 관객들과 멀어진다고 자제한다. 그런데 우리 연출님은 오히려 욕을 권장하시고, 없던 욕도 만들어 주신다. 그래서 공연 한 번 하면 속에 쌓여있던 울분과 화가 싹 없어지는 것 같다. 순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김대령 : 그 부분에선 비슷하게 느낀 것 같다. 원 없이 해보는 것 같다. 그렇게 서로 욕하고 소리 지르고, 3장엔 조금 다른데 연습하면서 우리끼리 즐겁고 기분 좋게 웃어가면서 한 기억이 난다.

'형사1'이 겪은 이전 사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ㄴ 장진 : 모니터로 몇 번 들었던 이야기고, 희곡 상 보완이 되는 지점이다. 어제(16일) 연기한 이철민 배우는 잠깐의 호흡 몇 개를 더 한 부분이 있다. '형사1'이 가진 미결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을 표현해지기 위해 박호산 배우도 다시 맞춰보고 처음 오늘(17일) 저녁 공연에 선보일 예정이다. 설명의 친절을 떠나 한 사람의 심적 고통을 관객이 공감 못 하면 희곡적으로 좀 더 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초안의 비애 같다. 텍스트로만 발란스가 잡히면 좋겠는데, 공연 올리고 깨닫는 부분이 있다.

 

   
▲ '형사1'(오른쪽, 이철민)의 과거도 공개된다.

배우의 조합에 따라 작품 느낌이 다를 것 같다.

ㄴ 장진 : 연습과 최근 공연을 보면서 개성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의 조합에 따라 재미가 달라진다. 공연 두 번, 세 번 보게 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공연 끝날 때쯤에 다시 보면 달라져 있을 것이다. 마지막 날까지 배우들과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한다. 초연이라서 끝날 때까지 뭔가 부족하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해서, 기존에 공연한 것도 바뀔 것 같다. 우리 배우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필모그라피에 이 작품이 창피하지 않고 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우들 연기가 힘들었다. 대사도 많고, 70%가 모노드라마인데 공연 끝날 때까지 집중하는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앞으로 계획은 어떠한가?

ㄴ 장진 : 배우들과 이야기 많이 했다. "관객들이 이걸 어떻게 볼까"라고 이야기했는데, 50억짜리 영화 개봉하는 것보다 100배 스릴있고 긴장된다. 며칠 지나면 긴장도는 줄겠지만, 살면서 이런 순간이 있으면 좋겠다 했는데, 지금이 그렇다. 앞으로 연극적 시도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계속하고 싶었다. '서툰 사람들' 공연되고, '꽃의 비밀' 연장하고, '택시 드리벌'도 김수로 씨가 계속한다고 하니 대학로에 내가 쓴 작품이 엄청나게 열리게 된다. 그런데 지금 내가 뭘 쓰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현재 '얼음'이 중요하고, 적지 않은 기간 안에 새로운 작품을 할 것 같다. (영화 계획은 어떻게 되나?) 영화는 내년 초 이후에나 하는데, 1년 이후의 이야기라 구체적으로 드릴 말이 아직 없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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