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파일 기획 : 영화광 기자의 영화외전

   
▲ 청년들을 응원한다.ⓒ감성호랑이
[문화뉴스] 영화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썸이 많냐는 질문에 노코멘트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묻습니다. "아들아, 청춘사업은 잘 돼 가니?" 오늘날 청년들의 청춘사업은 연애가 아닐지 모릅니다. 아르바이트, 스펙, 구직난, N포세대, 문송합니다 등 청년들을 달콤한 연애만으로 수식하기에는 그들이 당면한 현실이 녹록지 않습니다.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에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청년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은 의원은 "더 이상 청년들이 누구를 밟거나 밟힌 경험만으로 20대를 살아가지 않기를 원합니다. '청년'을 넣고 네이버 검색을 해봤습니다. 검색어 1위가 '알바'일거라고 추정했는데 '글자 수 세기'였습니다. 20대 청년한테 이 이야기하면 다 웃습니다. 회사에 지원하는데 '1,000자 이내로 써라'고 해서 글자 수 세기 프로그램 돌린다는 겁니다. 청년 하면 떠오르는 게 젊음도 아니고, 정열도 아니고, 축제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고, 욕망도 아니고, 그런 모습으로 살게 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아르바이트 생들의 권리를 주장한다. ⓒ알바몬
조금은 무겁게 시작했습니다. 기획은 아르바이트의 꽃인 '영화관 아르바이트'로 밝게 시작하고자 했으나, '아르바이트'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는 아직 가볍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전국에는 영화상영관 426개가 있습니다. 그중 CGV 129개, 롯데 118개, 메가박스 77개가 있는데요. 기타 102개의 영화관이 더 있습니다. 오늘은 삼대 멀티플렉스 관에서 열심히 우리를 위해 미소 짓고, 꿈을 선물하고, 고객의 소리를 다시 메아리치는 아르바이트생들 미소지기(CGV), 드리미(롯데시네마), 메아리(메가박스)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을 만나보았습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편리한 시설 외, 또 다른 꽃은 파릇파릇 꽁냥꽁냥 아르바이트생들인데요. 영화를 보러 가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특정한 색의 옷을 입고 우리를 반겨주는 언니 오빠들을요. '알바몬'의 광고에서 주황색 옷을 입고 아르바이트생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혜리처럼, 본지 역시 이들을 위해 익명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점 이해 부탁합니다. 가깝지만 멀게 느껴졌던, 우리 메아리, 드리미, 미소지기들을 만나보겠습니다.

하는 일과 복지 혜택에 대해 알려주세요.(세 영화관이 유사합니다)

   
▲ ⓒcgv

급여조건은 어떤가요?

주간 시급 : 6,030원 + 1,206원(주휴수당) = 7,236원
22시~: 6,030원 + 1,206원(주휴수당) + 3,015원(심야수당) = 10,251원
(월 60시간 미만자는 주휴수당 제외): 6,030원
(2016년 시급 기준)

어떤 교육을 받나요?

ㄴ 가장 중점적으로 교육받는 내용은 '서비스'입니다. 친절한 말투, 올바른 인사법, 미소 등에 대해 교육을 받습니다. 사실 배운 대로 하는 사람은 없긴 하지만 최대한 친절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전에 박보영 씨가 무대 인사를 하러 왔는데, 어떤 아르바이트생이 악수를 하고 직원분한테 등을 맞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행동을 특히 하지 말라는 교육도 받았습니다. 소방교육, 성교육 등도 받습니다.

ㄴ 영화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위치별로 역할을 알려주고 역할에 따른 일하는 방법을 배운다. 무엇보다 손님을 대하는 태도를 가장 많이 배운 것 같다.

   
▲ 메가박스 아르바이트생의 유니폼과 명찰 그리고 멤버쉽카드다. ⓒ메아리
본인이 근무하는 영화관만의 차이점
ㄴ 동대문 메아리 : 몇 안 되는 24시간 영화관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금, 토요일에는 영화 3편을 연달아서 상영하는 '무비올나잇'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상영관 규모가 큰 편입니다. 4D 상영관은 없지만, 상영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스크린 크기도 전반적으로 큰 편입니다.

ㄴ 롯데시네마 드리미 : 아르바이트생들한테 밥을 준다. 많이 자유분방했다. CJ 계열사에서 아르바이트하면 정석적인데, 롯데시네마는 자유분방하다. CJ는 먹으면 바로 퇴사인데 너무 정석적이지 않았다. 4D 영화의 경우, 일회용 안경이라, 버리고 가거나 고객이 가져가도 된다. 롯데는 특징이 별로 없는 것 같다.

ㄴ 대학로 미소지기 : 아트하우스가 있어서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따로 있다. 대학로 문화극장에 배우 한 명이 와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토크를 한다. 옥상에 야외 스크린이 있어서 3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고, 파티하는 느낌을 즐길 수 있다. 일반인도 신청만 하면 이용 가능하다. 인디 예술가들과 엮여서 공연하기도 한다.

ㄴ 코엑스 메아리 : 성수기 때는 6시간 동안 화장실을 한번 가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 그래서 근무하는 메아리도 많고 손님도 많아 항상 북적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시사회도 자주 열려서 유명인사도 많이 온다. 그리고 스크린 A, B 관에서 다양성 영화를 틀어준다. 오페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 롯데시네마 초코팝콘
영화관에서 이건 꼭 먹어야 한다!
ㄴ 동대문 메아리 : 식사할 거리가 필요할 때에는 ‘치킨앤칩스’라는 메뉴를 추천합니다. 이미 식사는 했고, 디저트 거리가 필요할 때에는 ‘초코슈스틱’을 추천합니다.

ㄴ 코엑스 메아리 : 영화관 입구 쪽에 위치한 매점에 '통찡어구이'가 판매합니다. 굽는 데는 3분 30초가 걸리고요. 바로 구워야 더 맛있으니, 오래 걸려도 기다리는 맛이 있지요. 포테이토 역시 바로 구워달라고 하면 바삭바삭하고 맛있습니다. 그리고 핫도그는 스파이시가 메아리들에 인기가 많습니다. 2층에 있는 특별 관에 있는 치즈케이크가 맛있다고 해요.

ㄴ 롯데시네마 드리미 : 다른 메뉴들은 기본적으로 영화관에 있는 것이고, 롯데시네마 하면 초콜릿 팝콘을 추천한다.

ㄴ 대학로 미소 지기 : 핫도그 위에 알프레도 소스를 뿌리고 마늘 칩을 얹은 크리미갈릭핫도그가 잘나간다. 불고기나쵸칩도 한번 먹는 사람들은 계속 먹는다. 셰이크 팝콘의 경우 양파, 체더치즈를 추천한다.

왕대박 JS 손님(진상)…. 힘들지 않나요?

ㄴ 다소 응대하기 힘들었던 손님 유형으로는 어린 자녀를 데리고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를 보겠다고 하던 분과 나이가 어려 보인다고 반말을 툭툭 뱉는 손님 정도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운이 좋은 것인지 많이 만나보지는 못했습니다.

ㄴ 유아용 의자를 이용하고 그대로 두는 고객들이 너무 많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한 관람관에서 60개 이상의 유아용 의자가 나온다. 썼으면 제자리에 가져다 두었으면 좋겠다.

ㄴ 너무 바쁜 시간대에 한 손님이 매우 많이 주문해서 일을 좀 버벅댔는데, 손님이 진지하게 "머리가 잘 안 돌아가냐? 머리가 딸린다." 등 시비를 걸었다. 애써 넘기긴 했지만 지나고 나니 화가 너무 많이 났다.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을 하찮게 보는 것 같았다.

ㄴ 청소년관람 불가여서 나이가 안 되는데 억지로 속여서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 친구들이 속이는 경우 신분증을 요구해서 돌려보내는데, 부모님을 동반해서 억지 부리는 경우 당황스럽다.

   
▲ ⓒ미소지기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주는 복지 혜택이 무엇인가요?
ㄴ 동대문 메아리 : 알바를 시작하고 한 달 후에 시험을 봐서 통과하면, 메아리 카드가 발급됩니다. 이 카드가 있으면 영화도 무제한으로 볼 수 있고 매점의 모든 메뉴가 50% 할인이 됩니다. 물론 일하는 지점에서만! 그리고 한 달 만근을 채우면 영화 초대권도 주고 생일에는 문화상품권도 챙겨줍니다. 제가 지금까지 했던 아르바이트 중에서는 복지나 혜택이 가장 많다고 생각합니다.

ㄴ 코엑스 메아리 : 저희의 경우 메아리 카드가 있어도 좋은 상영관 몇 개를 제외한 곳에서 틀어주는 영화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객석 점유율이 80%도 넘으면 안됐고요. 영화관 퇴사 이후에도 콤보 2,000원 할인, 영화 7000원 관람 등의 혜택이 1년간 남아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바쁜 성수기가 지나고 고생한 메아리들을 위해서 다과와 맥주를 준비해서 파자마파티를 열어주었습니다. 드레스코드를 정해서 상품을 주기도 했고요. 조를 짜서 게임도 하고, 장기자랑도 해서 즐거웠습니다.

ㄴ 롯데시네마 드리미 : 우리의 경우 한 달에 넉 장 관람권이 나왔다. 이 역시 객석점유율 80%가 넘으면 이용할 수 없다.

관객과 최전선에서 만나는 직종이다. 영화에 대한 관객의 솔직한 반응을 알 수 있나요?

ㄴ 공포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경우, 울면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나오면서 통로에서 반응을 쉽게 알 수 있다. '빅쇼트'의 경우 이해가 안 된다며 나오는 관객들도 있었다. '셜록' 개봉했을 때 사람들이 다 이해 안 된다고 말하며 나온다. 관객들 반응은 통로에서 표정을 보면서 알 수 있다.
   
▲ 배우 마동석이 영화 홍보를 위해 메가박스에서 아르바이트 체험을 하고 있다.
영화전문가는 아니지만, 현재 영화관에 있는 홍보, 마케팅 광고는 어떤 거 같은지.
ㄴ 영화관 내에서의 홍보 마케팅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몇몇 영화들이 개봉하기 전에 홍보용 티셔츠를 주는데, 손님들이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영화관에 와서 홍보물을 보고 영화를 선택해야지’하는 관객보다 ‘어떤 영화를 봐야지’하는 생각으로 영화관에 오는 관객이 많을 거로 생각합니다. 영화에 대한 홍보는 영화관에 있는 손님들보다 영화관 밖에 있는 손님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ㄴ 영화관에 있으면 영화 홍보 마케팅광고를 지겨울 정도로 듣는데, 대부분 재미있는 장면이나 클라이맥스인 장면을 홍보영상으로 만든다. 막상 본영화를 보면 그 장면이 나오는 부분이 예상이 되거나 끼워 맞춰지는 느낌이 들어서 좀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ㄴ 이제 모든 영화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홍보마케팅을 하는 것 같다. 조금 지루하기도 하다.

   
▲ 할로윈데이를 맞아 이벤트를 하는 아르바이트생들.
영화관 아르바이트 연관검색어에 썸과 외모가 뜬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두근세근)
ㄴ 김진영 기자 : 기자가 만난 분들께서 노코멘트를 요청하셨습니다.

ㄴ 코엑스 메아리 : 비슷한 또래 친구들이 성비를 어느 정도 맞추어서 한 공간에서 일하는 환경입니다. 근무만 하면 상관없는데, 근무 이후 같이 치맥을 하거나 밥을 먹습니다. 같이 영화도 보고요. 그렇다 보니 메아리들끼리 장난으로 엮기도 하고, 썸도 많습니다. 하지만 한정된 집단일수록 소문이 빠르다는 점. 하지만 모태솔로나 썸을잘 못 타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영화관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도 썸이 안 생길 확률이 높다. 대학 간다고 다 애인이 생기지 않는 것처럼.

ㄴ 대학로 미소지기 : 뽑을 때는 특별히 외모에 제한을 두는 것 같지는 않다. 학벌과 외모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고객을 상대로 말을 똑바로 하고, 올바른 언행을 가지면 가능할 것 같다.

   
▲ 롯데시네마의 아르바이트생 드리미 캐릭터다.
영화관 아르바이트 추천한다? 안 한다?
ㄴ 지금까지 각종 아르바이트를 8개 정도 했었는데, 이만한 아르바이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급이나 각종 혜택 등을 고려하면 이런 꿀 아르바이트는 찾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ㄴ 100% 추천. 엄청나게 좋다. 영화관 아르바이트가 다른 아르바이트 중에서 좋다. 인간관계도 재미있고, 비슷한 연령대 사람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다. 서비스업이라 다른 아르바이트를 지원해도 다 붙는 것 같다. 특히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ㄴ 매우 추천한다. 일단 영화관은 항상 쾌적하고, 아르바이트생들 끼리 친한 인간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일하는 게 재미있다. 나잇대도 비슷비슷해서 공감대 형성도 잘되고 싶고 친한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따라서 인맥 넓히는 데 좋다. 또래들하고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지루하지 않은 아르바이트를 원한다면 영화관 아르바이트는 좋은 선택이다.

전국의 모든 영화관의 아르바이트생들을 만나보지 못한 점, 영화관 지점마다 차이가 있는 점, 세 영화관을 하나로 묶어서 기사화한 점은 양해 부탁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번역가 탐구(황석희 번역가)로 찾아옵니다. 뿅!

[글] 문화뉴스 김진영 기자 cindy@mhns.co.kr

[사진] 메아리, 드리미, 미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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