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지현 기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컬링 신드롬'으로 기록된다. 대한민국에서 비인기 종목에 속했던 컬링은, 여자 대표팀 선수들의 활약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고 결국 세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컬링 경기'가 인기를 끈 것은, 스포츠 만화에나 나올 법한 드라마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표팀 감독 김민정의 아버지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은 1990년대 초반 컬링을 접한 뒤, 우리나라 컬링 보급에 앞장섰다. 첫 국내 컬링팀인 경북과학대팀을 꾸렸고, 실업팀이자 남녀 대표팀인 경북체육회 컬링팀 창설을 주도했다.

김 전 부회장은 컬링 전용경기장을 만들기 위해 애쓴 것으로 유명하다. 자치단체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경기장 부지가 필요하자, 김 전 부회장은 자신의 사유지를 부지로 하자고 문서 제안을 했다. 진행과정에서 경기장 부지는 '사유지'가 아닌 '의성군 부지'로 이용됐지만, 그만큼 김 전 부회장 의지가 컬링 전용경기장 설립에 큰 역할을 했다.

2006년 경북도와 경북컬링협회 지원을 받아 경북 의성에 '경상북도 컬링훈련원'을 세웠다. 2006년 5월 도 11억5000만원, 의성군 3억5500만원, 경북컬링협회 16억 지원으로 경북컬링훈련원이 지어졌다.

▲ 사진 출처 = KBS

그렇게 2006년 5월, 경북 의성에 컬링전용경기장이 생겼다. 의성여고 1학년 재학 중이던 김은정은 체육시간 체험 활동으로 컬링을 접했다. 김은정은 친구 김영미를 데려왔고, 김영미는 동생 김경애를, 김경애는 김선영에게 컬링을 권유했다. 막내 김초희가 대표팀에 합류했고, 친구-자매의 놀이로 시작했던 '컬링'은 그들에게 새로운 꿈이 됐다.

한국에서 비인기종목에 가까웠던 컬링은,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대표팀의 승승장구로 화제를 모은다. '영미야', '엄근진 안경선배' 등 다양한 유행어와 명장면을 낳기도 했다. 일본과의 준결승 경기에서, 주장 후지사와 사츠키 주도의 아슬아슬한 대결 끝 승리를 거둬 환호성을 받았다.

현재 컬링팀 내 의성 출신 선수가 많기 때문에, 의성 특산물 마늘에 빗대 '갈릭 걸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미국 타임은 "평창올림픽 진짜 락스타는 '갈릭 걸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민정 대표팀 감독은 이에 "의성 출신이 많아서 그런 것 같은데 사실 우리는 마늘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웃으며 "선수들에게 더 예쁜 별명을 붙여달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사실 컬링팀은 그간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은메달을 획득한 무대에서 김민정 여자 컬링대표팀 감독과 스킵 김은정은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 사진 출처 = KBS

컬링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코앞에 두고도 경기장인 강릉 컬링센터에서 훈련을 하지 못했다. 부실 공사로 경기장 완공이 늦어졌고, 연맹 내분으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소속팀 전용 컬링장인 의성훈련원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결국, 올림픽경기장에서는 9일 훈련한 것이 전부였다.

대한컬링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800명, 컬링 경기장은 5곳 뿐이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은 집행부 내분으로 아직 대한체육회 관리위원회의 임시 체제로 꾸려가고 있다. 컬링 훈련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많았고, 김 감독은 "팀 내에서 자구책으로 (훈련을) 많이 해결했다"고 꼬집었다.

고향인 의성군 지원도 아쉬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과거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의성에 있어서 의성출신 선수들이 많지만 해당 지자체에서 지원을 받지는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컬링계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컬링팀에 관심 없던 의성군 정치인들이, 컬링팀 인기를 등에 업고 갈릭걸스 홍보에만 열을 올린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사진 출처 = SBS

한편, 대표팀 후원은 스포츠 의류 브랜드 '휠라'를 통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휠라는 2012년부터 대한컬링경기연맹과 공식 후원계약을 체결하고, 6년간 10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휠라는 어린이 컬링 교실을 개최하는 등, 컬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jhle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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