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자주상회 신유청 연출의 박민관의 모노드라마 빌라도 보고서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는 무죄한 예수를 십자가에 사형토록 선고한 악역 장본인이다. 그러나 한 때 성경 비평가들은 역대 로마 총독의 명단에 그의 이름이 빠졌다는 이유로,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도, 메사아도 아니었는데, 그를 따르는 제자들이 자신들이 만든 종교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의 스승을 신격화하고, 빌라도라는 총독을 가공 등장시켜 4복음서를 기록한 것이다." 라고 했으며, 고로 "그의 교훈과 기적은 조작되었다"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런데 1962년 지중해 연안 모래더미 속에 파묻혀 있던 한 도시가 발굴되었다. 그 도시는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카이사레아 마리티마', 곧 '가이사랴'로 이스라엘 왕 헤롯이 지중해 연안에 도시를 건설하고 난 다음, 로마 황제에게 아부하기 위해 그 도시 이름을 '가이사랴(시이저)'라고 명명하여 헌납했다는 것이다. 그곳에는 당시 수리아 지역을 총괄했던 로마 총독의 관저가 있었는데, 그 정문에는 문패와 같은 '폰티우스 필라투스'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 돌이 발굴되었다. 원본은 예루살렘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고, 현장엔 모조품을 만들어 전시해 놓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당시 총독이었던 빌라도가 로마 황제에게 보고하기 위해 써놓은 '빌라도 보고서'라는 문헌이 발굴되었다.

이것은 그 시대의 법정에서 만들어진 공문서로써, 원본은 현재 터키 이스탄불 '성 소피아' 사원에 소장되어 있다. 이 원고는 총 50권으로 서기관의 손에 의해 쓰였으며, 각 권은 2x4 피트로 되어 있는 것으로 전문을 옮긴 것이다. 로마의 역사가인 '발레우스 파페르쿠러스'에 의하면, 원명은 '예수의 체포, 심문과 처형에 관하여 가이사에게 보낸 빌라도의 보고서'로 되어 있다. 예수님이 태어났을 때 빌라도는 19세였으며, 그의 작품은 모두 소멸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다른 역사가 '프리시안'과 '타시투스'의 글을 미루어 보면, 빌라도는 캄파니아 출신으로 가이사의 친한 벗으로서 16년 동안 로마 군을 지휘했고, 그 후 로마에 돌아와 '로마사'의 집필을 끝낸 후 집정관(執政官)의 직책에 오래 머물렀다고 전한다.

   
 

역사가 '발레우스'는 "유대 지방에서 만난 '나사렛 예수'는 그가 만난 인물 중 가장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전 군대보다도 예수를 더 두려워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예수는 모든 종류의 병자들을 치료하였으며, 죽은 자를 살렸고, 결실치 못한 과일 나무를 저주했을 때 그 나무는 즉시 뿌리까지 시들어 말라죽었다. 예수는 그의 놀라운 능력을 결코 타인을 해치기 위하여 사용치 않았으며, 항상 불쌍한 자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였다." …

"예수에 대한 유대인들의 여론은 양분되어 빈민층은 예수를 로마 정권으로부터 구원해낼 그들의 구원자로서 예수를 왕으로 삼으려 하였다. 그러나 지도급의 유대인들은 예수를 증오하고 시기하였으며, 등 뒤에서 그를 저주하였다. 그들은 예수를 죽음만큼이나 두려워하면서도 그를 애급의 마술사라고 빈정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내용 중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메시아임을 더욱 더 분명하게 증명해주고 있다. 빌라도는 로마 황제인 디베리우스 가이사 치하에서 유대 총독으로 임명된 전형적인 군인이다. 그리고 아그립바 1세가 말하는 빌라도는 천성적으로 고집 센 사람이고, 굽힐 줄 모르는 엄격한 사람이었다고 그를 규탄했다. 또 유대인 역사가 유세비우스에 의하면, 그는 이 비극적인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었으며, 그는 그로부터 수년 후에 유배당하여 고심하다 결국 자살했다고 한다.

신유청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2006년 김상열 연극 사랑회 장학금을 받았다. 연출가로 활동며 뮤지컬 <드가장> <정글라이프> <춘우>를 연출하고 연극 <나두야 간다> <살인광대> <The zoo story> <빌라도 보고서>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2008년에는 거창연극제에서 <동물원 이야기>로 작품상 금상을 수상한 미남 연출가다.

무대는 배경에 굵은 초를 올려놓는 받침난간을 아래 위 2열로 연결시켜 놓고, 그 위에 촛불을 여러 개를 켜서 올려놓았다. 무대 상수와 하수 벽 가까이에는 십자가를 다섯 개씩 무대 양쪽에 세우고, 무대 안쪽 방향으로 십자가의 팔 부분이 돌출된 반쪽 십자가 형태로 만들어 놓았다. 무대 중앙에는 세자 높이와 여섯 자 폭 그리고 열두 자 길이의 단을 가로로 만들어 놓고, 단의 앞부분은 계단처럼 만들어 오르거나 걸터 앉도록 해놓았다. 무대 삼면 벽에도 굵은 초를 둘러 놓고 촛불을 켜 놓았다. 천정에서부터 내려온 철 줄에 매달린 원형 받침대에도 초를 올려놓고, 받침대를 내리거나 올리고, 연기자가 흔들어 극적효과를 발휘한다. 단 위에는 술병과 술잔이 놓여있다.

빌라도의 등퇴장 로는 무대 상수 쪽이고, 도입에 빌라도 등장장면에 천정에서 조명을 비춰 인물을 강조 부각시킨다. 단 뒤쪽에서 술을 따라 마신 후 고백 같은 독백을 시작으로, 자신이 살핀 예수 그리스도의 행동과 사고 그리고 가르침을 상세히 보고서에 수록해 가이사에게 전하면서 스스로 격분해 고함을 지르는가 하면, 흥분한 모습으로 단 주위를 돌고, 격정에 못 이겨 단 좌우에서 촛불 받침 조형물을 향해 컵 속의 물을 끼얹는가 하면, 단 앞 계단에 앉아 마음을 진정시키려 든다. 그러면서 예수의 죽음과 관련된 상세한 기상변화까지 낱낱이 보고서에 기록한다.

   
 

박민관이 빌라도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펼친다. 박민관은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건강한 체구와 서구적인 용모로 해서 우선 남녀 관객의 주목을 받고, 우렁찬 음성과 호연, 그리고 열연에 탁월한 성격창출로 해서 시종일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해낸다. 기독교인 관객들은 눈물까지 흘리며 관극을 하고, 대단원에서 빌라도가 보고서를 마무리하면, 우레와 같은 갈채로 자신들의 감동을 박민관에게 전하듯 박수를 퍼붓는다.

무대 조명디자인 남경식, 의상디자인 도연, 영상디자인 윤민철, 홍보 mark 925 등 스텝 진의 노력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자주상회 신유청 연출 박민관의 모노드라마 <빌라도의 보고서>를 연출력과 연기자의 기량이 감지되는 걸작 1인극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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