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재미있는 뮤지컬은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그 재미있는 뮤지컬을 만드는 재미있는 뮤지컬이라면?

대학로 TOM씨어터 2관에서 22일까지 공연 중인 뮤지컬 '타이틀 오브 쇼'는 뮤지컬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품의 배경이 뮤지컬을 만드는 곳이거나,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은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타이틀 오브 쇼'의 주인공들은 가상의 등장인물이지만, 동시에 실존하는 인물이다. 작품에 나오는 4명의 인물이 실제로 작품을 만드는데 참여한 4명의 인물을 그대로 반영한 자전적 스토리기 때문이다.

작품의 주요 서사 또한 자신들이 뮤지컬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뮤지컬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좋은 창작 뮤지컬을 만들기 위한 고뇌를 작품에 담은 넘버('오리지널 뮤지컬')을 만들어 부른다든가,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기 위해 다른 망한 작품들의 표지를 보며 아무렇게나 연상해보는 과정('플레이빌')을 그대로 노래로 만들어 부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뮤지컬이 페스티벌에 나가서 의미 있는 디벨롭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기까지의 과정을 뮤지컬 속에 담아낸다.

이 작품은 이렇게 하나의 뮤지컬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를 다루면서 동시에 위트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쓴다. 시간 암시용 음악 없이 그대로 장소를 이동하면서 기존의 문법을 파괴하는 농담을 던진다든가, "내가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게 그대로 대사가 되는 거야?" 식의 유머를 통해 기존 뮤지컬의 문법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아이러니한 웃음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극 중 한 장면을 설명하자면 '내가 연습하는 과정에서 화음을 못 맞춰 틀렸던 일이 그대로 대본이 돼서 관객들 앞에서 내가 틀린 부분을 다시 틀리는 이야기'라고 상상해본다면 관객들이 배우들의 연기를 볼 때 어찌 웃음을 참을 수 있을까?

한국 라이선스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라면 그 모든 것을 실제 뮤지컬 배우가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작품이 가지는 원래의 재미를 죽인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하이디'가 교체될 뻔한 장면을 떠올려본다면, 이조차도 웃음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전재홍, 심재현, 김민주, 소정화 네 명의 배우는 대부분의 미국 고유명사, 지명, 인명이 그대로 나오는 라이선스판임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연기와 노래로 관객을 홀린다. 게다가 시나리오에 너무 딱 맞아떨어지는 캐릭터들을 뽐내기도 한다. 일반적인 여배우들에 비해 허스키한 음색이 매력적인 소정화가 연기한 '수잔'이 화음을 어색하게 맞춰 들어가거나, '하이디'와 대조적인 몸매가 주목받는 장면 등을 볼 땐 마치 라이선스가 아닌 이 배우들을 위해 짠 시나리오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물론 분명한 한계점과 아쉬운 부분은 존재한다. 앞서 말했듯 기존의 문법을 익숙하게 이해하고, 미국식 유머를 좋아하는 관객이 아니라면 제작자가 의도한 재미를 모두 느끼기엔 어렵다는 점은 대중적으로 성공하고자 한다면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또 기절할만큼 참신한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다소 느슨해지는 경향도 보인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은 왜 메리가 말을 할 때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타이틀 오브 쇼'는 여러모로 재기발랄하고, 참신한 작품이다. 뮤지컬에 대해 일반적으로 가지는 기대를 완전히 박살 내며, 또 기대 이상으로 춤과 노래, 연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게다가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글로 적어내는 것으론 결코 느낄 수 없을, 꿈을 가진 이들을 위한 응원도 충분히 담겨 있다.

이번 주말, 네 개의 의자와 한 대의 키보드가 만들어내는 믿을 수 없는 매력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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