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콘서트 집들이 #16' TOM 2관 전석 매진…'신디'들과 배우들의 재회

[문화뉴스] 3년 전 갑자기 사라져버린 '하트빌 마을'이 대학로에서 부활했다.

바로 '뮤지컬 콘서트 집들이'의 열 여섯 번 째 시간 '응답하라! 헤이, 자나' 특집을 통해서다. '뮤지컬 콘서트 집들이'는 스테이지키에서 매달 월요일에 주최하는 토크 콘서트로 화제의 작품, 화제의 배우를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뮤지컬 '헤이, 자나'는 동성애가 당연하고 여자들이 로데오 경기를 하며 체스 챔피언이 섹스심벌의 역할을 맡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집어버린 '하트빌 마을'에서 요술봉을 휘두르며 마법을 부리는 '자나'와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던 뮤지컬이다.

   
▲ 2013년 공연 때 앙상블로 참여했으나 박혜나, 이정미 배우를 대신해 로버타 역을 맡은 안상은 배우. '로버타 넘버를 소화하면 엘파바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열심히 연습했다는 후문.

3년 전인 2013년 7월 9일부터 8월 18일까지 공연된 뮤지컬 '헤이, 자나'는 한 달 반가량을 공연하다 갑작스레 조기에 폐막했던 작품으로 당시 제작사인 B사의 최모 대표가 공연 기획사인 P사를 상대로 '코엑스 리모델링에 관한 정보를 듣지 못한 채 공연이 진행돼 관객 동원에 타격을 입었다'는 발표와 함께 소송을 계획 중이며 이로 인해 예정인 9월 15일까지 공연을 마치지 않고 폐막을 결정했었던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이후 B사는 다른 작품에서도 일부 배우들의 출연료 미지급 등의 사태를 거쳐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연락을 받지 않고 사라지는 등의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드라마의 감동적인 결말은 대부분 그리고 평범한 시작, 극적인 위기를 통한 성장 배경에서 나온다. '헤이, 자나' 역시 평범하게 좋은 사람들이 모여 좋은 작품을 만들어 가던 중 조기 폐막이란 위기를 겪었기 때문일까.

'뮤지컬 콘서트 집들이 #16 - 응답하라! 헤이, 자나(이하 집들이 콘서트)' 특집이 열린 지난 13일, 공연이 열리는 TOM 씨어터 주변에는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오후 8시가 가까워지자 깜짝 놀랄 인파가 몰려들었다. 스테이지키에서는 티켓 오픈 직후 전석 매진이 됐다고 밝혔다. 3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였지만 여전히 관객의 마음속에서는 화제의 작품임을 증명하는 모습이었다.

   
▲ 이날 공연은 전석 매진으로 인해 '왜 작은 곳에서 하느냐'는 애정 어린 핀잔을 듣게 했다.

그리고 객석을 가득 메운 공연장에선 지난 3년을 보상이라도 하는 듯 공연 내내 환호성과 박수, 웃음과 눈물이 터져 나왔다. 당시 캐스팅에 이름을 올렸던 배우 중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예전 모습 그대로 나타났으며 공연 때 모습을 최대한 재현하기 위해 소품으로 쓰이는 마술봉까지 배우가 직접 구매하는 열정을 보였다. "언젠가 한 번 다시 모여 작품을 올리고 싶다"고 종종 이야기했다던 배우들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집들이 콘서트'는 평소보다 긴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이 책정되고, 마치 프레스콜을 하듯 1시간 분량의 '헤이, 자나' 하이라이트를 시연하는 등 관객뿐만 아니라 배우들 역시 최선을 다한 모습을 선보였다. 일반적인 토크 콘서트와 달리 매주 일요일 밤, 각자 공연을 마친 뒤 새벽에 모여 연습을 진행했을 정도로 이들의 진정성이 빛났다.

   
▲ '빨리'를 연습 중인 배우들. 배우와 스텝뿐인 리허설 현장에서도 격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편, '신디(당시 '헤이, 자나'의 관객을 부르는 용어)'가 아니었던 사람들도 즐길 수 있도록 하이라이트 중간중간 세심한 스토리 설명이 이어졌다. 공연 중간에 관객이 직접 거수한 바에 의하면 관객 중 당시 공연을 본 사람이 절반 정도였기 때문에 한층 돋보이는 배려로 이를 통해 자리에 앉은 관객 모두가 '신디'가 될 수 있었다.

공연에 참여했던 배우들은 총 12명으로 캔디 역의 김민주, 자나 역의 김지휘, 김찬호, 스티브 역의 김용남, 마이크 역의 서경수, 케이트 역의 최수진, 탱크 역의 이지호, 벅 역의 이태오, 멀티 역의 이민준, 이준호, 앙상블 안상은이 참여했다. 그뿐만 아니라 하이라이트 시연이 끝난 후부터는 객석에 앉아 공연을 감상하던 스티브 역의 이창희 배우 역시 무대로 불러와 함께 '신디'와의 만남을 즐겼다.

   
▲ 책 한 권이야 리허설 중인 서경수 배우.

이날 토크에선 단연 서경수의 활약이 돋보였다. 서경수는 쉴 새 없는 개인기 종합선물세트를 선보였다. 반응이 좋지 않자 곧바로 사과하며 다른 개인기를 선보이던 그는 SNS에서 인기인 '나문희' 배우의 이른바 '호박고구마'를 흉내 내 결국 관객의 박수를 끌어냈다. 개인기 외에도 장난스러운 모습과 발랄한 캐릭터를 계속해서 선보였다.

배우들은 3년 만에 다시 만난 '신디'와의 재회에 반가운 듯 격의 없는 모습으로 함께 어울렸다. 이창희는 무대에 합류한 뒤 '노래를 해달라'는 부탁에 뮤지컬 '원스'의 'Falling Slowly'를 선보이려다 손톱이 길다며 '신디'에게 손톱깎이를 즉석에서 빌리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신디'에게 빌리는 것을 보지 못한 김민주가 직접 분장실로 들어가 손톱깎이를 또 가져오며 웃음을 제공하기도 했다.

   
▲ 케이트, 캐서린, 캐시 샐든 등 캐씨 전문 배우(?)라는 최수진 배우.

이외에도 3년 전 공연 당시의 비화를 언급하거나, '헤이, 자나'에서 만나 결혼에 이른 김찬호에게 '비밀 연애의 꿀팁'을 묻는 등,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진 토크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또 웃음만이 있는 토크가 아니라 배우들이 작품에 가진 애정이 드러나기도 했는데 이태오 배우는 '투자처를 찾는다'는 발언을 거듭하며 "좋은 작품이니만큼 지금 다시 올려도 충분히 흥행이 될 것 같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극의 마지막 이성애가 당연한 세상 속 '자나'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질문에는 김지휘 배우가 "지금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시청 광장에 다녀왔을지도 모른다"며 '자나'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김지휘 배우는 또 마지막 코너인 '나에게 쓰는 편지'에서도 '3년 전의 자나'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다른 배우들 또한 '나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진지한 속마음을 엿보이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 대망의 커튼콜 후 이들의 재회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을 기약했다.

'헤이, 자나' 속 주인공인 '자나'는 자신이 사랑하는 스티브를 위해 마법을 쓰지만 그 대가로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결국 그를 사랑하는 행크가 있었음을 깨달으며 구원을 얻는다. '헤이, 자나'의 배우들도 자신들의 곁을 늘 지켜왔던 '신디'들이 있다는 것을 이번 공연을 통해 확인한 만큼, 행복한 결말이자 새로운 시작을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관객과 배우가 하나 돼 가슴 따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만큼 다음 '집들이 콘서트'가 궁금해지는 공연이었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