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주최 측 준비 부족 등으로 '대회가 끝나기만'을 기도

▲ 한때 목동구장은 배수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경기 시작 전 보수를 해야 했던 뼈아픈 경험을 안고 있다. 이번에는 포항구장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정비가 안 된 야구장에서 아마/프로 선수들이 모두 경기를 해야 한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아이고, 장 감독님! 축하합니다!"

청룡기 대회가 한창인 목동구장. 기자실에서 '자신들의 선수가 될 유망주'들을 지켜보기 위해 스피드건과 스톱워치를 쥐고 있는 각 구단 스카우트 팀은 '장 감독'이라 불리는 사람이 등장하자 일제히 축하 인사부터 건넸다. 제71회 전국 대학 야구 하계리그 선수권대회에서 홍익대의 우승을 이끈 장채근 감독이 목동구장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모두 아구계에서는 선후배 사이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에, 보는 이들마다 우승 축하 인사를 건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1학년 투수들이 제 몫을 다 한 가운데, 한때나마 연고지 지명 유력 후보군이었던 4학년 포수 나원탁이 안방을 꼼꼼하게 책임져 준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면서도 장 감독은,

"결승전에서 이놈들이 기운 못 차린다 싶을 때 한마디 했지. '너희들 오늘 우승 못 하면, 바로 훈련이다!'라고(웃음). 감독이 말 한마디 하니까 눈에 쌍심지를 켜더군. 때로는 이렇게 선수들 긴장을 잡아 줄 필요가 있어."

라고 말하며, 주위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대회만 빨리 끝내자!'라고 했던 대학리그, 왜?

그렇게 대학 야구 하계리그는 홍익대의 우승으로 마감됐다. 그러나 대회 기간 중 좋지 않은 이야기가 오갔다는 사실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대회 전체적인 운영부터 시작하여 선수들 의식주에 대한 이야기까지, 적지 않은 이야기가 오갔고 또 그러한 뒷이야기가 일부 매체를 통하여 기사화되기도 했다. 선수들의 식사 문제와 숙소 문제,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진 지방 야구협회의 각종 이야기는 뒤로하더라도 '문화뉴스'에서는 공통적으로 선수단이 공통적으로 한목소리를 냈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만 다루고자 한다.

모름지기 선수들은 전국 규모의 대회가 열리면, 주최 격인 도시에 대해 세 가지 조건을 갖추기를 원한다.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마련된 식당, 훈련 여건이 보장된 공터나 운동장, 그리고 훈련/경기 후에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숙소의 존재가 그러하다. 그리고 이러한 삼박자를 갖추기 위해 학교 운영위원회(혹은 학부형)는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품질 좋은 곳을 선택하고자 한다. 지역사회 식당/숙박업체들도 야구부 규모를 감안해 보았을 때, 이들을 자신의 고객으로 맞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소화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대회가 끝나기만을 바랐다."라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물론, 폭우로 인하여 대회 자체가 순연되기도 했고, 폭우 이후에는 폭염이 찾아와 경기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최소한 쉬는 것과 식사하는 것에서 만족을 느껴야 선수들이 힘을 내기 마련이다. 다만, 제한된 예산 속에서 대회가 열렸던 도시에서 만족할 만한 식사와 주거지가 제공되지 못했다는 사실만은 숨길 수 없어 보였다. 그래서 홍익대 장채근 감독은 "우리는 아예 대구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운동장도 대구 지역의 학교들에 협조를 구해 이용할 수 있었다."라며, 주최 도시에서는 순수하게 '게임'만 했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했다.

▲ 이번 대학야구 선수권대회에서 홍익대의 우승을 이끈 장채근 감독. 그러나 장 감독 역시 선수단 숙소를 대구에 잡고 버스로 이동했다. 포항구장에는 순수하게 '경기'만 하러 간 셈이다. 사진ⓒ김현희 기자

학교가 부산에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 부산과 포항까지의 거리가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 경기 후 이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학교 숙소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순수하게 '경기만' 하러 주최 도시를 오갔다. 이에 일부 학교에서는 대회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다행히 그러한 불상사까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주최 측 입장에서는 경기 끝낼 때까지 마음을 졸였을 법했다.

안타까운 것은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라는 목적으로 시행된 대학 하계리그 선수권대회가 오히려 그러한 목적을 상실한 채 선수들 사이에서 '빨리 대회만 끝났으면 좋겠다.'라는 목소리만 들렸다는 데에 있다. 더구나 청룡기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 가려져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대학 야구가 아예 '무관심' 받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게 된다.

때마침 대학 야구가 끝난 뒤 포항구장에서는 삼성과 롯데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렸다. 그런데 경기 과정에서 '여기가 정말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곳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삼성 선발 차우찬이 2회 2사 만루서 마운드 상태가 좋지 않아 심판진에 보수를 요청하자 4심이 모여 도구를 들고 그라운드 정비에 나선 것. 여기에 구장 관리 담당자들도 마운드로 달려왔으나, 이들의 손놀림은 전혀 관리를 담당하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결국, 보다 못한 차우찬이 글러브를 내려놓고 직접 삽을 드는, 정말로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그러는 한편, 해당 도시의 숙박 시설이 열악하여 삼성 구단 스스로도 경주에 숙소를 마련한다는 뒷이야기까지 전달하기도 했다. 해당 지역을 제2 홈구장으로 쓰는 삼성도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했던 셈이다.

이번 대학 야구 선수권대회 역시 개장 이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포항 야구장과 그 주변 상권을 활성화 시켜보자는 대전제 아래 지방 야구협회를 중심으로 대회를 추진했다고 한다. 그러나 선수는 선수대로, 지도자들과 협회 역시 각종 어려움을 겪은 끝에 대회가 끝났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자신들만의 축제로 끝난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마치 관객이 거의 없는 콘서트장에서 인기 아이돌 가수들이 나와 마이크를 잡는 장면과 똑같다고나 할까?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