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마블과의 비교, 어설픈 우정과 의리…그래도 할리 퀸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메타 휴먼의 등장으로 위기를 느낀 아만다 윌러 국장(비올라 데이비스)은 악당으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 위험에 대비하려 한다. 나쁜 놈들로 구성된 팀의 이름은 자살과도 같은 임무가 주어진다 하여 '수어사이드 스쿼드'다.
 
마녀 인챈트리스(카라 델레바인)의 등장으로 도시가 위기를 맞자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전장으로 투입된다. 저마다 개성이 강한 악당들은 하나의 팀이 될 수 있을까. 그들의 사회를 향한 반감은 세상을 구원하는 힘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악당들은 어렵게 나온 감옥 밖에서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DC와 마블의 2차전
DC와 마블의 코믹스 대결은 영화로 이어졌고, 지금 두 세계는 모두 영웅 수집과 이들의 조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일반적인 영웅 영화와는 다르다. 배트맨(벤 에플렉)에게 잡힌 데드샷(윌 스미스)을 시작으로 그들은 도시의 문제아들이고, 감옥에 갇힌 자들이다. 이런 악인들의 조화라는 점에서 정의, 윤리가 기준이 아닌 새로운 가치관과 욕망이 있는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소재와 주제의 변별점을 가졌음에도 마블의 영화와 비교를 당해야 한다. 이미 마블의 성공작 '어벤져스' 시리즈에 다양한 캐릭터들의 조합과 시너지가 있었다. 그 때문에 DC의 이번 팀은 자연스레 비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DC는 그들의 캐릭터들을 하나의 서사, 하나의 카메라에 담았을 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이른 예고편 공개로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예고편 공개 후 영화의 분위기가 너무 무겁다 하여, 추가촬영을 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이는 먼저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의 악평에 대한 피드백일 수도 있고, 마블의 영화와의 비교가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 덕분에 완성된 영화는 진중한 분위기를 버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인다. 이 선택의 결과가 환호로 돌아올지, DC의 자존감 부족으로 증명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 많은 가능성은 어디로 갔을까
할리퀸(마고 로비), 데드샷, 조커(자레드 레토), 캡틴 부메랑(제이 코트니) 등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수어사이드 스쿼드'. 이들의 과거를 알아 가는 과정은 흥미롭다. 원작 코믹스의 팬들이라면 더 즐거울 것이다. 원작을 접하지 못한 이들이라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해 말을 섞을 때, DC의 세계관이 궁금해지고, 저마다의 광기가 언제 분출될지 기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모여서 하나가 되었을 때, 이 영화는 오히려 찢어지고 균열을 보인다.
 
계속 비교하게 되지만, '어벤져스' 시리즈는 많은 영웅을 가지고, 그들의 개성을 조합해 하나의 영화로 만들었다. 각 영웅의 능력은 하나의 액션으로 통합되어 만화책에서 볼 수 없던 영화적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수어사이드 스쿼드'엔 그런 세밀함이 부족해 보인다. 일단 캐릭터를 묶은 뒤, 적과 무작정 부딪히게 한다. 이때 관객이 보게 되는 것은 영웅들의 시너지가 아니라 단순한 패싸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카메라 움직임은 단조롭고, 이는 액션의 설계가 창의적이지 못하다는 걸 반증한다. 관객이 목격하게 될 것은 개싸움뿐이다.
 
인물 간의 충돌을 드러내고 봉합하는 것도 새롭지 않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악인이라는 설정만으로도 새로운 걸 기대하게 한다. 개성 있는 성격과 소시오패스적 성향을 가진 캐릭터의 행동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제 관객이 보게 될 건, 악인들의 말랑말랑한 의리와 우정이다. 과연 관객은, 그리고 코믹스의 팬은 이런 결말을 납득할 수 있을까.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캐릭터의 개성과 영화의 가능성이 어설픈 의리·우정이라는 가치 아래 희석된다. DC는 좀 올드하다.
 
   
 
그래도 재관람 의사가 있다면
극히 주관적인 내용이다. 그래도 이 영화가 지루하지 않다면, 이는 윌 스미스의 데드맨도, 자레드 레토의 조커의 공이 아니다. 개봉 이전부터 화제가 된 마고 로비의 할리퀸 덕에 이 영화는 식상함의 늪에서 발 하나를 빼 내는 데 성공한다. 
 
단순히 그녀의 섹시한 이미지를 전시했다면, 이 영화는 더 많은 문제를 낳았을 것이다. 하지만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퀸은 자유롭게 말하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등 개성을 뿜어내며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녀는 영화를 톡톡 튀게 하는 슈팅 스타다.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진지함과 진부함을 깨부수는 할리퀸은 이 영화의 존재 이유인 것 같다. 여태 봤던 히어로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래서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몇 번 더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물론, 할리퀸만 편집된 영화라면 더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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