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다양성과 한국영화산업의 현주소

 

[문화뉴스] 한국 영화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왔고, 할리우드 진출 등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기형적으로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 이슈가 되고 얼마를 벌었는지에 대한 기사가 많은데, 영화 총 매출액의 80% 이상을 극장이 가져가고, 나머지 20%를 배급사와 제작사가 나눠 가진다. 그리고 극장 중 95%를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대형 상영관 단 3곳이 소유하고 있다.

이중 상영, 배급, 제작 모두를 겸하고 있는 두 대기업은 영화산업 전반의 막강한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다. 독립영화를 상영시간표 등을 관객이 들기 어려운 시간으로 조정하거나 불공정한 거래를 일삼으며, 영화산업의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수직 통합적인 산업구조와 스크린의 독과점이 일상화된 영화시장, 조금의 과장도 없이 한국 영화산업과 시장은 소수의 독과점 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약탈적 시장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영화계 상생선언 2009.5.6)

이 선언이 있는 뒤로 5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대안 없이 파이만 커질 뿐 낙수효과는 없었다.

영화산업의 이러한 약탈적 구조 속에서 영화의 다양성은 살해당한다. 영화관에 가면 이미 관객이 볼 영화는 골라져 있는 것과 다름없다. 시간을 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영화관에서는 직접 투자 제작하고 배급한 영화 한두 편만을 집중하여 상영한다. 이외의 영화는 영화가 걸려있으나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된다.

그 이외의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조조나 심야에 관람하거나 전국에 몇 개 있지 않은 독립영화관을 찾아가는 특별한 수고를 들여야 한다. 결국, 영화관에서 관객은 다양한 영화적 취향을 존중받지 못하고, 획일화된 영화를 보도록 환경을 제한당하고, 영화관은 영화를 선택할 권리를 관객에게서 박탈하는 폭력을 가한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독과점이 일어나지 못하게 하도록 제작, 배급, 상영을 같은 회사가 하지 못하게 법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법률을 정비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일각에서 있었으나 아직 미비한 수준이다.

어디 영화 산업뿐이랴, 일부 기업이 이윤을 독식하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일이. 식품, 전자제품, 의류 무엇 하나 공정함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대한민국 산업의 현실이 아닌가. 각자의 자리에 있는 전문가들이 이윤만 따지고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만 있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끊임없이 벌어져 왔고, 그 직무유기의 결과가 쌓이고 쌓여 사건·사고로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통에 요즘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어떠한 사회적 문제를 대할 때 이것도 저것도 선택하지 않는 회색지대에 있으며 중립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치적 중립이란, 사회적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것을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가벼운 쪽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들도 이러한 영화사업의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나치게 치우친 저울의 중심을 맞출 수 있도록 영화산업의 소외된 영역에 큰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치우친 저울이 중심을 잡고 건강한 산업구조 속에서 다양한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관객과 소통하게 되길 바란다.

[글] 아띠에터 박으뜸나리 artietor@mhns.co.kr

서울대 디자인학부, 한예종 조형예술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 숟가락을 얹고 있다. 팟캐스트 '상수약국'(http://m.podbbang.com/ch/6432)에서 문화·예술의 다양한 해석 소화를 돕는 독한약 처방 전문 약사 '독사'다. 독서토론 '리딩홀'을 운영한다.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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