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크라우치 ⓒ Amelia Dowd

[문화뉴스] 국립극단이 세계 연극사상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영국문화원과의 공동초청공연으로 팀 크라우치(Tim Crouch)의 '나, 말볼리오(I, Malvolio)'를 선보인다.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5회의 공연을 앞두고 있는 '나, 말볼리오'는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십이야'의 등장인물 '말볼리오'를 주인공으로 한 팀 크라우치의 1인극이다.

원작 '십이야'에서 고지식하고 허영에 찬 성격 탓에 누구 하나 좋아하는 이 없는 말볼리오는 주변 인물들에게 속아 여주인공 올리비아에게 구애하다 결국 망신을 당하는 인물이다. 그간 일상 속의 크고 작은 폭력과 그로 인해 생기는 의도치 않은 피해자들에게 주목해온 팀 크라우치는 이번 공연에서 말볼리오로 분해 '십이야' 에서 못 다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원작 속에서는 고집불통인 성격 탓에 결국 주변 인물들에게 속아 망신을 당하는 역할의 조연이지만, 팀 크라우치는 이 '비호감' 캐릭터를 통해 인간이 특별한 의도 없이 저지르는 비웃음이나 무시, 조롱이 때로는 다른 이를 파멸로 이르게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팀 크라우치는 "셰익스피어의 극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담고 있는데, 그 중 말볼리오는 질서와 무질서를 동시에 갖고 있는 인물"이라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자신의 작품이 "셰익스피어의 극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고 언급한 팀 크라우치는 말볼리오 뿐 아니라 다양한 셰익스피어극의 주변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나, 셰익스피어' 시리즈를 직접 쓰고, 연기한다.

영국 연극계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인정받고 있는 팀 크라우치의 작품들은 규모는 작지만 매 공연마다 그의 개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의 창작극 중 '나, 말볼리오'를 포함한 다수의 작품들은 관객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대사가 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팀 크라우치는 관객을 직접 극 속 인물로 끌어들이면서 무대와 객석 간에 세워진 '제 4의 벽'을 여지없이 허문다.

그의 작품들은 대체로 연극의 놀이성과 관객과의 활발한 소통을 바탕으로 유쾌하게 전개된다. 그러나 극이 진행됨에 따라, 관객이 맡게 된 인물과 무대 위 팀 크라우치가 분한 인물 사이에 있었던 갈등 관계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밝혀지면서 반전을 맞이한다.

뺑소니 사건을 소재로 한 'An Oak Tree', 국제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불법 장기이식을 다룬 'England' 등 그는 자신의 작품들 속에 의도치 않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숨겨 두고 반전을 통해 그 충격과 여운을 극대화한다.

공연 관계자는 "한 조각씩 맞춰지는 퍼즐처럼, 관객은 팀 크라우치의 대사와 극의 흐름 속에서 불편한 진실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라 전했다. 실제로 팀 크라우치의 극에서는 언제나 인간이 부지불식간에 저지르는 도의적인 죄악과 그로 인해 파멸을 맞이한 피해자들을 만날 수 있다. 관객은 정신없이 웃는 와중에 우리 사회에 숨겨져 있던 약자에 대한 진실을 마주한다.

영국, 폴란드, 중국, 브라질, 호주 등 5개 대륙에서 투어 공연을 한 '나, 말볼리오'의 이번 한국 공연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독특한 연극세계로 영국 연극계에서 이미 독자적인 입지를 확보한 작가 겸 배우 팀 크라우치가 공연 뿐 아니라 배우 대상 워크숍 및 일반관객 대상 인문학 강의 등을 국립극단과 함께 진행함으로써 '2017-2018 한국-영국 상호 교류의 해'의 발판을 마련한다.

티켓 가격은 전석 3만원이며, 예매 및 자세한 내용은 국립극단 홈페이지(www.ntck.or.kr)나 1644-2003로 문의하면 된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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