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차이무 연극 '김정욱들' 23일부터 10월 23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열려

   
▲ '김정욱들'의 한 장면이 22일 오후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시연됐다.

[문화뉴스] "왜 우리 사회는 크레인 위로, 종각으로, 철탑 위로, 굴뚝 위로 사람들을 내모는가?"

 
극단 차이무의 연극 '김정욱들' 소개문엔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연극 '김정욱들'은 2014년 12월 '쌍용차 해고로 인한 희생자 26명의 명예회복과 187명의 복직'을 요구하며 평택 쌍용차 공장 내 굴뚝 위로 올라간 김정욱 씨와 이창근 씨의 사연을 바탕으로, 김정욱 씨와 한겨레 신문 이재훈 기자의 인터뷰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작품은 '정욱'과 '재훈'의 인터뷰, 인터뷰를 통해 나오는 기억의 단상 같은 장면이 덤덤하게 펼쳐진다. 민복기 연출은 "특별한 일을 겪고 있는 보통사람들, '김정욱들'을 그동안과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덤덤한 시선을 유지하며 해고 후 '김정욱'의 삶을 조용히 뒤쫓는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의 '김정욱'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다. 배우들이 '다른 김정욱'이 되는 과정은 우리 누구나 '김정욱'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23일 오후 첫 공연을 앞두고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연극 '김정욱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전막 시연 후 기자간담회엔 민복기 대본·연출을 비롯해 '재훈'을 연기한 오용, '정욱'을 연기한 송재룡, 이중옥, 공상아, 추민기, 류성훈, 송정현, 김명선 등이 참석했다. 연출과 배우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을 살펴본다.
 
   
▲ 민복기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정욱 씨와 이재훈 기자의 인터뷰를 기초로 집필했다고 밝혔다. 바뀐 장면이 있나?
ㄴ 민복기 : 주변인으로 지켜보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이 작품에 나온 것 같다. 작품을 쓰면서 바뀐 건 없다. 작품 내용 전체가 김정욱 씨와 이재훈 기자의 인터뷰 내용에 있는 것이고, 이야기 속에 과거 이야기들이 어떻게 들어갈까를 고민했다. 과거 김정욱이라는 분들이 경험한 일이 어떻게 가슴 속, 기억 속에 지나갈까가 덧붙여졌다. 그런 장면들이 어떻게 보이면 좋을지 생각했다.

배우들의 사투리 연기가 수준급이다.
ㄴ 민복기 : 여기 있는 배우들이 거의 경상도 친구들인데, 연습하면서 경상도 사투리뿐 아니라 누구나 다 '김정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른 곳의 사투리도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력해서 나온 결과물이 이렇다. (웃음)

작품을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은?
ㄴ 민복기 : 특정인이 '김정욱'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연히 어떤 식으로든 내가 '김정욱'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회 속에 있다고 생각했다. 이 공간에 있는 모두가 '김정욱'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려 했다. 그 과정에 배우들이 한 배역이 아니라 '김정욱'의 배역을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았다. 대본 속엔 모두가 '김정욱'이라고 하지만, 연극 속에서 모든 이가 '김정욱'이라는 것을 자각시키는 것이 어려운 작업이었다. 관객 속에 앉아계신 분도, 배우분들도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프로그램 북에 "눈물을 눈깔 뒤로 흘려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ㄴ 이중옥 : 관객들이 느껴야 할 슬픔을 배우들이 미리 표현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연습하면서 눈물도 다 한 번씩 흘린 것 같다. 그 몫은 관객에게 맡기자고 했는데, "눈물을 눈깔 뒤로 흘려야 한다"는 것을 농담으로 이야기했다. (웃음)
 
   
▲ '재훈'(왼쪽, 오용)과 '정욱'(오른쪽, 이중옥)이 공연을 하고 있다.
 
배우들이 맨발로 무대에 등장한다. 이유가 있나?
ㄴ 민복기 : 이게 다 깨끗해서다. (웃음) 그 의미는 각자의 몫으로 돌리면 좋을 것 같다. 오태석 선생님 연극에서 신발을 벗고 하는 것이 있는데, 그 이유를 무엇이라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무대가 너무 깨끗해서 신발을 신으면 더러워질 것 같았다.
 
오용 : 어차피 우리는 모두 땅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민복기 : 무대 디자이너와 같이 이야기할 때 무대가 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발목이라도 물이 잠겨있으면 어떨까 싶었다. 뭔가 잠긴듯한 느낌인데, 영상으로 꼼꼼하게 초반에 보면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이 들어있다. 배우들이 물속에서 침전해 있는 느낌이 있다.

굴뚝 위 배우들이 위험해 보였다. 안전 문제가 중요한 연극 공연에서 그러한 선택을 한 배경은?
ㄴ 민복기 : 지금 보면 굴뚝 뒤에 난간이 있다. 무대 디자이너가 저것도 없애면 무대가 흔들리고 위태로운 것이 배우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높이가 지금도 낮으니, 좀 더 높이자고 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안전해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등 뒤에 난간이 생겼다. 여기에 다른 극장 공간이 비었다고 해서, 3m 정도 높이로 설치하면 되겠다고 했는데 실현되지 않았다. (웃음) 
 
실제로 올라가 보시면 알겠지만, 약간 무섭다. 처음부터 극 후반부까지 리얼타임으로 굴뚝 위 배우들이 관객의 의식 속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명도 꺼서, 의식 속에서 멀어지게끔 장치를 했다. 그분들이 있다고 알았을 때 미안함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분이 실제로 겪은 것을 연극이 진행되면서 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뒷부분으로 이야기를 배치했다.
 
   
▲ 무대에 설치된 '굴뚝'은 관객들에게 불안감을 준다. '김정욱'도 그러한 느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송재룡 : 디자인 도안을 3D로 예쁘게 그려와서 봤는데, 일차적으로 화를 냈다. (웃음) 진짜 이렇게 할 거냐고 물었더니 "응"했다. 같이 굴뚝에 올라가는 류성훈이 세트업 할 때 왔는데, 나는 오지 않았다. 성훈이가 와서 내 눈치를 막 보며, 사진을 보여주는데 말씀대로 아크릴도 없고, 엉덩이도 쑥 빠질 것 같았는데 선배라서 욕도 하지 못했다. 직접 올라가니 화가 났다. (웃음)
 
그래서 난간도 달아주고, 아크릴도 깔아줬다. 올라가니 의도하셨다면 마지막에 이런 서프라이즈 주셔서 연출님께 감사하다. 불편하고, 좁고, 리허설을 하면서 아무 말 못하고 이렇게 있어 본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몰입감도 느꼈고, '김정욱' 선생님도 생각해볼 수 있게 되어 작품에 도움이 됐다.
 
류성훈 : 재룡이 형을 연습 중에 쳤는데, 휘청거리시면서 "진짜 하지 마"라고 외친 적도 있었다. 한 달 남짓 연습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연이 다가오니 느낀 것이 있다. 우리는 고작 하루에 길면 8시간 정도 연습한다. 그러나 김정욱 선생님은 생활을 89일 이상 하셨다고 하니, 그 압박감에 고통스러웠다. 우리도 연습하면서 지치는 데라는 생각이 들어왔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민복기 : 배우로 연기하기 힘든 작품이다. 연기하는데 김정욱 선생님에 대한 마음이 없으면 죄송스럽기도 하는 그런 마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것을 벗어나려고 작업하려는데 힘들어하고, 무대에선 오늘까지도 그런 부분이 가장 힘든 것 같다. 그 부분을 잘 헤쳐나가 아름다운 무대를 보여준 것 같아 배우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추민기 : 연출님 말씀처럼 그 부분이 상당히 힘들었다. 앞으로 남은 공연이 10월 23일까지인데 마지막 날까지, 그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하겠다.
 
공상아 : 내 마음은 그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는 각오를 하는데, 그 '누'가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갔으면 좋겠다.
 
   
▲ (왼쪽부터) 공상아, 김명선 배우가 작품의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김명선 : '김정욱들' 대본을 읽으면서 내 이야기다 싶었다. '김정욱들'인데 '김정욱들'로만 보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중옥 : 그분들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하겠지만, 될 수 있는 대로 진실하게 연극을 하겠다.
 
송재룡 : 좀 더 많은 분이 오셨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를 배우로 활동하면 잘 몰랐다. 이제 알게 되면서 곰곰이 생각해볼 기회가 됐다. 이런 상황을 알고, 같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류성훈 : 오시는 분들이 정치적으로 오해하시진 않을 것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 주위 사람 이야기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정현 : 이야기가 무거워서 피하시는 관객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시지 마시고 다 우리 이야기니 가벼운 마음으로 오셔서 공연 즐기시고 갔으면 좋겠다.
 
오용 : 남의 일이라고 놔두지 마시고, 가끔 한 번 돌아봐 주시고, 손을 내밀어주시면 그들도 큰 힘을 받을 것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