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연극 '도둑맞은책'에서 천만 영화 시나리오 작가 '서동윤' 역을 맡아 열연 중인 배우 송영창과 만났다.

연극 '도둑맞은책'은 천만 영화 시나리오 작가 '서동윤'과 그를 납치한 보조작가 '조영락' 두 사람이 등장하는 심리 스릴러다. 가장 극적인 순간에 가장 위험에 빠진 서동윤은 조영락의 협박으로 인해 조영락이 제안하는 내용대로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그를 풀어주겠다는 제안과 함께. 송영창, 박호산 배우가 '서동윤' 역을, 박용우, 조상웅 배우가 '조영락' 역을 맡는다.

영화 '베테랑'의 이미지가 남아서일까.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인터뷰를 생각하고 그를 만났지만, 아침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나왔다며 웃음 짓는 모습을 보자 내가 알던 스크린 속의 그 사람이 맞나 싶었다. 그렇지만 연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그는 '연기자는 연기자일 뿐'이란 말에 걸맞게, 비극과 희극이 공존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연기자였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ㄴ 연기자 송영창이다. 연극 '도둑맞은책'에서 서동윤 역을 하고 있다. 2인극은 세 번 정도 했다. '웃음의 대학'과 '올드위키드송'을 했었다.

'웃음의 대학'의 경우 굉장히 오래 출연했다.

ㄴ 연기를 다시 시작했을 때 날 제일 빨리 알린 작품이었다. (황)정민이와 할 때였는데 동숭홀이 45일간 전회 매진이었다. 대단했다.

연극 '도둑맞은책'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ㄴ 작품이 너무 좋았고, 출연하는 배우나 극장도 좋았다. 프로덕션은 잘 몰랐지만 여기저기 물어보니 좋은 곳이라 하더라(웃음).

   
 

무대의 완성도가 대단하다. 디테일이 살아있다.

ㄴ 배우들이 연기하기에도 좋다.

송영창이 생각하는 '도둑맞은책'은 어떤 작품인지.

ㄴ 시나리오부터 먼저 리딩을 했는데, 시나리오가 정말 잘 써졌다. 저도 영화를 하지만 시나리오가 원래 읽기 힘들다. 장면 장면이 너무 잘개 쪼개져 있는 편인데, 마치 소설처럼 읽기 쉽게 잘 쓰여있더라. 대본도 긴 시나리오를 또 잘 요약해놓고, 배우가 할 몫이 많아 보였다.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동윤'을 연기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배우가 할 부분이 많다고 했는데.

ㄴ 어떻게 보면 비인간적인 인물이다. 제가 사람을 만나보면 그런 말을 한다. 세상에 나쁜 사람이 없다고. 제 주변에는 다 좋은 사람들만 있다(웃음).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또 주변에선 그 사람을 보고 욕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걸 보면 상황이 사람을 만들지. 절대적으로 나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서동윤도 작품에선 안 좋은 인간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나름대로 살아가기 위해서, 그런데 일이 잘 안 풀려서 그런 여러 가지 사건도 만들게 되고…인간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관객이 봤을 때 절대 악이 아니라 '저런 상황에선 나도 저럴 수 있겠구나' 싶게끔 하려고 했다.

   
 

크로스 페어가 없이 박용우 배우와 공연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ㄴ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일단 공연 기간이 너무 짧다. 요샌 트리플, 쿼드러플 해서 많은 배우가 공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연에는 앙상블이란 개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개념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거라고 하더라. 내가 직접 외국 프로덕션에 참여해보지 않았지만, 언더스터디, 커버의 개념은 있어도 같은 역을 두 명이 번갈아가며 한다는 것을 상상도 못 한다고 하더라.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선 이게 대중적인 흐름이 돼서 사실 좀 싫었다. 가능하면 가장 적은 인원으로, 상대 역이 바뀌지 않고 공연하면 좋겠다는 것이 제 바람인데 이번에 많이 받아들여진 것 같다. '올드위키드송'도 원래 마슈칸 교수 역을 3명이 하려다가 2명으로 줄였었고, '웃음의 대학'도 마지막엔 작가와 검열관을 4명씩 넣었다. 원래의 이미지가 깨져서 참 좋은 작품을 아쉽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어 마지막 시즌에선 제가 빠졌다(웃음).

박용우 배우와 3주 정도 공연을 했다. 둘의 호흡이나 공연을 한 소감은 어떤지.

ㄴ 박용우 배우는 열정이 굉장히 강하다. 정도 많고. 그런 면에서 배우로서 대단히 좋다. 딕션이나 목소리, 외모도 상당히 뛰어나서 배우로서 무척 매력적이다. 무대는 특히 에너지의 싸움인데 그런 면에서 박용우 배우와 같이 연기한다는 게 무척 좋다(웃음).

박용우 배우는 처음 연극 도전이라고 하던데.

ㄴ 처음이라는데 처음 같지 않다. 에너지도 있고 유연성도 있다. 공연이란 건 '풀샷'만 있다. 그게 견디기 힘들어서 많은 탤런트나 영화배우들이 공연에 실패한다. 거의 90% 정도는 다시 원래 쪽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박)용우는 그렇지 않다.

   
▲ 좌측부터 박호산, 박용우, 송영창, 조상웅 배우 / ⓒ문화아이콘

그 과정에서 송영창 배우의 특별한 조언이 있었는지.

ㄴ 특별히 뭘 알려준다기보단 내가 오히려 조언을 받아야 할 처지였다(웃음).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단히 유연하고, 화술이나 발성도 좋고 열정도 있다. 감정도 너무 좋고.

그렇다면 둘의 앙상블이 특별히 잘 살아나는 장면이 있을지.

ㄴ 감정이란 게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의 감정이 내게 던져지고 내가 받아서 다시 감정을 그 사람에게 던지고, 이게 계속 반복되는데 그런 면에서 그 친구가 감정을 잘 받고 잘 던진다. 그런 장면이 여러 군데 있다. 상당히 센스있는 배우인 것 같다. 연기를 꽤 오래 한 친구기 때문에 장점이 있는 것 같다. 말 탈 때 리듬이 안 맞으면 말이 안 타지듯이 티격태격 안 맞을 수 있는데 그런 리듬을 맞추기가 쉽다.

   
 

더블캐스트의 매력을 물어볼까 했는데 별로 안 좋아한다니(웃음) 당황스럽다.

ㄴ 저는 공연할 때 항상 다른 배우의 공연을 많이 본다. 이번엔 공연이 많이 짧아서 다른 페어의 공연을 세 번 정도밖에 못 봤는데, 보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 '웃음의 대학'때도 안석환이나 정웅인 배우가 하는 것을 보면서도 많이 배웠다. 내가 가지지 못한 상대의 장점을 보려고 해서 더블캐스트로 공연에 임하면 다른 캐스트의 공연을 많이 보려고 한다.

좋아하진 않지만, 더블캐스트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는.

ㄴ 그렇다. 어제(16일)도 이번에 공연하는 '올드위키드송' 런 도는데 두 시부터 아홉시 반까지 안석환 배우랑 이호성 배우가 연기하는 마슈칸 교수를 다 봤다(웃음). 내가 했을 때와 비교하며 보니 재밌더라. 30년간 친하게 지낸 배우들이다(웃음).

'올드위키드송'도 '웃음의 대학'처럼 나중에 또 할 생각인지. '도둑맞은책'도 기대해볼 수 있는지.

ㄴ '마슈칸 교수'가 나이가 먹어도 괜찮은 역이다 보니 시간이 지나도 괜찮은 역이라서 좋다(웃음). '도둑맞은책'은 기회가 되면 하겠지만, 서동윤 역이 나이가 좀 젊게 나와야 하는데 점점 나이를 먹고 있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웃음).

배우들에게 나이를 맞춰가는 경우도 있다.

ㄴ 그런 경우도 있긴 하다. 저번 '오케피' 때도 황정민이나 오만석 배우와 함께 연기했는데 제 역이 45살이었다. 서범석이란 친구가 저보다 10살 어리지만 제가 '선배님'이라고 부르면서 함께 공연했었다(웃음).

뮤지컬 '오케피'는 잔잔한 일본풍의 재미가 좋은 작품이었는데, 크게 흥행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ㄴ 뮤지컬하면 아리아가 엄청 나오거나, 군무가 나오거나 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오케피'는 배우들이 앙상블까지 다했다. '오케피'는 미타니 코키의 작품인데, 우리나라에서 공연했던 그의 작품들을 거의 다 했다. '오케피',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도 했다. '웃음의 대학'이나, '너와 함께라면'은 예매 사이트 랭킹 1등도 했었다. 반면 '오케피'나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신통치 않았고.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조기 종연하기도 했다.

ㄴ 그걸 만든 친구가 홍기유라고 '연극열전'을 만든 친구다. 나에겐 은인 같은 친구고 제일 친한 친구였다. 작품도 같이 제일 많이 했고. 연극열전에서 그 친구의 모든 작품을 거의 다 같이했다. 그래서 그 친구가 죽었을 때 충격이 너무 컸다. 공연도 한동안 쉴 생각으로 태국에 갔는데, 그때 이메일로 '도둑맞은책' 연락이 왔다. 그래서 작품을 할까 말까 엄청 고민했었다.

그런 면에서 연극인들의 안타까운 소식이나 생활고를 보면 안타까움이 있을 것 같다.

ㄴ 연극 하는 친구들이 다 힘들었다. 지금도 힘들고. 연극만 하고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니까. 그런데도 연극을 하는 것은 역시 무대가 좋아서 하는 것 아닐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케이블, 영화 등에 연극 하는 친구들이 많이 진출해서 좋다. 예전에는 문성근 선배와 나뿐이었다(웃음).

   
 

매체나 공연 연기를 성공적으로 오가는 노하우가 있는지. 공연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도 매체에서 한 컷 찍기 위해 하루를 기다리고 그런 부분에 적응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ㄴ 그건 아무래도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매체가 다르니 방법이 달라서 당황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넘어간 쪽에서 더 편안하다는 사람들도 있고. 연극은 가장 오랫동안 끊지 않고 가는 거고, 방송은 조금 더 짧게' 원투쓰리'로 가는 거고, 영화는 컷이 많아서 제일 짧다. 그런데 집중력을 쏟아 바로 할 수 있는 것과 연극처럼 계속해서 오랜 시간을 들여 감정을 만들어가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매체의 차이를 이해하고 나면 어려운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송강호나 김윤석, 오달수, 다들 연극배우 출신인데 너무 잘하지 않나. 한석규도 그렇고. 적응을 잘하는 친구라면 누구라도 잘할 수 있는 것 같다. 차지연 배우도 얼마 전에 '간신'에 같이 출연했었는데 깜짝 놀랐다. 그렇게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줄은 몰랐다. 애드립까지 치면서. 영화가 처음인데도 너무 자연스럽게 하더라. (박)호산이도 드라마 찍으면서 너무 편했다더라. '원투쓰리'가, 사실 이게 제일 힘든데, 자긴 그게 너무 재밌었다더라. 그 사람의 특성, 성격이랄까. 좀 뻔뻔해져야 하는데 어떻게든지 '너무 열심히 해야지' 이런 마인드가 오히려 사람을 위축시킨다. 옆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시간만 있으면 다시 찍으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면 편한데, 'NG 내면 미안한데'라고 생각하면 더 위축돼서 점점 더 못한다. 사람이 신도 아니고. 내가 준비해갈 것을 다 준비했으면 실수를 받아들이면 되는 부분인데 그런 건 성격의 차이인 것 같다.

작품을 보면 코믹한 이미지부터 진중한 작품까지, 가리지 않고 출연 중이다. 어디까지 가겠다는 욕심이 있는지.

ㄴ 그런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니고, 뮤지컬배우다. 탤런트다. 영화배우다. 이런 개념이 제겐 조금 우스운 것 같다. 연기자는 그냥 '연기자'다. 연기자가 비극도 하고 희극도 하는 것이 당연하지. 비극 배우 따로 있고 희극 배우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까(웃음). 관객이나 시청자분들의 생각이 '이 이 사람은 방송을 많이 하니까 탤런트다, 영화를 많이 하니까 영화배우다' 이렇게 나누시는 거지. 연기자들 사이에선 그냥 '연기자'지, 자신을 비극 배우, 희극 배우라거나, 영화배우라거나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연기자니까 나에게 주어진 역을 하는 것이고 그게 코미디면 코미디를, 비극이면 비극을 하는 거고 다만 그걸 잘하냐 못하냐의 차이다. 비극을 잘하는 배우가 있고, 코미디 잘하는 배우가 물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스위치로 왔다 갔다 할 수 있기는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그런 것을 잘 오가는 재능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형 선배님은 엄청 진지한 작품도 하시지만 우스운 연기도 곧잘 하신다. '아버지'란 연극도 하고 계시고, 가족의 복수를 하는 '그랜드파더'란 영화도 하셨고 그렇게 가리는 게 없으시다. 연기자는 주어진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라 생각한다. 영화 '터널'에서도 오달수가 진지한 역을 하는데 무척 잘 어울린다. 그동안엔 코믹한 역을 많이 했을 뿐이다. (하)정우 역시 마찬가지다. 진지한 역도 하고 찌질한 역도 곧잘 한다. 배우 자체의 폭이 넓은 것이다. 개그맨의 경우에는 희극을 하는 직업이지만 연기자라면 뭐든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들어오는 작품들을 가리지 않고 하는 것인가.

ㄴ 다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작품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다음은 좋은 배우들, 상대역이 누군지가 궁금하다. 그다음은 프로덕션이 어딘지, 감독이 누군지, 매체의 경우 촬영 감독이 누군지, 연극이라면 연출이 누군지, 그런 부분이 중요하다. 왜냐면 그게 내가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느냐, 주지 못하느냐에 영향을 미친다.

   
 

본인의 배역보다는 극을 만들어가는 앙상블을 중점적으로 보는 것 같다.

ㄴ 즐겁고 재밌게 일해야지, 일하면서 스트레스받으면 안된다(웃음). 이런 좋은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받을 필요가 없다. 일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일하면서 즐거워야지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면 차라리 농사를 짓는 게 낫다(웃음). 먹고 살아야 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그런 면에서 돈이 필요하니까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기왕이면 즐겁고 재밌게 일할 수 있으면 좋으니까 그런 면을 보게 된다. 뭐 하나만 걸리는 게 있어도 오랜 시간을 같이해야 하니까 큰 영향을 미친다. 연극만 해도 2개월 연습하고 2개월 공연하고 2개월 지방 공연하면 6개월을 같이 있어야 한다. 영화도 마찬가지고. 1년의 반을 같이 지낼 사람을 정하는 건데 일이라고 해서 덜컥 잡는 게 쉽지 않다. 처음 시작하는 배우라면 뭐든 해야겠지만, 저도 37년째인데 작품도 중요하지만, 환경도 중요하다. 막 일을 부대끼며 하면 즐겁지가 않다(웃음).

연기가 '얼마나 좋은 일'이라고 했다. 연기의 매력이 뭘까.

ㄴ 대부분 사람은 하나나 두 개의 인생을 산다. 가령 회사를 들어간다면 평생 회사에 있거나, 아니면 농사를 지으면 농사만, 장사하면 장사만 하고 살짝 중간에 다른 삶을 살거나 하는데 연기자의 경우에는 수없이 많은 인생을 산다. KBS 대하 드라마에선 삼국지의 김춘추 역도 하고, 뮤지컬 '에비타'에선 아르헨티나 대통령 역도 했다. 영화 '베테랑'에선 대기업 회장을, '극비수사'에선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아버지도 하고, 6.25 전쟁에서 특공대도 돼봤다. 내가 살아볼 수 있는 삶이 너무나 많다. 지금 '도둑맞은책'도 시나리오 작가다. 내가 언제 시나리오를 써보겠나(웃음). 그런 면에서 본다면 연기자는 정말 축복받은 인생이라 생각한다. 남들과 같은 인생을 살면서 여러 삶을 살아볼 수 있고, 그때마다 공부하며 배우는 것도 많다. 연기자란 직업은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 또 대부분 사람은 감정을 숨기면서 사는데 연기자는 감정을 드러내면서 산다. 이번 작품도 욕을 엄청 많이 하는데 전 살면서 이렇게 욕을 많이 해본 적이 없다. 평소에 화를 정말 안내는 성격이라 평생에 욕을 한 두 번 해봤을까 말까 한데, 여기서는 정말 있는 대로 다 한다. 이런 역도 해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수도 없이 많은 경험을 연기를 통해 해보게 된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할 때도 (조)정석이가 내 아들이었는데, 정석이가 죽을 때 무덤에서 미친 듯이 혼이 빠져나가도록 6개월을 울었다. 언제 또 그렇게 울어보겠나. 그런 게 연기자로서 삶을 살 때의 매력이랄까 싶다(웃음). 항상 극한의 상황을 맛봐야 한다. 살면서 그 정도로 격한 감정을 느낄 일이 많지 않다. 조영락 역을 맡은 배우만 봐도 매 공연 울어야 한다.

영화 시나리오가 원작인 작품이다. 연극으로 변하면서 웹툰과의 연계도 생기고 다양한 변화가 있다. '도둑맞은책'의 연극적 매력이라면 무엇이 있을까.

ㄴ 영화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을 다 보여준다. 드라마도 그렇고.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은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배우가 그 모든 것을 다 보여준다. 연극은 관객이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 제 생각엔 연극이 제일 큰 무대다. 엄청난 상상을 해야 하는 공간이다. 조영락 역의 배우가 여자 역도 하고, 조영락이 하는 모든 이야기나 서동윤의 대사 속 여자들의 이미지, 정사 장면까지 다 관객이 상상해야 한다.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는 관객의 몫이다. 우린 그것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던져주는 것뿐이고. 연극만큼 관객이 참여해야 하는 장르가 없다. 방금 나온 사람은 누구지? 지향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런 상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정말 많다. 시상식 장면도 짧게 나오지만 머릿속에 사람마다 저마다의 시상식을 상상하게 된다.

   
 

배우로서 시나리오 작가의 입장을 체험할 수 있는 귀한 경험도 됐겠다.

ㄴ 극 중에서 나오는 것을 찾아보게 되지 않나. '마라톤맨'이나 '내일을 향해서'는 너무 유명한 작품이고 잘 봤지만, 작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으니까. 아직도 이렇게 작품을 하면서 많이 배운다. '올드위키드송'의 경우도 음악가들에 대해 엄청나게 파고들어야 하고 다 들어봐야 했다. '레온타인 프라이스'처럼 알지도 못했던 흑인 가수의 음악도 찾아보게 되고, 그런 것들을 찾아낼 때 연기자로서 너무 행복하다.

연극 '도둑맞은책'에서 주고 싶은 메시지라면 무엇이 있을지. 혹은 본인이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거나.

ㄴ 어떻게 보면 권선징악의 이야기다(웃음).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또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가도 알 수 있다. 조영락은 자신의 애도 아닌데 아이를 기르며 그녀의 원수에게 복수한다. 서동윤을 죽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조영락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인간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얼마나 지고지순한 사람이면 지향이의 복수를 해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박)용우가 처음에는 서동윤 역을 제안받았다가 조영락이 마음에 들어 조영락을 하게 됐다고 들었다. 내가 볼 때 서동윤도 무척 재밌는 캐릭터고 연기할 게 많지만 사실 조영락이란 인물이 훨씬 더 관객이 봤을 땐 동정받을 인물이다. 내가 서동윤으로서 표현하고 싶은 것은 '저런 인간이기 때문에 조영락이 저렇게 할 수밖에 없었구나' 하게끔 하는 인물이다. 또 그러면서도 저 정도 인물이라면 여자들이 충분히 반하겠다 싶어야 한다. 아내도 '살 빼고 무대 오르니 좀 멋있어 보이더라' 하고 칭찬해주더라(웃음). 그런 인물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여자들이 볼 때 한번 만나보고 싶은 느낌을 주는. 그런 포인트가 여러 가지 있다. 그런 부분에서 설득력이 있어야 지향이나 보윤이가 이 남자에게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 조영락은 조금 찌질해 보이고(웃음), 서동윤은 멋있어 보이는 인물이지만, 내면은 서로 반대됐다.

공연이 1주일 남았다. 차기작도 예정이 있는지.

ㄴ 많이 있다(웃음). 내년 4월까지 연극 2편, 영화 2편이 있다. 다 할 수 있을까 싶다(웃음).

다른 배우와 달리 겹치기나 동시 출연도 거의 안 한다.

ㄴ 그렇게 많이 들어오지도 않는다(웃음).

송상은 배우가 '그날들'에 출연 중이다. '심야식당' 출연 중일 때도 같은 공연장에서 공연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우연이 있다.

ㄴ 공연장에서 마주치기도 한다. 같은 차는 안 타고 온다(웃음). '송영창의 딸' 송상은이 아니라, '송상은의 아버지' 송영창이 될 때까진 각자 열심히 하자고 했다(웃음). 운이 좋은 것인지 다행히 21살 때부터 쉬지 않고 작품을 하고 있어서 바라보는 입장에선 좋다. 작품에서 만나지 말자는 철칙은 있다. '그날들'의 운영관 역도 제의가 들어온 적이 있는데 그래서 피했다.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한마디 한다면.

ㄴ 좋은 작품이고, 재밌고 의미 있는 작품이다. 사랑이란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젊은이들에겐 큰 화두인데, 그런 면에서 꼭 '도둑맞은책'을 봐주셨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연극 '도둑맞은책'은 2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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