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개, 돼지' 제작진들이 대상 수상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으랏차차스토리

[문화뉴스] 침체한 대학로 공연계에 이바지하고자 공연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고,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문화예술 인큐베이팅, 그 첫 번째 페이지가 끝났다.

 
8월 19일부터 11일까지 대학로 세우아트센터와 문화콘텐츠제작사인 으랏차차스토리가 제1회 '으랏차차, 세우다!' 작품공모전이 열렸다. 이번 작품공모전은,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와 기회가 부족한 공연문화 실정에서 끼와 열정, 그리고 준비된 실력과 가능성을 펼쳐 보일 기회를 제공해 개개인의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도록 시작했다.
 
제1회 공모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약 40여 편의 작품들이 공모됐다.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나온 4개의 작품은 극단 별지의 '바날리자시온', 레이지비디오의 '본배드', 최정윤프로젝트의 '개,돼지', 아틀리에스토리의 '맞장'이었다. 과연, 이 작품 중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얻은 작품은 무엇이었을까?
 
11일 오후 대학로 세우아트센터에서 제1회 '으랏차차, 세우다!' 작품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다. 으랏차차스토리 지인환 PD는 "이번 공모전은 개개인의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한 대한민국의 공연예술문화발전 밑바탕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첫발을 내딛게 됐다"며 "각 팀의 개성과 작품성을 볼 기회로 앞으로도 많은 단체와 작품의 꿈을 실현해줄 수 있는 공모전이 되길 기대한다"고 인사말을 남겼다.
 
   
▲ 제1회 '으랏차차, 세우다!' 공모전 시상식 후 공모전 관계자와 참가 작품 관계자들이 단체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시상식엔 세우아트센터 이선희 실장, 세우아트센터 차태훈 감독, 가천대학교 영화예술학과 배진성 교수, 여우별 컴퍼니 정진국 대표, 으랏차차스토리 조선형 대표 등 심사위원이 참석했다. 조선형 으랏차차스토리 대표는 "작품을 올린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입을 열었다.
 
조 대표는 "이번 공모전은 다양성을 추구하고 싶었다. 선택한 작품을 보면 스릴러 추리극, 코믹 호러물, 사회에 대한 메시지, 가슴 따뜻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뤄서 좋았다. 아쉬운 점은 공모전이지만 페스티벌 같은 느낌으로 진행하려 했는데, 참여 팀들이 다른 공연을 보지 못한 것이다. 서로 교류하고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면, 연출 등 여러 면에서 발전이 있었을 건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저희도 첫 공모전이어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다음 2회부터 이런 모습을 강화하는 공모전이 되겠다"고 전했다.
 
   
▲ '바날리자시온'의 이벼리 연출이 소감을 남기고 있다.
 
이어서 공모전에 참여한 작품 연출자들이 소감을 전했다. '바날리자시온'의 극단 별지 이벼리 연출은 "한국사회에 있는 여러 가치관에 따라 결말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극이다. 가치관에 따라 강간범의 편, 피해자의 편, 방관자의 관점에서 설 수 있는 실험적인 극"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바날리자시온'의 이벼리 연출은 "'으랏차차, 세우다!' 공모전은 잊지 못할 유익한 공모전이었다. 무대에서 우리의 열정을 태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앞으로 나아갈 공모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각 팀이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같이 발전하는 팀이기 때문에, 뭔가 더 배울 점이 늘 것 같다"고 말했다.
 
레이지비디오의 '본배드' 이해진 연출은 "'본배드'는 흡혈귀물이지만, 이것은 장르적인 탈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재밌는 것도 재밌는 것이겠지만, 개인적인 서사를 많이 넣으려 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나쁜 마음을 덜어내고자 하는 작업이었다. 내가 착한 사람이 아니므로,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객석에 웃음꽃을 피우게 했다.
 
   
▲ 레이지비디오의 '본배드' 이해진 연출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해진 연출은 "배우들은 다 같이 오랫동안 나와 같이 작업한 친구들이다. 레이지비디오 팀은 연극을 만드는 팀이라기보단 영화 쪽으로 작업을 하는 팀이다. 프로젝트처럼 연극을 해보겠다고 '설쳐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운이 좋게 작업하면서 사고를 많이 쳐서 속상하셨을 것 같다. 날이 선 말들이 오가서 이 자리에 선 것이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출은 "우리가 극단이 아니다보니까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 잘 도와주신 배려가 있는 점에 감사히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경험이 부족한 팀들에 대한 배려를 주신다면 좋을 것 같다. 잘하는 분들은 알아서 잘하시니, 저희 같은 '초짜'들에게 실무적인 도움을 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정윤 프로젝트의 '개, 돼지' 윤찬 연출은 "연극 '개, 돼지'는 요즘엔 듣기 힘들지만 필요한 계몽이라는 단어에서 시작했다. 계몽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3명의 연출(정다솔, 윤찬, 최현아)이 모여 시작했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보신 분들이 불편하실 수 있겠지만, 사회를 살아갈 때 내가 좀 더 불편해지면 살아갈 때 영향을 주면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믿었다"고 밝혔다.
 
윤찬 연출은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사실 연출들에게나 배우들에게나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으랏차차, 세우다!' 공모전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다른 팀분들을 오늘 처음 만나서 좋았는데, 만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이번 공모전을 쭉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에 말씀을 드린다"고 공모전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 '맞장'을 연출한 아틀리에스토리의 홍건모 작·연출이 소감을 밝혔다.
 
끝으로 '맞장'을 연출한 아틀리에스토리의 홍건모 작·연출은 "된장을 소재로 사람의 관계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며 "평생 장을 담그면서 가업으로 살아오신 분이, 말년에 아내를 잃으면서 대를 찾고자 하는 내용이다. 할머니가 귀신으로 계속 나와 극의 진행을 도와준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홍건모 연출은 "이번에 아틀레리에스토리가 '으랏차차, 세우다!'에 참여하면서 좋은 부분은 참가작의 장르가 다양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소소한 일상을 다뤘는데, 다양한 장르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실험적인 작품, 상업적인 작품, 제 이야기처럼 잔잔한 작품이 계속 공연되어 장기화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면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대상은 자리에 참석한 심사위원, 블로거, 기자, 평론가 등 다양한 구성원의 심사평을 비롯해 기획, 판매수익, 무대 설치부터 철수까지의 진행사항 등을 토대로 선정했다. 제1회 '으랏차차, 세우다!' 공모전 대상은 최정윤 프로젝트의 '개, 돼지'로 결정됐다. 대상작 '개, 돼지'는 내년 으랏차차스토리의 정식 라인업으로 선정되어 대학로 세우아트센터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대상작 연극 '개, 돼지'는 "사람답게 살아야 할 것 아니여?"라며 관객에게 도발적인 멘트를 날리는 작품으로, 각 작품을 개별적으로 잘라 붙인 것이 아니라 서로의 시대를 오가며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로 느껴지게끔 한다.
 
   
▲ 세우아트센터 이선희 실장(왼쪽)이 최정윤 프로젝트의 '개, 돼지' 윤찬 연출(오른쪽)에게 대상 인증서를 주고 있다. ⓒ 으랏차차스토리
 
이 과정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을 억압한 이들을 다룬 '국풍81', 소화하기 어려운 주제인 '성폭행 사건'과 '온라인 댓글'을 섞어 현실을 비판하는 '터치, 다운'. '여자가 아니라 사람이다'라며 아직도 유효한 주제를 목놓아 외치는 나혜석의 이야기를 다룬 '경희'는 제각기 블랙 코미디라는 큰 틀에선 함께면서 동시에 저마다의 이야기를 다룬다.
 
조선형 으랏차차스토리 대표는 "3일의 공연 시간이 짧았던 것 같다. 이 점은 양해드린다"며 "이번 공모전의 기획의도는 침체한 대학로의 분위기를 올리고, 숨은 보석과 열정이 넘치지만 설 수 있는 무대가 없는 분들, 제작 여건이 힘든 분들을 위해 이들을 세상에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앞서 말씀하신 부분들을 참고하며, 앞으로 쭉 이어가고자 한다. 1회 공모전 당선작 4팀이 앞으로 자랑스럽게 공모전에 참여했다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시상식 마무리 인사말을 남겼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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