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가장 처음 좋아하기 시작한 야구팀은 해태 타이거즈다. 해태를 좋아한 이유는 다른 많은 사람과 비슷하다. 유명해서 혹은 잘해서.

 야구가 내 눈에 초점 잡히기 시작한 건 아마 초등학교 3, 4학년 정도였던 것 같다. 토요일 낮이라야 WWF 레슬링을 보면 된다지만, 일요일 낮에의 무료함은 견딜 수 없었다. 낮 1,2시경은 드라마 재방송이 하는 시간이었고, 3시 이후부터는 야구, 농구 등이 중계됐다. KBS에선 농구와 야구가 고루 나왔지만 MBC는 주로 야구를 방송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게, 유독 빨간 유니폼만 많이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기 있는 구단 방송을 틀게 되는 당연한 상업적 선택이었지만, 야구를 처음 접한 내게 그 빨간 유니폼은 '일요일 낮에 항상 나오는 팀'으로 비쳤다. 저 팀은 왜 계속 이기는 건지 의문을 가졌고, 3번 타자는 왜 저리 궁둥이를 내밀고 배트를 휘두르는지 의아했다. 경기 끝날 즈음 항상 나오는 볼 통통한 아저씨도 맘에 들지 않았다. 그 아저씨가 나오면 왠지 경기는 더욱 재미없어졌다.(3번 타자는 김성한, 볼 통통 아저씨는 ‘선뚱’) 당시 이종범이 등장하던 시기였고 그의 성장과 함께 내 야구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초반 이순철, 이건열 등과 번갈아 1,2번에 나오던 이종범은 어느덧 1번 자리를 단단히 꿰찼고 이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격수로 성장했다.

해태가 망한 후 기아로 바뀌었으나, 좀처럼 기아에 애정이 가진 않았다. 선수는 물론 그 구단 역사까지 고스란히 가져왔다고는 하지만 역시 구단 이름이 주는 정감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21세기부터 야구에 대한 관심은 스르륵 가라앉아 버렸다. 주말 낮 멀거니 TV 앞에 앉을 일이 없다는 것도 컸다.

   
 

2004년부터 지금 사는 광명에 자리하게 됐다. 광명은 서울 구로동과 거의 가깝고 사실 서울이라고 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지역. 그러던 중 히어로즈라는 팀이 목동 구장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알고 있었다. 그 팀이 현대의 후예라는 걸. 현대에 대한 기억은 강력한 중심타자인 심정수, 그리고 10승 이상 투수 5명이 동시에 출격했던 강한 팀, 김재박의 (재미있는? or 없는? 야구를 하는) 팀, 백인 외국인 선수가 항상 강한 팀, 20승 투수가 있는 팀. 이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후 잠실보다 목동구장을 더 많이 가게 됐다.잠실 경기를 많이 봐 두산이나 엘지도 좋아했으나 이후 그 애정은 히어로즈로 넘어갔다.

스포츠게임을 좋아하는데, 특히 야구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특정 팀보단 선수 개개인을 좋아하게 된다. 선수 하나하나를 사서 팀을 만드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포지션별 에이스 선수들로 팀을 짜게 된다. 롯데에는 이대호, 기아에는 이용규 이런 식이다.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팀이 있다 해도 그만큼이나 다른 팀 하나하나도 좋아하게 된다. 넥센을 가장 좋아하지만, 그래서 다른 어떤 팀들의 경기를 보게 돼도 재미있게 응원하고 경기를 즐길 수 있다. 뭐, 스포츠 전반에 관심이 있는 내 특성 또한 영향을 준 것 같다.

[글] 아띠에떠 에이블팀 artietor@mhns.co.kr

수년의 기자 생활에 염증을 느껴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있는 글덕후 노총각. 술 먹은 다음 날, 바람맞은 다음 날이어야 감성 짠하게 담긴 퀄리티 높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불치병을 앓고 있음. 잘 팔리는 소설가를 꿈꾸며 사인 연습에 한창임. ▶ 필자 블로그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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