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극장 용 윤정건 원작 이종훈 각색 연출의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윤정건(1940년~)은 경주출생, 서울대학교 출신의 방송작가다. <당신은 누구시길래> <왕의 여자> <아내의 반란> <사랑한다 웬수야> <애자 언니 민자> 그 외 많은 방송극을 집필했다.

가요 <불효자는 웁니다>는 1938년에 김영일 작사, 이재호 작곡으로 많은 가수가 이 노래를 불렀고, 대중들이 따라 불렀다. 가사를 소개하면,

불러 봐도 울어 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며 통곡한들

다시 못 올 어머니여 불초한 이 자식은

생전에 지은 죄를 엎드려 빕니다.

 

손발이 터지도록 피땀을 흐리시며

못 믿을 이 자식의 금의환향 바라시고

고생하신 어머니여 드디어 이 세상을

눈물로 가셨나요, 그리운 어머님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의 줄거리는, 전쟁이 남긴 폐허 위에 절망만 가득했던 시절. 시골 행상 최 분이는 아들 박 진호가 서울의 일류대학에 합격 했다는 통지를 받는다. 그것은 찬란한 희망이었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들을 대학에 진학시키겠다고 다짐한다.

서울로 상경하던 날 진호는 평소 좋아하던 고향처녀 옥자와 사랑을 맺고 앞날을 약속한다. 그러나 박 진호가 서울의 부잣집 여학생 김 주희의 가정교사가 되면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고, 자신과 자신을 위해 고생한 어머니와 사랑하는 옥주, 그리고 서울 여학생 주희의 접근과 밀착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진호는 결국 자신의 보장된 장래를 위하여 김 주희를 선택한다.

최 분이는 아들의 변모가 걱정스러우나 차마 아들의 앞길을 막지 못한다. 그것만이 아들을 위하는 길이라 여겼기에… 옥자는 김주희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알고 절망한다. 진호의 결혼식 날, 가장 당당해야할 진호의 어미니 최 분이는 너무나도 초라한 자신의 모습, 그리고 관심의 대상도 되지 못한 채 구석에 팽개쳐진 자신의 처지에 분노와 슬픔을 느끼지만 상류사회에 끼어든 아들의 모습에 위안 삼아 쓸쓸히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날 옥자는 무작정 상경의 길을 택한다. 어머니를 시골에 혼자 내버려둔 채 그저 풍족한 뒷받침만을 효도로 여기는 진호의 심정… 그리고 무작정 상경한 옥자의 정신적 육체적 타락이 펼쳐진다.

   
 

옥자는 기둥서방 따개비의 집요한 협박을 받는다. 따개비는 재벌사위로 입신한 진호의 어머니를 찾아가 진호의 위선과 출신을 폭로하겠다며 돈을 뜯어내기 위함이다. 자신을 앞세워 최 분이까지 위협하는 따개비의 모습에서 옥자는 발작적으로 따개비의 가슴을 칼로 찌른다. 그 순간 기차가 다가온다. 열차사고의 현장엔 형체를 알 수 없는 시체와 최 분이의 도민증만 남는다. 따개비의 시체는 도민증으로 인해 최 순이가 죽은 것으로 처리된다.

10년 후, 거리의 노숙자가 되어버린 최 분이가 등장한다. 육신은 존재하면서도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미 죽은 사람이 되어있는 자신의 처지와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도 밝힐 수도 없는 처지가 연출된다. 그것은 조건 없는 '자식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비렁뱅이 노숙자 최 분이는 지친 몸을 이끌고 정신병원을 찾는다. 사고 당일의 쇼크로 정신착란을 일으킨 옥자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동안 두 사람은 서로를 어루만지며 10년을 살아온 바닥 인생들인 것이다. 그러나 초점을 잃은 듯한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부모의 사랑 "남녀의 사랑"' 그 진정한 모습이 관객의 가슴을 때린다.

죽음을 감지한 어머니는 어쩔 수 없는 핏줄에 끌려 아들 진호의 집 주위를 맴돈다. 성공한 아들을 안아보고 싶어도 그 앞에서는 얼굴을 감춰야 하고, 아들의 행복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어머니는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광경이 연출된다.

최 분이는 생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늘 상 집 앞에서 보는 노숙자 노파에게 진호는 이 추위에 몸조심하라며 돈을 쥐어준다. 돈을 쥐어주는 손을 최 분이는 마지막으로 꼬옥 잡아본다. 아들이 떠난 후 최 분이는 흐뭇한 미소를 띤 채 아들의 집 앞에서 조용히 눈을 감는다.

한편 옥자는 정신병원에서 기적적으로 기억을 되찾는다. 그리고 최 분이의 죽음을 알려주려고 박 진호에게 연락한다. 묘소에서 만난 옥자의 이야기로 비로소 10년 전 열차사고의 비밀이 알려지고, 이름도 주소도 없이 한 노숙자의 죽음으로 처리된 어머니, 바로 자신의 집 앞에서 죽은 바로 그 노숙자 노파가 어머니였다는 사실에 통곡하는 진호의 후회와 오열에서 악극은 막을 내린다.

연극은 도입에 백색 중간막이 내려진 무대전면 무덤가에서 전개되고, 대단원에서도 무덤가에서 마무리를 한다. 무대는 백색 천으로 된 중간 막을 사용하고 중간부분을 개폐하거나 열어 장면전환에 대처한다. 거대한 느티나무의 아랫부분이 인상적이고, 나무 위로 잎이 천정전체를 뒤덮고, 배경에 영상으로 나뭇잎이 흩날리는 장면, 눈보라가 치는 장면을 투사해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서울 장면은 백색의 중간 막의 앞부분에서 펼쳐진다. 등퇴장 로는 무대 좌우가 된다. 환자이동의자를 사용하고, 음향효과로 기상의 변화를, 녹음된 연주로 출연자들의 노래 반주와 무용을 하도록 연출된다. 부분조명으로 장면변화나 출연자의 등퇴장과 극적효과를 높인다.

연극은 도입에 해설자가 등장, 신파조의 대사로 서막을 열고, 젊은 남녀출연자들의 노래와 춤이 악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거기다가 주요배역을 맡은 출연자들의 절제된 연기력이 기존의 악극보다 고수준 고품격으로 극을 형성시킨다. 합창단과 무용단의 노래와 춤도 고수준의 뮤지컬과 흡사해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주요배역 출연진도 과거의 신파극처럼 과장되게 표현되지 않고 절제된 표현으로 감동을 유발시키고, 고품격 고수준의 악극으로 이끌어 가려는 연출자의 기량이 감지되는 현대에 걸맞는 악극으로의 탄생으로 평가된다.

   
 

김영옥, 고두심, 김재건, 이홍렬, 김성근, 김대균, 이종원, 안재모, 이유리, 이연두, 정운택, 이종박, 문제령, 윤빛나, 고영민, 이동욱(아역), 김준혁(아역), 이선영, 이민한, 정주희, 손민정, 김정윤, 박현호, 박래찬, 오수아, 구명훈, 유리나, 박진원, 이정수, 최가현, 박은지, 곽소영 등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 노래와 춤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프로듀서 정철, 기획 신주선, 조명감독 이상봉, 음악감독 엄기영, 의상 분장 소품 김종한, 안무감독 문성우, 음향감독 김현산, 무대미술 임충일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위키컴퍼니, 국립박물관 문화재단, ㈜스토리팜의 윤정건 원작, 이종훈 각색 연출의 <불효자는 웁니다.>를 고품격 고수준의 새로운 걸작악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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