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삼각산의 김정숙 작 김대환 연출의 959-7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김정숙은 <틀> <천국에서의 하루> <오래된 이야기> <아카시아 꽃잎은 떨어지고> <또랑> <봉숭아 꽃> <우리 집 변소간 옆 감나무 아래는> <반달> <구름 사다리> <천국 안내소> <959-7번지> <연어 하늘을 날다> <지금 이별할 때> <눈오는 봄날> <그 집에는> 등을 발표 공연한 작가 겸 연출가이자 극단 무대지기의 대표다.

2004 김천전국가족연극제 연출상 - <우리집 변소간 옆 감나무 아래는(일명 홍시 열리는 집)>, 2006 경기도 연극제 희곡상 - <홍시 열리는 집>, 2007 파파프로덕션 창작희곡공모전 가작 - <959-7번지>, 2010 전국 연극제 대통령상 - <눈오는 봄날>, 2010 자랑스러운 연극인상, 2012 전북 연극제 희곡상 - <그 집에는...>, 2013 전북 연극제 연출상 - <959-7번지> 등을 수상한 금년 40세의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미모의 여성 연극인이다.

김대환(1960~)은 킴스컴퍼니 대표이고 연출가다. <흥부굿> <뮤지컬 들풀의 노래> <왼쪽 나라 오른쪽 나라> <하나님 비상이에요> <눈사람은 허수아비를 좋아했지만> <풍 물> <전람회에서 생긴 일> <서울 말뚝이> <울 엄마 어렸을 적에> <오늘 반찬은 무얼 먹을까> <장화신은 고양이와 놀기> <말괄량이 길들이기>을 연출했다.

무대는 신을 벗고 정면 계단을 오르면 주택의 거실로 설정된 공간이다. 하수 쪽이 노모의 방과 화장실로 통하고, 상수 쪽은 딸들의 방이다. 무대 앞쪽의 조명이 비추어진 공간은 사진관으로 설정이 되고 등받이가 없는 둥근 의자가 놓인다. 식탁과 의자를 배치해 음식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정면 벽에 영상으로 이집의 대문의 모습, 동네 모습, 선친의 사진, 칠순기념 가족사진이 투사된다.

   
 

이 연극은 칠순을 맞은 어머니와 다섯 명의 자녀, 그리고 그 사위와 며느리의 이야기다. 노모는 일찍 남편을 여의고 어렵게 다섯 자식을 키웠고, 앞으로 일주일 후면 칠순을 맞는다. 노모는 남편과 고생해 처음 마련한 959-7번지 집에 살며 자녀들이 가정을 이뤄 하나 둘 떠날 때까지 이집에서 계속 살고 있다.

장남과 장녀는 어머니의 칠순잔치를 잘 차려드리려고, 그럴듯한 음식점을 찾아다닌다. 가족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친척과 친지들을 초대해 제대로 잔치를 치를 계획을 한다. 장녀가 맏딸이라, 장녀의 의견을 동생들이 존중한다.

장녀보다 연하인 장남이 금전적인 문제를 책임지려 하고, 하객과 하객에게 줄 선물에 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누이동생 두 명과 막내인 아들도 누이와 형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며 따르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소개된다. 집안 어른이면 대부분이 그렇듯이 노모는 가족들만 모여 식사나 하자는 소리를 하지만, 내심은 쩍 벌어진 잔치를 어찌 싫어하랴?

가족은 사진관에 모여 노모와 기념촬영을 한다. 그런데 자녀들 모두가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풍족하지는 못하다. 장녀는 주점을 경영하며 실직자인 남편과 사는데, 남편은 사고뭉치에다가, 젊은 여자에게 한눈을 파는 인물이고, 장남 역시 젊은 나이에 결혼한 지가 얼마 되지를 않아 아직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 둘째 딸은 작가 지망생인데, 아직 등단조차 못해 결혼은커녕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형편이고, 막내딸은 회사를 나가지만 미혼의 몸으로 현재 임신 중이라, 가족에게 알리기도 그렇고 안 알리자니 그렇기에 사정이 딱하기가 말로써 형언하기가 어렵다.

작가지망생 딸이 막내딸에게 펀드투자대금 명목으로 맡은 돈을 사기를 당하고, 막내딸은 임신중절을 해야 할 돈이 필요한데, 언니에게 맡긴 돈을 사기를 당했다고 하니, 어머니 잔치치를 돈도 보태야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어려움에 처한다. 게다가 막내아들은 오토바이 매매 문제로 사고를 일으키니, 칠순잔치를 할 돈도 부족한데다가 혼전 임신한 막내딸 문제, 막내아들의 오토바이 문제까지 급작스레 들어갈 돈이 밀려닥치니, 자녀들 간에 분란이 일어나 서로 치고 받기에까지 이른다.

칠순 날이 가까워 오고 노모는 미장원에서 모처럼 단장을 한다. 집으로 돌아온 노모는 친지들에게 자신의 칠순잔치에 오라고 전화를 한다. 그리고 혼자 사는 노인이면 대부분 그렇듯이 먼저 간 남편 사진에 대고 이야기를 한다. 칠순전날 노모가 사는 959-7번지 집에서 함께 모이기로 자녀들을 노모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그런데 날이 저물도록 자녀들은 한명도 나타나지 않는다.

장면이 바뀌면 노모의 영정사진을 든 장남이 검은색 정장차림으로 등장을 하고, 뒤 따라 검은 상복차림의 가족들이 뒤따라 들어온다. 방바닥에 포장한 커다란 사진액자가 놓여있다. 가족은 노모의 영정사진을 들여다본다. 사진 앞에서 막내아들이 잘못했다며 울음을 터뜨리자 자녀들이 하나하나 차례로 울음을 터뜨리며 어머니 모습을 들여다보며 잘못을 사과한다. 그러다가 바닥에 놓은 포장한 물건을 끄른다. 사진관에서 찍은 노모의 칠순기념사진이다.

미소를 띤 노모의 모습과 굳은 표정의 자녀들의 사진이 대비가 되어, 가족들은 자신도 모르게 한 사람 두 사람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가족들은 웃음을 터뜨리다가 참지를 못하고 방바닥에 뒹굴기 시작한다. 가족들의 웃음이 계속되면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노모로 장미자 선생이 출연해 절제된 연기와 정확한 대사 전달로 모처럼 관객에게 연극의 진수를 감상토록 만든다. 류지애가 장녀, 하덕성이 맏사위, 박찬국이 장남, 박시화가 며느리, 이미애가 둘째 딸, 홍하영이 막내딸, 현진호가 막내아들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을 연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프로듀서 송정바우, 조명 채동훈, 디자인 김진화 등 스텝 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삼각산의 김정숙 작, 김대환 연출의 <959-7>을 연출가와 출연자의 기량이 제대로 발휘된,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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