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변화한 게 없는 이 시점에 본지에선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문화예술가다'라는 섹션을 연재한다. 매일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듣는 자유 발언대를 마련했다. 그 자유발언의 분량과 형태는 자유롭게 이어질 예정이다.


스물다섯 번째 순서는 밴드 '여섯개의 달' 보컬이자,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이하 홍우주)'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문식이다. 정문식은 '2014년 6월 서울시장 선거 박원순 후보 지지 문화예술인'으로 꼽힌 909명 중의 한 명으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으며, 최근 2,350명 이상이 참여한 음악인 시국선언에도 서명한 바 있다. 또한, 그는 '홍우주'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에 주목하는 등, 홍대 앞 문화생태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소감이 어떤지.
ㄴ화도 나지만, 사실 이해가 안 된다. 아주 적극적인 반정부, 반체제 활동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시국선언이나 지지선언 등에 연명한 것일 뿐인데, 이런 것들을 근거로 해서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런 검열 행위는 예술가라고 해서 특별히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든 시민들에게 검열은 부당한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억압하고 배제하는 것은 다양성을 저해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 생각한다.

현재 시국이나 문화예술계 현 상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감 없이 이야기해달라.
ㄴ현 시국은 대통령과 소위 '비선실세'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한국이라는 국가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이고, 이 땅의 기득권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이너 서클'을 만들고 세상을 어지럽혀 왔는지가 드러났다. 이렇게 드러난 여러 가지 부당·부패한 현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한국 근현대사를 통해 쌓여진 적폐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이러한 총체적인 적폐를 걷어내고 기득권을 해체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문화예술계는 주체성과 전위성을 동시에 갖춘 상태로 시민들과 연대했으면 좋겠다. 이제껏 한국사회에서 문화예술은 여러 영역에서 도구로, 수단으로 취급돼 왔다. 더 이상 도구나 수단이 아닌 당당한 주체로서, 문화예술이 가진 전위성을 내세우며, 함께 싸워나가는 시민들에게 상상력과 영감을 제공할 수 있는 세력이 됐으면 좋겠다.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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