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10년 후엔 절반, 20년 후엔 80%, 그리고 이후엔 영원히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융복합 공연 형태로 대학로 무대에 올려진다.

17일, 18일 양일간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초연되는 '어멍의 바다(구성 및 연출 서정림)'는 제주의 해녀를 주제로 여러 장르의 공연예술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어진다. 국악 양악 앙상블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고백하는 듯 진행되는 낭독 콘서트(제1장)와 상징성을 콘셉트로 한 현대무용(제4장)을 비롯해 실제 해녀들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극(제3장)과 실제 해녀들이 영상과 무대를 오가며 선보이는 소리와 춤(제2장) 등 다양한 장르가 상호관계를 형성하며 콜라주를 이룬다.

초인적인 힘으로 새로운 환경과 부딪혀 생명을 잇는 원천으로 살아온 여인들, 해녀. 80% 이상이 60대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보여주는 에너지는 생리적, 의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수수께끼 같은 여인들이다. 독특한 언어와 생명을 지키기 위한 몸치장, 생사를 넘나드는 생활 속에서 지니게 된 신앙, 그러한 노동과 함께 만들어진 독특한 공동체 문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매번 물속 저승의 문턱까지 가 받은 목숨값을 고향에 기금으로 냈던 이들의 바다와 함께 만들어진 처연한 노래들이 대변하는 해녀의 역사와 현재를 작품을 통해 엿본다.

콘서트, 영화, 커뮤니티댄스, 연극, 현대무용 순으로 이어지는 작품 '어멍의 바다'는 광활한 풍광, 그 안에 담긴 이야기, 그 사람들, 그들 속에 있는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미래라는 구성으로 다양한 장르를 하나의 흐름 속에 구성해낸다. 전체 구성 및 연출에 서정림(평창스페셜올림픽세계대회 문화행사 예술총감독 등), 극 대본 김민정(영화 해무 등), 안무 최경실(서울무용제 안무대상 등), 사유진(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작곡편곡에 메이드컨텐츠 야기(서울대 작곡 출신팀) 등 다양한 분야의 제작진이 수많은 대화 속에서 이끌어낸 이미지들로, 진솔한 접근과 감성적 표현을 지향하면서도 형식에는 과감히 도전한 실험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해녀가 가진 강인한 기질과 공존을 실천하는 제주도의 생활양식은 지금 세계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의 근원이다. 전문직여성세계연맹(BPW)의 프레다 미리클리스 회장은 "조선 시대 제주 출신 거상으로서 제주도민들을 구휼했던 김만덕, 그리고 제주 해녀들은 21세기 여성상의 본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 역사를 알고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김만덕의 삶은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제주 해녀를 평가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그들의 평가에 대해 인색하고, 그녀들 자신조차도 그러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번 공연은, 제주의 독창적인 문화와 해녀의 역사, 강인한 생활력, 공존의 철학 등 시대적 가치를 앞서가며 실천한 그녀들의 세계를 감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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