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형의 기일을 맞아 아내와 함께 옛집을 찾은 남자는 그곳에서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거친 역사의 격랑에 자신의 몸도 축축하게 젖어든 것을 모른 채 숨죽여 살아온 할머니, 평생 무책임하고 두려운 존재였던 술주정뱅이 아버지, 일찍 세상을 떠난 장남을 가슴에 품은 채 삶의 모진 풍파를 견뎌내야 했던 어머니, 저항의 시절을 살다 먼저 떠난 형까지 그의 기억 한편에는 가족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기억을 꺼낸 남자는 과거의 가족 그리고 과거의 자신과 마주한다. 대학생 진구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옥신각신하는 어머니가 익숙한 듯 일상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툇마루가 있는 집에서 진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유쾌하고 정겨운 모습을 보이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깊어지는 아픔을 느낄 수 있다.
 
너무도 아픈 시대였기에 한편으로 무거운 마음이 들지만 그들의 일상은 가벼운 분위기로 흐른다. 하지만 그들의 하루에 도사리고 있었던 고통과 상처는 다시 떠올려도 아픈 기억일 것이다. 중학생 진구가 어린 나이에 겪었던 상처가 드러나고 애써 묻어두었던 기억과 조우한 남자는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며 그날의 감정을 되살리게 된다. 그는 마치 과거에 있는 듯 관조적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세입자인 호스티스 '정양', 버스안내양 '찬숙'도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들은 툇마루가 있는 집에서 진구의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감정을 나눈다. 때문에 각자의 아픔도 함께 슬퍼하고 함께 위로한다. 이처럼 '툇마루가 있는 집'은 바로 옆집에 살고 있지만 이웃의 얼굴도 모르는 현대사회에서 느낄 수 없는 사람 간의 '정(情)'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다.
 
한 집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을 지키지 못했던 '성구'의 모습은 1970-80년대 시대의 아픔을 드러낸다. 과거는 과거이기에 더 아프고 애틋하다. 누구나 저마다의 상처를 숨기고 살아가지만 애써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그 시절에 아파하며 자신을 위로하게 될 것이다.
 
한편,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까지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는 '툇마루가 있는 집'은 2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문화뉴스 김수미 인턴기자 monke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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